[공연리뷰] 100년을 흐른 가곡으로 반추해본 우리의 역사
[공연리뷰] 100년을 흐른 가곡으로 반추해본 우리의 역사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1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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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주최 ‘굿모닝 가곡’
예술의전당 주최 '굿모닝 가곡' 공연모습(사진=예술의전당)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지난 10월 8일과 10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의미 있는 음악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 가곡이라는 장르가 탄생한 지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여, 우리의 역사 속에 흐르는 가곡을 한 편의 대하 드라마처럼 표현한 무대였다. <굿모닝 가곡>.

내로라하는 성악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귀 호강의 향연이었다. 소프라노 박미자·홍주영, 테너 김우경·이정원·김현수, 바리톤 고성현·공병우·양준모가 아름다운 가곡들을 불렀다.

바리톤 고성현(사진=예술의전당_
열창하는 바리톤 고성현(사진=예술의전당_

재미있는 것은, 배우이자 국립극장장 및 문화부장관을 지낸 김명곤이 이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변사까지 맡은 것이다. <서편제>에서 구성진 판소리를 하던 그가 기억난다. 김명곤은 거의 7-8회 의상을 갈아입으며 가곡이 탄생하고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작사가와 작곡가들에 대해서, 성악가들 소개에 이르기까지 멋지게 해냈다. 명배우 맞는 것 같다. 그 많은 대사를 얼마나 실감나게 변사처럼 하는지, 때로 노래 한 소절 뽑으면 생각보다 잘 해서 놀라웠다. 성악 배운지 5년 되었다고 한다.

연출과 변사역을 맡은 배우 김명곤(사진=예술의전당)

가곡은 1920년에 작곡된 홍난파의 <봉선화>로 그 시작을 알렸다. 작곡가가 월북해서 알려지지 않다가 최근 불리는 안기영 작곡의 <그리운 강남>을 또 들을 수 있었다. 지난 여름 <가곡다방>이라는 공연에서 처음 들었던 곡이다. (그 <가곡다방>도 너무나 알찬 공연이었다)

노이 오페라 코러스의 합창은 명료하고 풍성했다. 합창단은 가곡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시대의 노래들을 불렀다. 외국인 워크(H. Work) 곡에 가사를 붙인 <독립군가>라든가, <밀양 아리랑>에 가사를 붙인 <광복군 아리랑>, 러시아 민요에 가사를 붙인 <독립군 추모가> 같은 곡들이었다. 또, 일제 군가였던 조명암 작사 박시춘 작곡의 <혈서지원>이라는 곡이 가사 조금만 바뀌어 대한민국 육군 군가 <혈청지원서>로 둔갑한 황당한 이야기도 소개되면서 노이 오페라 코러스의 노래로 두 노래를 비교해 들어볼 수 있었다.

노이 오페라 코러스의 모습(사진=예술의전당)

한국가곡의 그림자, 친일 의혹이 있는 조두남의 <선구자>와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를 테너 이정원이 불렀다. 변사가 “부르기 민망한 노래들을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개했다.

많은 곡들이 잘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 친숙한 곡이었다. 그러나 성악가들의 노래는 꽉 찬 울림과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정말 많이 들었던, 그래서 감흥 없던 노래들에 생명을 더한 시간이었다.

다만 가장 최근 곡이 1990년 작곡된 <강 건너 봄이 오듯>이었는데, 2000년 대 가곡들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다음에는 김효근이나 조혜영, 윤학준 같은 작곡가들의 가곡도 함께 연주되면 좋을 것 같다. 또 우리 가곡을 부흥시키기 위한 여러 가곡제 수상곡들도 함께 소개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우리가곡 활성화 운동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기획이었다. 하나는 지난 여름 대학가곡축제라는 공연이었다.

우리 가곡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었으니, 짚어볼 만한 시점이다. 엔카와 일본 노래 속에서 우리 말과 우리 얼을 지키기 위해 태어난 가곡. 요즘은 아트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곡들이 또 나오고 있다. 아름다운 전통은 이어져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굿모닝 가곡’에 대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12월에 앙코르 공연을 마련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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