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영희 오페라 ‘길 위의 천국’ 테너 김효종, 배우 이윤지
[인터뷰] 박영희 오페라 ‘길 위의 천국’ 테너 김효종, 배우 이윤지
  • 이용숙 공연평론가
  • 승인 2021.11.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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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배역 혹은 낯선 장르에 도전하는 기쁨
'길 위의 천국', 공연 후 무대에 모인 작곡가-제작진-출연진
'길 위의 천국', 공연 후 무대에 모인 작곡가-제작진-출연진

[더프리뷰=서울] 이용숙 공연평론가 = “비록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영원히 떠나지 아니하도록 저와 조선의 교우들을 위해 기도해 주소서. 이것이 저의 마지막 하직인사가 될 듯합니다.” 김대건 신부에 이은 조선의 두 번째 사제 최양업 신부가 1860년, 먼 타국의 스승에게 쓴 열아홉 번째 서한의 한 대목이다. 한복 차림을 한 최양업 신부 역의 테너 김효종이 이 부분을 노래하자 그 비통하고 애끓는 음색이 마음 깊은 곳을 울렸다.

현대음악의 세계적인 거장 박영희(Younghi Pagh-Paan)의 오페라 <길 위의 천국> 세계 초연이 펼쳐진 11월 12일, 청주예술의전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곳곳에서 연신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독일 브레멘 시립극장 주역가수로 10년째 활약 중인 테너 김효종은 2019년 5월, 국립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린 로시니 오페라 <윌리엄 텔>의 한국 초연 무대에서 테너 주역 아르놀드 역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작곡가 박영희는 김효종의 목소리를 들으러 이 공연을 찾았고, 그의 탁월한 성악적 역량과 음색에 감동해 그를 자신의 오페라 주역가수로 섭외했다. 초연 다음날 아침, 청주예술의전당 분장실에서 두 번째 공연을 준비하는 김효종을 만났다.

최양업 신부가 걷던 길 따라 걸으며 준비한 테너 김효종

참된 성직자란 세속 예술인 오페라에서는 ‘낯선 배역’에 속한다. <파우스트>에서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타이스>의 주역 아타나엘은 여주인공 타이스에게 마음을 빼앗겨 고통을 겪는다. 그래서 성직자 본연의 모습을 한 성직자를 오페라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허구의 인물이 아닌 최양업 신부는 진정한 의미의 사제이며 목자였다. 김효종도 이 점을 고민했다.

“더구나 저는 프로테스탄트 신앙을 가지고 있어요. 가톨릭과 신앙의 뿌리는 같다고 해도, 신부님이라는 존재는 제겐 낯설거든요. 그래서 최양업 신부님과 인간 김효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공통점은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온갖 악조건을 기꺼이 인내하신 최양업 신부님의 인내심을 저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저는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쉽게 화를 내는 편이거든요.”

[크기변환]길위의천국-김효종 최양업신부
'길 위의 천국', 최양업 신부역의 테너 김효종 (사진제공=오렌지오션)

최양업 신부는 12년간 해마다 7천리를 걸으며 가난하고 고립된 천주교 교우촌의 신자들을 보살피다가 과로로 쓰러져 ‘피의 순교자’ 대신 ‘땀의 순교자’가 된 인물이다. 김효종은 그 인물을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싶어 충북 진천의 배티 성지를 찾았다. ‘배나무 고개’라는 뜻의 배티는 당시 사람이 살기 어려운 오지여서, 박해를 피하려는 신자들이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던 곳이다. “최양업 신부님이 걸으셨던 가파른 고갯길을 순례길로 조성해 놓았는데, 그 길을 한참 걷다보니, 자료를 읽으며 막연히 떠올렸던 그분이 바로 눈앞에 계신 것 같았어요. 아, 이런 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하셨겠구나, 하면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사제가 되어 길을 떠나는 최양업 신부
사제가 되어 길을 떠나는 최양업 신부

그러면서 김효종은 배티 성지 최양업 신부 박물관에서 그가 사진으로 찍은 최양업 신부의 흔적들을 보여주었다. 기도하는 최양업 신부의 상. 그가 쓰던 서양 악기, 그가 쓴 서한들이었다.

“최양업 신부님이 정말 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그 삶 안에 크나큰 기쁨이 있었다는 게 느껴졌어요. 삶에 기쁨이 없고 고생만 있다면 누구라도 살 수가 없잖아요. 박영희 선생님의 음악 안에 바로 그런 기쁨과 흥과 신명이 있어요. 특히 국악인 노결이 씨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런 정서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오케스트라 음악이 멈춘 순간의 여백을 채우다

청주 공연 2회에 이어 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3회, 그리고 23일 광주 빛고을문화회관 공연까지 김효종은 총 6회 공연을 혼자 소화해야 한다. 부담감도,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을 것 같았다.

“박영희 선생님이 이전 작품들에 비해 일부러 음악에 여백을 많이 두셨어요. 제가 노래할 때 오케스트라가 이끌어주고 받쳐주는 부분도 있지만, 오케스트라 음악이 멈춘 채 제가 혼자 끌어나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대단히 아름답지만 저에겐 어려운 과제죠. 그런데도 초연 때 무대 위에서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치는 순간들이 있어 그걸 억제하느라 힘들었어요. 사실 연습과정에서는 어려운 일이 없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오페라를 만들다 보면 갈등이나 충돌도 잦은데, 이번엔 참여한 구성원 모두가 작곡가와 일치된 마음으로 작품에 임해서인지 신기할 정도로 트러블이 없었죠.”

1982년 경기도 연천에서 태어난 김효종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밴드부에서 트롬본을 배우면서 처음 음악과 연을 맺었다. 그리고 베토벤을 닮았던 중학교 음악선생님의 영향으로 음악인생을 꿈꾸게 되었다. 트롬본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여건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컴퓨터음악 전공을 거쳐 성악과로 전과했고, ‘인간의 목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니!’ 하는 깨달음과 함께 성악을 천직으로 굳혔다.

연세대 음대 수석 졸업,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 뤼벡 국립음대 석사, 하노버 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졸업이라는 학력에 각종 콩쿠르 수상 경력도 화려하지만, 김효종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내세우거나 과장하는 일이 없었다. 투명한 고음과 탄탄한 가창력을 지닌 김효종은 전형적인 벨칸토 테너로,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오페라에 최적화된 소리다. 브레멘 극장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배역은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테너 주역인 알마비바 백작 역이었다. 후반 고난도의 아리아 <반항은 이제 그만 Cessa di più resistere>을 부른 뒤에는 관객의 박수가 멈추지 않아서 지휘자가 이 아리아의 앙코르를 고민할 정도였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에 등장하는 가벼운 소리의 테너 다비트 역을 노래했을 때는 언론에서 “독일 가수들보다 독일어 딕션이 더 정확한 가수”라는 찬사를 받았다.

김효종은 이번 <길 위의 천국> 공연을 마친 뒤 바로 브레멘으로 돌아가 <마술피리>와 <팔리아치>에 출연한다. 1월에는 <팔스타프>, 2월에는 <사랑의 묘약>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브레멘의 이번 시즌을 마치고 나면 앞으로는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목소리의 폭이 20대보다 넓어지고 풍성해져 독일에서 이미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의 테너 주역 데뷔도 마친 그는 차츰 레퍼토리를 확장하고 있다.

“제 2의 파바로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인간 김효종이 묻어나는 성악가 김효종이었으면 합니다. 세상이 참 악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소방서 앞에 요소수 갖다놓으시는 분들처럼 힘든 중에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을 보면 또 희망을 갖게 됩니다. 나도 힘들지만, 다들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세상이 참 좋아질 것 같아요. <길 위의 천국>을 보신 관객들도 그런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시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동경해온 음악세계로의 진입이 행복한 배우 이윤지

오페라 <길 위의 천국>에는 ‘해설자’라는 독특한 역할이 있다. 작곡가 박영희는 주인공 최양업 신부의 구체적인 행위와 내면을 보여주기 위해 원래 무대 위에 성악가 최양업의 도플갱어 연기자를 세울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수난곡의 복음사가(Evangelist)와 유사한 역할로 발전해, ‘해설자’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해설자는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처럼 당시 조선의 역사적인 상황과 천주교 신자들의 처지를 설명하기도 하고 마치 천사처럼 최양업을 비롯한 다른 인물들의 행위를 지켜보며 기뻐하고 슬퍼하는가 하면 최양업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복합적이고 어려운 배역을 맡아 역사적 초연을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 이윤지를 만났다. TV드라마, 영화,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며 탁월한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일 뿐 아니라 TV 교양 프로그램에도 고정 패널로 출연해 사고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는 이윤지는 무대 위에서의 불꽃 모양 헤어스타일 그대로,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오페라 장르는 처음인데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윤지는 밝고 활기찬 목소리로 대답을 쏟아냈다.

'길 위의 천국', 해설자를 맡은 배우 이윤지(사진제공=오렌지오션)
'길 위의 천국', 해설자를 맡은 배우 이윤지(사진제공=오렌지오션)

“배우인 제가 언제 오페라 무대에 서보겠어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바로 생겼죠. 외가에 음악인이 많고, 저 자신도 음악을 좋아해요. 하지만 늘 동경하는 분야일 뿐 제가 넘보기 힘든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노래가 아닌 대사로 오페라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정말 기뻤습니다. 이번 오페라에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악기 소리, 성악가들의 노래뿐만 아니라 무용수와 국악인까지 출연한다고 하니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예술적인 욕심이 생겼어요. 더군다나 작곡가 박영희 선생님이라는 거장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더욱 이 프로덕션에 몰입하게 되었죠. 박영희 선생님이 만들어주시는 음악의 에너지와 감흥이 정말 엄청난 것이었거든요. 사실 저는 오페라라는 장르의 입문자로 막 발을 들여놓은 사람이잖아요. 마치 어린아이처럼 이 세계가 얼마나 방대하고 이 음악이 어떤 고통에서 탄생한 것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겐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어요.”

해설자 역이 다면적이어서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 어렵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저는 연기자니까 극본의 대사를 외우잖아요. 말을 외우는 거죠. 그런데 이번에는 해설자니까 말이 아닌 글을 외워야 했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죠. 종이로 인쇄해 관객들에게 나눠드리는 게 아니니까, 제 이야기 전달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순교의 현장을 관객에게 보고하는 해설자 역의 배우 이윤지
순교의 현장을 관객에게 보고하는 해설자 역의 배우 이윤지

이번 공연에서 해설자는 무용수들과 함께 상황을 표현하고 감정을 나눈다. 무용수들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저와 호흡을 맞춰주신 무용수들 한분 한분이 너무나 아름다우셨고, 저를 팀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여주신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제가 말로 하는 표현을 동시에 몸으로 해 주시니까 감동적이고 경이로웠죠.”

때론 객관적으로 때론 공감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해설자 역을 연기하면서, 최양업 신부와 순교자들에게 감정이입이 가능했을까? “성악가들이 다들 연기를 너무 잘 하셔서 감정이입이 안 될 수가 없었어요. 관객들도 다 같은 감정을 느끼실 거예요. 성악가 선생님들과 캐릭터나 연기에 관한 대화도 많이 나눴어요. 노래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프로들이셨어요.”

무대 위에서 스스로도 눈시울을 붉힌 이윤지는 공연을 본 뒤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극장을 떠나길 기대할까?

“이 작품을 가톨릭 신앙과 관련된 종교극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염려도 있어요. 하지만 누가 기도하든 누구를 향해 기도하든 가장 큰 에너지를 발휘해야 하는 게 바로 기도잖아요. 박영희 선생님이 멀리서 우리에게 오셨고,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뜻을 이루려고 모두의 힘과 에너지를 모으고 있는 거죠. 그러니 이 어려운 시기에 모두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모두의 이야기로 이 작품을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 연습을 시작할 땐 언제 공연이 올라가나 했는데 오늘 벌써 초연이 이루어졌고 머지않아 끝나잖아요.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누군가의 어제로 인해 우리의 오늘이 있고, 또 오늘의 우리로 인해 누군가의 내일이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종교를 넘어 바로 우리 자신을 향한 오페라인 것 같아서 이 작품에 출연한 것이 너무도 행복하고 영광스럽습니다. 제 삶이 이 오페라를 기점으로 많이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연진의 열정적인 눈빛에 힘을 얻은 작곡가 박영희

두 주역을 인터뷰하고 나니 작곡가와 지휘자 그리고 연출가의 초연 소감이 궁금해졌다. 초연 다음날 아침에 만난 작곡가 박영희는 ‘간밤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밤새 떠올랐어요. 무엇보다도 이 오페라를 작곡하던 기간의 사무쳤던 외로움이 떠올랐죠. 최양업 신부님이 그 힘든 여정 동안 얼마나 철저히 외로우셨을까를 생각했고, 그 외로움을 제가 오롯이 느껴야 이 작품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외부세계를 끊고 정말 외롭게 저 자신과 싸우며 작곡했거든요. 그리고 출연 성악가들과 합창단원들을 처음 만났던 날의 눈빛이 떠올랐어요.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빛나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 그분들의 눈빛을 마주했을 때, 그 순간의 기쁨을 잊을 수가 없어요. 오케스트라를 포함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주셨고, 제가 악보에 쓴 그대로 노래하고 연주해주셨어요.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오페라의 예술총감독을 맡은 지휘자 지중배는 이 큰 책무의 부담감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박영희 선생님을 만나 이 작품을 논의하고 팀에 합류한 지 어느덧 3년입니다. 오페라 제작 전체를 책임지는 예술감독직은 처음이어서, 지휘자로서만 프로덕션을 만났을 때와 달리 매일매일 걱정과 막연한 희망과 불안함으로 지나온 날들이었습니다.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 하나하나 소리가 만들어지고 무대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살아나는 과정이, 이제껏 느껴왔던 재창작을 하는 연주자(지휘자)의 마음이 아니라 글을 쓰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 나아가 건물을 건축하는 일 같았습니다. 관객들이 들어오고 작품이 살아나고, 반신반의하는 중에 뜨거운 박수 소리를 들었을 때만 해도 오히려 ‘드디어 공연 일정이 시작됐구나’, ‘무사히 올라갔구나’ 하며 담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커튼콜을 위해 무대에 올랐을 때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던 합창단 단원들이었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는 모르겠습니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내용은 달랐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은 뜨거운 안도였습니다. 악보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섭외했는데 믿고 같이 동행해준 모두에게 그저 고맙습니다.”

딸 바르바라(장혜지 분)의 결혼을 소망하는 어머니(양계화 분)
딸 바르바라(장혜지 분)의 결혼을 소망하는 어머니(양계화 분)

끝으로 이 프로덕션의 총연출과 제작총괄을 담당한 연출가 이수은의 소감을 들었다.

“연출이란 창작하는 게 아니라 관점을 바꾸는 작업입니다. 오페라를 연출할 때 제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음악이에요. 이 오페라의 박영희 선생님 음악은 듣고 있으면 절로 눈물이 나는 음악이지만, 음악에 양면성이 있어요. 깊은 슬픔과 고통 속에 기쁨이 있다는 거죠. 음악에 유머와 해학이 깃들어 있어 굉장히 재미있죠. 연습실에서 성악가들이 피아노로 연습하다 오케스트라와 연습을 시작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박영희 선생님이 타악기를 아주 다채롭게 사용하셔서요.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이 놀라운 음악 속에 저의 연출을 위한 답이 있었던 거예요. 힘든 상황과 싸우다가 절망에 빠지지만, 다시 용기를 내서 일어나 재건하고... 이게 바로 인간의 길이고 우리 민족이 걸어온 길 아닌가요? 그 길을, 그 해답을 음악 속에서 보게 되니 연출의 길이 보였어요. 오페라 연출은 숨은 그림 찾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장면과 장면으로 끊어지고, 시간상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기도 하는 이 극을 관객에게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무대 위의 해설자와 무용수
무대 위의 해설자와 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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