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희 - 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
연극 <무희 - 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1.11.26 1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당당히 소신을 펼쳐나간 여성들
무희 포스터 (사진제공: 극단 명작옥수수밭)
무희 포스터 (사진제공: 극단 명작옥수수밭)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연극 <무희 – 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가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11월 28일까지 공연 중이다.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등재 4주년을 기념하여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한 국채보상운동 연극 대본(희곡)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어느 마술사 이야기>(1970년대), <세기의 사나이>(1910-1950년대), <깐느로 가는 길>(1990년대), <타자기 치는 남자>(1980년대)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명해 온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이번 공연에서는 1907년으로 시선을 돌려 기억해야 할 과거의 시간과 그 시대를 살았던 소시민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대구 월화장의 기생인 선향은 한때 뛰어난 무희였으나, 임금님이 계신 궁중 연회에서 춤추기를 거부한 일을 계기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동료 무희들로부터 미움과 원망을 받게 된다. 대구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선향의 꿈은 극장을 만드는 것인데, 그곳에서 오로지 춤만을 추기 위해서다. 극장을 지을 땅을 구하러 다니던 그녀는 순영에게서 땅을 사는 조건으로, 순영이 신문에 발표하려는 글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끔 다듬어주게 된다. 

일제가 한국에게 강제 차관토록 해 경제 파탄에 빠트리려 했기에 그 돈을 갚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남성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순영의 글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 역시 국채보상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였다. 그 인연으로 선향 역시 자연스럽게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대구에서 불기 시작한 국채보상운동을 막기 위해 일제는 계략을 세우기 시작하고, 무희로 살아가고자 했던 그녀는 ‘춤’과 ‘나라’라는 선택지 사이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게 된다.

“경고(警告) 아(我) 부인동포라. 우리가 함께 여자의 몸으로 규문에 처하와 삼종지도(三從之道) 외에 간섭할 사무가 없사오나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된 도리에야 어찌 남녀가 다르리오.”

국채보상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의 역사적 격문의 시작 부분이다. 

1907년 대한제국 시기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종속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렀지만, 나라의 위기 앞에 여성들도 국민으로서 적극 동참한 것이다. 역사의 그늘 아래 묻혀 있던 국채보상운동의 여성 주역들 명단이 발견된 것은 108년 만의 일이었다. 연극 <무희 - 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에 등장하는 선향, 순영, 초희, 자옥은 서로 품은 생각도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과 나라를 지키고자 소신을 펼쳐나간다. 1907년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주체적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2021년의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공감, 더불어 국채보상운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뮤지컬 <잭 더 리퍼>, 연극 <헤비메탈 걸스>, SBS드라마 <아모르 파티 - 사랑하라, 지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 김여진이 주인공 선향 역을 맡았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세기의 사나이> 등 수많은 연극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펼쳐온 임정은이 순영 역을 맡는다. 선향을 따르는 말괄량이 기생 초희 역은 뮤지컬 <1976 할란카운티>, 연극 <헤비메탈 걸스> 등에 출연한 카멜레온 같은 배우 구옥분이, 기생을 그만두고 매국노의 첩이 된 자옥 역은 연극 <사랑별곡> <나생문> 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박초롱이 각각 분한다. 

또한 강렬한 존재감의 배우 오민석과 최영도, 그리고 방송과 무대를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주연우가 신 스틸러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작품을 빈틈없이 채워나간다. 여기에 박석원, 김설빈, 조수빈, 강수현, 김수민, 황연수, 강기혁, 신무길, 권나현 등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단원들이 출연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파크와 예스24 사이트에서 예매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