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새해의 설렘으로 다가온 KBS교향악단과 김선욱!
[리뷰] 새해의 설렘으로 다가온 KBS교향악단과 김선욱!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2.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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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철저한 준비로 전쟁을 이긴다”는 의미의 枕戈待旦(침과대단)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옛날 중국 진(晉)나라의 장수 유곤이 매일 창을 베개 삼아 잠을 자면서 아침의 적을 위해 싸움을 준비했다”는 데서 유래한 ‘준비’에 대한 교훈으로 최근 KBS교향악단과 여러 협연자가 함께한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 교향곡 시리즈의 결합은 이를 증명하듯 많은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모두가 사전에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KBS향만큼은 기획으로 3회, 서울시향이 1회, 따라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모두 네 번 만나는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다. 첫 시작은 2018년 11월 KBS교향악단의 유럽투어에서 선우예권의 연주가 있었고 새해 1월 4일 대원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신년 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과 조성진, 25일 서울시향과 보리스 길트부르크 그리고 31일 KBS교향악단과 김선욱의 연주이다. 피아니스트 모두가 같은 곡으로 협연하는 것이 그들에겐 다소 부담이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다양한 피아니즘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공연이었다”는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네 번째 연주자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요엘 레비의 KBS교향악단은 첫 곡으로 올해 150주기를 맞은 프랑스의 대작곡가 베를리오즈를 기념하여 <해적 서곡>으로 새해 정기연주회의 힘찬 시작을 알렸다. 이어 김선욱과의 협연을 통해 KBS향의 탄탄한 베이스와 잘 구축된 관악 사운드는 화려한 현악과 어우러져 라흐마니노프의 장대한 드라마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더욱 화려했던 3악장은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현악의 흐름 속에서 김선욱은 자신의 피아니즘으로 산화하려는 듯 음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다. 이번 협연을 통해 가장 스탠다드 한 모습으로 러시아적인 라흐마니노프를 표현한 김선욱은 한결 가벼운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 보였다. 릴렉스하게 비춰진 그의 모습 속에서 라흐마니노프는 제 색깔을 찾으며 한껏 러시아즘을 발했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마치고 관객들의 환호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with 김선욱,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마치고 관객들의 환호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이 난곡은 당시 젊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에 의해 정복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후 1960년대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가 등장하여 대중적으로 크게 성공할 때까지 30여 년의 공백 속에서 다음 주인을 기다려야만 했다. 지금은 라이징 스타들의 기량이 좋아져 각종 유명 콩쿠르와 협연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레퍼토리이긴 하지만 여전히 피아니스트에겐 넘사벽으로 난곡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마지막 곡으로 펼쳐진 KBS향의 연주곡은 새로운 러시아즘,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이다. 이 또한 KBS향의 연주와 맞물려 작년 선우예권과의 협연에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을 올해 1월 조성진과의 연주에서는 6번 그리고 이번 김선욱과의 연주에서는 4번을 연주했다.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서곡의 출발이 좋았듯 마지막 곡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4번> 또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연주였다. 힘찬 금관사운드로 성공을 예견한 1악장에 이어 2악장은 차이콥스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순응과 아픈 사랑의 슬픔을 떠올리게 하는 애잔함 그리고 익살스런 스케르초 3악장의 현악 피치카토의 화려한 군무, 관악의 흥미로운 스타카토와 선율에 이어 러시아즘 가득한 제4악장은 열정에 찬 38세 젊은 차이콥스키의 극에 달한 희열의 클라이맥스와 어우러져 마지막을 향한 중후한 금관의 힘찬 울림은 올 한해의 시작을 알리며 축복하는 폭죽과도 같았다.

올 연말까지 마지막 임기를 앞두고 있는 요엘 레비는 70에 가깝지만 30대의 차이콥스키처럼 젊음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베를리오즈, 라흐마니노프와 김선욱 그리고 차이콥스키까지 한 호흡으로 장쾌(壯快)한 호연을 이끌어냈다.

공연전 리허설 후 그와의 짧은 만남에서 10년 후 KBS향에 대한 질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것을 그 누군가가 잘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며 “이제껏 모두가 잘 해왔으니 더 성장한 KBS교향악단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미래의 밝은 희망을 이야기 한 요엘 레비... 그의 눈빛을 통해 올 한 해 동안 펼쳐질 KBS교향악단과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와의 마지막 판타지가 다시금 기대된다.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마에스트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 제738회 정기연주회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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