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갑질과 횡포...결국 해고당한 예술감독
[단독] 갑질과 횡포...결국 해고당한 예술감독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12.02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스트리아 린츠주립무용단 린메이홍
린츠주립무용단 외관 (c)린츠주립극장
린츠주립무용단 외관 (c)린츠주립극장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구조적인 권력남용, 단원 계약연장 거부, 전문성 결여, 법적 배려의무 위반, 노동법 위반, 아이디어 도용, 지도력 부재... 오스트리아 린츠주립극장(Das Landestheater Linz)의 무용감독 린메이홍(Mei Hong Lin)이 결국은 해임을 당했다.

무용감독 겸 수석 안무가 린메이홍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 8월 말. 2021/22 시즌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무용단에서 리허설이 재개된 지 2주 만에 그녀에 대한 비난이 일기 시작했고, 사태가 계속 악화되자 결국 경영진은 9월 14일자로 그녀를 해임했다. 린은 글과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한 비난은 거짓이라 반박하고 있지만,  상황을 명확히 밝히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혐의들을 엄중하게 조사 중이다.

극장측은 갈등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일련의 조치들을 취했다. 임시로 무용단 운영 책임을 맡은 헤르만 슈나이더(Hermann Schneider)는 무용단 운영의 역할을 재분배했으며 린츠지역 노동심리 담당기구에 상담을 요청,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방해받지 않고 공정하게 의혹을 조사할 수 있기 위해, 우리는 린 감독에 대한 가장 최근의 주장을 포함한 모든 의혹이 완전히 명확해질 때까지 그녀의 무용감독 겸 수석 안무가 직무를 해제한다고 통보했다“면서, "무대예술은 협력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따라서 린츠 주립극장에서는 감사, 상호존중 및 공정성에 기초한 방식으로 서로를 대하기 바란다. 이러한 원칙을 위반하는 리더십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공정한 예술을 위한 운동본부(art but fair)’가 오스트리아 언론에 밝힌 린메이홍의 문제점들을 정리한 것이다.

린츠주립극장의 예술감독 겸 수석 안무가 린메이홍(c)린츠주립극장
린츠주립극장 무용감독 겸 수석 안무가 린메이홍
(c)린츠주립극장

고용과 해고

대만 출신인 린메이홍(林美虹, Mei Hong Lin)은 로마에서 발레를 공부했으며 주로 유럽에서 활동해왔다. 독일 다름슈타트 국립극장 무용감독으로 있다가 2013/14 시즌 린츠주립극장으로 옮겼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의 한 축제로부터 초청을 받아 린츠주립무용단을 이끌고 공연을 한 적도 있다.

그녀가 다름슈타트에서 린츠로 이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4년 봄 이미 공정한 예술을 위한 운동본부(art but fair)는 공공연하게 그녀와 관련해 발생한 폐해들을 폭로했었다. 이는 유명 안무가/무용수 라슬로 코지슈(László Kocsis)의 극장 앞 단식투쟁으로 이어졌다. 이후 라슬로 코지슈는 무용 분야에서 art but fair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된다.

린츠무용단에서는 린메이홍 취임 이후 8개 시즌 동안 총 40명의 단원과 5명의 발레 마스터가 스스로 계약연장을 포기하거나 린메이홍에 의해 포기 당했다. 시즌당 평균 5명이나 되는 셈이다. 가장 최근의 두 시즌 동안에만 14명의 남녀 무용수가 사임했다. 같은 기간 그라츠, 인스부르크, 잘츠부르크 등 3개 극장을 다 합쳐도 극장을 떠난 무용수는 총 6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그렇게도 어려웠던 2020/21 코로나 시즌에, 린메이홍 감독 하에서 4명의 무용수가 계약연장이 되지 않았고, 5명의 다른 무용수는 ‘자의로’ 떠났다.

전직 단원들에 따르면, 매년 계약연장이 불분명하게 방치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고 한다. 어떤 단원에게는 추후 재고용을 해주겠다면서 계약연장을 안 해주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계약연장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해 단원들을 순종하게 만들며, 예술감독의 작업방식이나 훈련방법에 대한 비판의 싹을 자르는 데 도움이 된다.

린메이홍의 2015년도 안무작 'LALA AUF DER COUCH'  (c)린츠주립극장
린메이홍의 2015년 안무작 'LALA AUF DER COUCH' (c)린츠주립극장

병으로 인한 결근에 대한 과도한 조처들

노동법 위반행위들도 있었다.

무용단에서는 린 감독의 요청에 따라 2020/21 시즌 마지막 공연기간 단원들의 병결(질병으로 인한 결근) 사유에 대한 정보수집에 동의해야만 했다. 병결이 무용을 하기 위한 신체동작에 제약이 되든 아니든, 린 감독은 개인적으로 무용수들의 병결 원인을 매번 꼬치꼬치 물었다. 이는 명백한 노동법 위반이지만 그녀를 말리지는 못했다. 그녀는 그들이 병가를 냈음에도 연락을 취해 회복 상황에 대해 물으면서 즉각 복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말하곤 했다. 수차례 근무복귀를 유도하는 이 집요한 ‘배려’가 이후 한 단원에게는 만성적인 신체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린메이홍의 안무작 '러브레터'  (c)린츠주립극장
린메이홍의 안무작 '러브레터' (c)린츠주립극장

부상에 대한 무시와 배려의무의 위반

2020/21 시즌 린메이홍은 작품 <러브레터> 제작 과정에서 단기간에 너무 많은 런스루(run through)를 시킴으로써, 결국 단원 8명이 부상을 당하거나 극심한 통증을 겪는 상태에서 공연에 임하게 만들었다. 전직 단원들은 이것이 그녀의 신체 문제에 대한 무지, 특히 단원들의 회복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는 구식 훈련방식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습실이나 무대에서 리허설하는 동안 단원들이 심하게 부상을 당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수차례 있었다. 이럴 경우 즉각적인 대처는 커녕, 린메이홍은 여러 번 병원이나 구급대에 즉시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한번은, 다른 단원들이 백스테이지에 부상을 입은 단원이 있으니 무대연습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음에도 그녀는 작품을 끝까지 시연하게 했다,

연습 중 부상당한 무용수를 다른 두 동료가 들쳐 메고 병원에 달려가야 했던 일도 있었다. 왜냐하면 린메이홍이 구급차를 부를 필요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 어떤 무용수가 얼굴을 세게 맞고 쓰러져서 단원들이 뇌진탕을 우려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고 주저하기만 했다. 결국 동료 무용수들이 부상자를 병원에 데려가 머리를 여러 바늘 꿰매게 했다.

전문분야에서의 무능

전직 단원들은 린메이홍의 전문적 능력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들은 자기의 작업 스타일에 필요한 남녀 무용수들을 고를 기회도 부여받지 못한 채 첫 프리젠테이션을 치렀고, 몇 달 후 그들은 계약연장에서 탈락했다. 또한 그들은 그녀가 무용단원들을 제대로 훈련시킬 줄도 몰랐다고 비난한다.

린의 작업방식의 결함에 대한 지적도 있는데, 그것은 혼란스러운 지시사항과 잘못된 정정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단원들의 부상 위험을 증가시키고, 작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나중에 단원들의 무능력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무용수들이 그들의 신체적인 자원이 고갈될 때까지 무자비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비난하며, 많은 전직 단원들은 무용단의 예술적 정체성도 결코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단원들 자신의 안무 아이디어와 창작물은 린메이홍에 의해 인정받지도 못하며, 설사 그 안무의 주요 부분이 무용단원들에 의해 완성된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그램 책자에 실리는 일도 없었다.

린메이홍의 2016년도 안무작 'ORFEO ED EURIDICE'  (c)린츠주립극장
린메이홍의 2016년 안무작 'ORFEO ED EURIDICE' (c)린츠주립극장

인간성과 품위 문제, 저작권 침해

전직 단원들은 중병에 걸렸거나 고령인 친척들을 방문하지 못하게 된 사건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한 단원의 아버지가 사망, 노동조합 계약에 따라 3일의 경조휴가가 허용되었는데 다음 날 그 단원은, 지도부가 당연히 그의 부친상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발레마스터로부터 왜 연습에 불참했는지 추궁을 받았다. 

린은 무용단 운영에 있어서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다. 그 중 하나는 무용수들이 리허설 시작 전에 소도구와 배경 일부를 함께 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물론 무대 기술자와 제작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만약 단원들이 휴가 중 린츠를 벗어나고자 한다면, 휴가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한다는 규칙도 만들었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는 한 전직 단원은 ‘전시회의 사진’을 무용작품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가지고 린메이홍을 찾아갔다. 린은 이에 매우 적극적 관심을 보이며 다음 시즌에 그와의 협업을 약속했지만, 결국은 공동작업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그러고나서는 아이디어 제공자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아이디어 이용에 대한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그것을 자신의 안무작에 사용했다.

대다수의 단원들이 세금 포함 평균 2천유로의 월급 대부분을 비싼 린츠 주거시장에서 높은 임대료, 보증금, 부동산 수수료로 지출해야 하는 반면, 예술감독으로서 매우 좋은 보수를 받는 린메이홍이 지난 2013년부터 사실상 저소득층과 극장 게스트들을 위해 마련된 매우 저렴한 주립극장 사택에 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단원들은 지적했다.

한편 더프리뷰는 art but fair의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한 린메이홍 자신의 의견표명을 요청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