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참관기
2019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참관기
  • 최병주 기자
  • 승인 2019.02.1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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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회째를 맞이한 올해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키워드는 ‘METHOD / SPACE / PRESENCE’

[더프리뷰=요코하마] 최병주 기자 = 지난 몇 년간 후쿠오카 댄스 프린지 페스티벌과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날짜가 겹쳤다. 그런데 올해는 운 좋게도 겹치지 않아 연초부터 양쪽을 다 보는 행운을 잡았다.  

언제 보아도 운치 있는 요코하마 아카렝가 소코(赤レンガ倉庫) 1호관은 때마침 밖에서도 스트로베리 축제를 하고 있어서 그야말로 안팎으로 축제 분위기에 흠뻑 취해 있었다.
 
24회째를 맞이한 올해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의 키워드는 ‘METHOD / SPACE / PRESENCE’이다. 독자적 표현으로 국제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예술가나, 일본, 아시아, 세계 안무의 현재를 감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개막 프로그램인 엘라 로스칠드(Ella Rothschild)의 <Futuristic Space>를 시작으로, <댄스 커넥션> <컴피티션Ⅰ,Ⅱ> <댄스 크로스>, 그 외 TPAM(요코하마 공연예술 미팅)과 연계된 심포지엄이나 야외 퍼포먼스 <아오조라 댄스(青空ダンス)>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1월 31일부터 2월 17일까지 3주에 걸쳐 펼쳐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뭐니뭐니해도 2월 7-10일 개최된 <컴피티션Ⅰ,Ⅱ>일 것이다. 올해는 참가 규모가 역대 최대로, Ⅰ과 Ⅱ를 합쳐 35개국 246단체가 응모했다고 한다.
 
아직 주최측의 공식 서면 발표는 없지만, 경연이 끝난 뒤 현장에서 발표된 수상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2019 요코하마댄스컬렉션 /사진=더프리뷰 최변주 기자
2019 요코하마댄스컬렉션 /사진=더프리뷰 최병주 기자

<컴피티션Ⅱ 신인 안무가 부문> (7-8일, 요코하마 니기와이자 소극장)
▶최우수신인상:오모리 요코(大森 瑤子) <Stars fall in sink-corner strainer>
▶장려상: 간다 쇼운 파레르 (神田初音 ファレル) <Did you forget something?>
요코야마 야에코(横山八枝子)<Silence>
▶베스트댄서상:아오야기 마치코(青柳万智子)<foam>
심사위원: 메즈라시 이키노코 무용단 예술감독・안무가・연출가・댄서 이토 치에(伊藤千枝), 미술가 비비안 사토(ヴィヴィアン 佐藤), 마마고토 예술감독・극작가・연출가 시바 유키오(柴幸男), 댄스매거진 편집위원 하마노 후미오(浜野文雄).

2019 요코하마댄스컬렉션 /사진=더프리뷰 최병주 기자

<컴피티션Ⅱ> 응모 자격은 25세 이하의 신인 무용가이다. 38개 작품 중에서 선발된 12편의 경연이 있었다. 과거에는 천장이 낮고 기둥이 있는 갤러리에서 공연이 행해져 보는 관객도 춤추는 무용가도 불편한 감이 있었지만, 요즘은 조명과 공간이 제대로 확보된 소극장에서 열려 젊은 무용가들의 작품을 만족스럽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중에서 필자에게 인상적이었던 두 작품을 소개하면, 우선 최우수신인상과 터치 포인트 아트 파운데이션상을 함께 수상한 오모리 요코이다. 그녀는 현재 대학생이며 필자가 주최하고 있는 SAI 2018 COMPETITION의 우수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 역시 주로 힙합과 브레이크 댄스를 베이스로 하는데, 일본 컨템포러리 댄스 특유의 콘셉트라고도 할 수 있는 귀여운 여자 아이의 발랄하면서도 날렵한 프레이즈의 연속으로 신선함을 안겨 주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같은 류의 움직임으로 이어져 어딘가 여백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 하나, 장려상을 수상한 간다 쇼운 파레르의 <Did you forget something?>은 일본어 제목이 <사회의 창(社会の窓)>이다. 일본에서는 바지 자크가 열려 있을 때 상대방의 무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사회의 창이 열렸어요”라는 말을 건넨다. 동일본대진재(東日本大震災)가 있은 후 복구 작업도 미처 못 끝냈건만, 2년 후 토쿄 올림픽 결정에 모두들 잊어버리는 무상함을, 자크를 올리는 걸 깜빡하는 풍자로 빠르고 코믹하게 표현해 나간 점이 훌륭했다. 하지만 엔딩을 갑자기 심각하고 느리게 처리하면서 그때까지의 분위기를 깨트린 것 같다.           

<컴피티션ⅠⅡ 공통>
Touchpoint Art Foundation상 : 오모리 요코(大森 瑤子)<Stars fall in sink-corner strainer>

<컴피티션Ⅰ>(9-10일, 아카렝가 소코 1관 3층홀)
▶시비우 국제 연극제상:오카모토 유(岡本優) <MANUAL>
▶MASDANZA상:강수빈 <Cut>
▶젊은 안무가를 위한 재일 프랑스 대사관상:오카모토 유(岡本優) <MANUAL>
▶프랑스국립안무센터 폴로시스상※1): 시모무라 유(下村唯) <Defection for beginners : The country of DREAMS>
▶심사위원상:시모무라 유(下村唯) <Defection for beginners: The country of DREAMS>
▶심사위원 장려상:최명현・노리마츠 가오루(乗松薫)・테츠다 에미(鉄田えみ) <The Ignited Body> 첸이엔(Chen Yi En) <Self-hate>


심사위원: 무용평론가 오카미 사에(岡見さえ), 콘도즈무용단 예술감독・안무가・댄서 곤도 료헤이(近藤良平), 토쿄 데스록 감독・후지미 시민문화회관 예술감독 다다 준노스케(多田淳之介), 댄스매거진 편집위원 하마노 후미오(浜野文雄), 니브롤 예술감독・안무가・연출가・희곡작가・긴키대학 준교수 야나기하라 미쿠니(矢内原 美邦), 재일 프랑스대사관 문화담당관 상송 실뱅(Samson Sylvain), 프랑스 문화원 요코하마 관장 자비에 페르송(Xavier Person), 프랑스 국립무용센터 부감독 에마르 크로니에(Aymar Crosnier). 그 밖에 외국 축제나 재단이 제공하는 상은 해당 기관 책임자의 심사로 이루어졌다.

<컴피티션Ⅰ>에서는 응모한 35개국 208작품 중에서 일본, 한국, 중국, 필리핀, 라트비아 5개국의 10작품이 선정, 파이널리스트로서 경연을 벌였다.  

다들 두 작품이 문제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나는 한국과 일본, 또 하나는 일본, 토고, 대만 무용수로 구성된 공동작업의 산물이었다. 이 두 작품은 공동작업만이 아니라 그 테마가 차별 당하는 약자를 대변한다는 점, 주된 요소가 관객에게 자신들의 수치를 유머러스하게 들려 준다는 점, 테크닉에서 탈피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점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장려상을 수상한 최명현・노리마츠 가오루・테츠다 에미의 <The Ignited Body>는 필자가 주최하는 SAI 2018 경연대회에서도 심사원 만장일치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었다. 뚱뚱한 두 명이 일본 봉오도리와 함꼐 노래하면서 등장하는 이 작품은 급기야는 옷을 벗어가며 질의응답하면서 그 답을 매직으로 서로의 몸에 낙서하는 행위로, 후반부는 마치 레슬링 선수들처럼 바닥에 자신들의 몸을 내동댕이치고 괴성을 지름으로써, 뚱뚱한 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오히려 적나라한 자기폭로로 맞서 표현, 관객들을 유쾌하고 시원하게 했다.

'최명현', '노리마츠 가오루', '테츠다 에미'는 2018년 성균소극장에서 개최된 2인무 폐스티벌에도 참여 했었다.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최명현・노리마츠 가오루・테츠다 에미의 <The Ignited Body>는 2018년 성균소극장에서 개최된 2인무 폐스티벌에서 공연된 바 있다.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최명현', '노리마츠 가오루', '테츠다 에미'는 2018년 성균소극장에서 개최된 2인무 폐스티벌에도 참여 했었다.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발화된 몸(the Ignited Body)'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최명현', '노리마츠 가오루', '테츠다 에미'는 2018년 성균소극장에서 개최된 2인무 폐스티벌에도 참여 했었다.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발화된 몸(the Ignited Body)'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최명현', '노리마츠 가오루', '테츠다 에미'는 2018년 성균소극장에서 개최된 2인무 폐스티벌에도 참여 했었다.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발화된 몸(the Ignited Body)' /사진 = 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프랑스 국립안무센터 폴로시스상과 심사원상을 수상한 시모무라 유의 <Defection for beginners: The country of DREAMS>는 사각틀들을 두서없이 잔뜩 쌓았다가는 옮기면서 쉼없이 영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계속하는 가운데 흥미롭게 전개된다. 아무렇게나 쌓아 놓고는 “이게 뭐야?” 하면 “토고 스타일이야”하는 식으로 국적이 다른 세 출연자의 배경과 개성을 유머러스하게 주장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차별의식에 대항한다.

그러나 두 작품은 상당한 문제작이었음에도 불구, 전자는 서로 사인이 안 맞았는지 마지막에서 절정에 달하지 못한 채 불완전연소로 끝난 점, 후자는 끝까지 오리지낼리티를 지키지 못하고 후반에 테크닉을 사용한 점이 매우 아쉬웠다.  

총평으로 콘도즈무용단 대표인 안무가 곤도 료헤이의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파이널리스트로서 공연하거나 수상함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부터가 출발”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와 함께 첫째, 작품에서 목소리를 사용할 때는 특히 주의할 것, 둘째, 영상을 쓴 작품들이 서류심사 영상과는 많이 달랐다는 것, 셋째, 20분까지라고 해서 그걸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세세한 지적도 있었다.
 
※1)페스티벌이나 워크숍 참가 등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한 신설 기금.

(필자는 재일 무용이론가이자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SAI페스티벌 예술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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