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시벨리우스 교향악의 진수! KBS교향악단 제783회 정기연주회
[공연리뷰] 시벨리우스 교향악의 진수! KBS교향악단 제783회 정기연주회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11.03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2년 10월 29일 아트센터 인천 콘서트홀
Editor Mari Kim
KBS교향악단 제783회 정기연주회
포스터
(사진제공=KBS교향악단)

[더프리뷰=인천]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어느 사이에 시벨리우스는 우리나라 교향악 무대에 친숙한 작곡가로 자리 잡았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향 양대 오케스트라의 수장을 요르마 파눌라의 제자들이 차지하면서 정기 연주회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이전에는 감상하기 쉽지 않았던 교향곡과 관현악 작품이 연주되고 있다. 북구 특유의 서늘한 정서와 설화를 바탕으로 한 토속적인 멜로디 그리고 광활한 대자연의 기개를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고 있어 음악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다.

 

ㅍ
피에타리 인키넨 지휘 모습 (사진제공=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피에타리 인키넨은 취임연주회부터 남다른 솜씨로 <카렐리아> 서곡과 <레민카이넨> 모음곡을 들려줬고 이후 <핀란디아>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시벨리우스에 관한 한 최정상급 지휘자임을 확인시켜 주었는데, 이번에 대한민국 초연을 이끌어 낸 것은 초기의 대작 <쿨레르보> 교향곡이다. 이것은 상임지휘자의 의지와 사무국의 기민한 기획력이 낳은 쾌거이다. 작곡가 초년의 성공작이지만 이내 공개를 허락하지 않아 오랫동안 연주되지 않았던 곡이다. 그러다가 거장 베르글룬트가 최초로 녹음하고 연주하면서 알려지게 되어 최근까지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라면 당연히 도전해온 멋진 작품의 실연을 접하다니, 감격스럽다. 라이브가 주는 감동은 어떤 좋은 음반에도 비교될 수 없다.

 

(사진제공=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제783회 정기연주회 (사진제공=KBS교향악단)

핀란드 구전 서사시 <칼레발라>에 기반한 다섯 악장의 작품이지만 바그너 악극의 이중창을 방불케 하는 누이와 쿨레르보의 대화로 이루어진 제3악장이 하일라이트를 이룬다. 마지막 합창으로 이루어진 제5악장은 드라마틱하면서도 감동적인 마무리다. 나머지 관현악 악장은 전주와 간주의 역할을 충실하고 효과적으로 한다. 웅장한 파괴력은 상대적으로 덜했지만 민속음악의 토속적인 선율에 기반하고 비교적 현대적이면서 거대한 스케일의 화려한 관현악법을 구사한 대작이다.

이 작품에서 인키넨은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한 묘사로 손에 잡힐 듯한 환상적인 연주를 이끌어 냈다. KBS교향악단의 기능적인 완성도가 최고조에 달한 연주이기도 하지만 소프라노 요한나 루사넨-카르타노와 바리톤 톰미 하칼라와 같은 세계 최정상급 핀란드 가수들의 소박하면서도 간명한 선율이 캐릭터를 잘 살린 파워풀한 연주로 흥분을 더했다. 솔리스트와 합창단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차례로 불을 뿜은 제3악장은 인키넨이 분주한 지휘봉을 통해 긴장감있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그리고 극의 짜임새있는 전개보다 간주곡으로서 의미가 있을 제4악장의 순음악적 흥취가 훌륭했다.

 

소프라노 요한나 루사넨 (사진제공=KBS 교향악단)
소프라노 요한나 루사넨-카르타노 (사진제공=KBS교향악단)

이 공연이 더욱 흥미로웠던 점은 이날의 연주를 위해 특별히 내한한 YL 남성합창단이 연주에 앞서 시벨리우스의 합창곡 두 곡을 아카펠라로 선사했다는 것이다. <항해 Venematka>와 <내 심장의 노래 Sydämeni laulu>. 각각 고요한 서정성과 잘 짜여진 구조미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슴 뭉클한 장면을 본격적인 오케스트라 연주 전에 선사함으로써 먼길을 마다않고 날아온 이들의 노고가 더욱 빛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