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쓰다-1] 춤과 제도 '무용인 생존분투기-예술하면서 살아남기'
[춤을 쓰다-1] 춤과 제도 '무용인 생존분투기-예술하면서 살아남기'
  • 박성혜 무용평론가
  • 승인 2022.12.15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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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하며

춤은 언제나 인류와 함께했고 인간의 감정과 정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접점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춤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현상과 논의를 통해 우리의 시각을 환기하고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춤을 통한 다양한 논의의 전개가 가능하다. 이는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었던 동작과 몸짓, 감정 표현에서 시작해 의식적이고 어느 때는 집단적이기도 했던 어떤 행위에 대한 역사, 정치, 인류학, 사회학적 접근이기도 하다. 본 연재는 무용이론연구자 모임인 댄스&미디어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이자 얻은 것들의 본격적인 공유이기도 하다. 이는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 보다 현실적이고도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공존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인 동시에 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의 발산이다.

연재순서

1. 춤과 제도 “무용인 생존분투기-예술하면서 살아남기”

2. 춤과 정치 “춤은 정치와 어떻게 연결되는가”

3. 무용생활연구(1) 판을 뒤집는, 무용(無用)하게 무용(舞踊)하는 사람들

4. 무용생활연구(2) 평범하게 때로는 비범하게

5. 브레이킹, 불모지에서 꽃 피기까지

6. 브레이킹, 2024 파리 올림픽에 입성하다

7. 춤과 무용의 위계와 맥락

8. Choreography의 여러 의미들

광화문 지하철 입구 벽면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의 예술인 고용보험 홍보 게시물(사진제공=박성혜)
광화문 지하철 입구 벽면에 위치한 근로복지공단의 예술인 고용보험
홍보 게시물 (사진제공=박성혜)

춤과 제도 “무용인 생존분투기-예술하면서 살아남기”

[더프리뷰=서울] 박성혜 무용평론가(댄스&미디어연구소 부소장) = 춤추는 사람은 어떻게 먹고 살까? <스트리스 우먼 파이터>의 최종 우승자인 혀니 제이는 프로그램 인터뷰 중에서 코로나 19 때문에 한 달에 100만원 못 미치는 수입이었다고 말한다. 그나마 힙합을 추는 그녀는 레슨, 방송 출연, 백댄서 공연 활동 등 다양한 수입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막상 팬데믹 상황에서 대면이 불가능해지자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었음을 스스로 밝히면서 출연 동기를 말한다. 그런데 자신의 예술 활동으로 수입을 낼 수 없는 순수 무용의 경우 이보다 더욱 심각하다. 지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 발표한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문학, 미술, 영화, 연극, 무용, 음악, 국악 등 순수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절대 다수가 자신의 예술 창작 활동을 통해 얻은 수입이 일 년 동안 몇 백 만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일 년 동안의 예술 활동 수입이 문학 472만원, 미술 488만원, 영화 900만원, 연극 510만원, 무용 520만원, 음악 412만원, 국악 381만원이다. 단도직입으로 이래서는 못 산다. 일 년에 이런 수입으로는.

경제적인 요인 못지않게 예술 활동을 하면서 겪는 정신적, 사회적 문제도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위협한다. 소위 갑질이라고 할까? 무용인들의 경우 예술 활동을 하면서 부딪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들을 만난 수도 있는데 가령 페이백, 공연 입장권 강매, 임금 지급 지연, 사업과 별개 업무 지시 및 강요, 성희롱과 성폭력, 폭언과 폭력, 가스 라이팅과 같은 부당하고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겪게 되면 예술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지고 심지어 예술계를 떠나는 일마저 발생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자신의 예술 활동을 지속적으로 보장 받으면서 안 죽고 살 수 있을까? 대부분이 예측 가능한 대로 무용인들 상당수가 부업으로 다른 일을 한다. 요가, 필라테스, 무용 강습을 하기도 하고 카페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한다. 남자들은 택배나 배달, 대리운전 등 별별 일들을 병행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을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한다는 암담함도 존재하지만 심할 경우에는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이 예술가인지, 아니면 취업을 못하는 알바생인지도 모호해 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 개인사업자들인지라 4대 보험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제일 취약하다. 그야말로 사회안전망에서 제일 먼저 누락되거나 소외되는 위험군에 속한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특히 지난 코로나 19라는 대재앙 속에서 예술가들을 사회 안전망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도록 고용보험 적용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프랑스의 앵떼르미땅과 독일, 스웨덴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도 적극 검토해서 마련한 제도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기본적으로 2년 동안 예술 창작 수입이 월 50 만원 이상 9개월 존재했고 고용보험에 가입했다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급 조건을 세밀하게 따져 보면 일반 근로자들 보다는 낮고, 쉽게 책정해 조금은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정작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이런 제도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알고 있더라도 어떻게 보험료를 받을 수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절차와 형식을 갖추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장르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공연예술, 그중에서도 무용 분야에 국한해서 중점 포인트를 살펴본다. 명심하고 당당하게 실업급여를 받아 보자.

1. 계약서는 꼭 쓰고 연습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고용보험, 뿐만 아니라 당신이 예술 활동을 했다는 모든 것의 증명과 보증, 안전과 정당한 대우의 기본 증명은 계약서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계약서 작성은 필수다. 다 알고 지내는 사이에 그런 것을, 혹은 교육의 일환이니까, 아니면 출연료가 너무 적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가 민망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계약서는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 최근에는 공적 기금 사업에는 계약서 첨부가 필수인지라 기금 사업이 많은 무용의 경우 계약서를 비교적 많이 작성한다.

정작 작성을 하더라도 어떤 계약서는 공연 일시만 명시한다. 세상에 연습 없는 공연은 없다. 연습도 시간을 들이고 열정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실제 공연 내용과 타당한 연습시간이 계약서에 적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은 당신이 정당하게 일한 노동의 시간이며 당연히 실업급여에 포함되는 노동의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고용보험 수급 조건에 필요한 요인 중 하나가 기간이다. 24개월 동안 9개월을 일한 증명 말이다. 공연일수만 명시한다면 아무리 BTS도 24개월 중 9개월은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계약서에 연습, 준비 기간을 포함해서 작성해 주고받아야 한다.

2. 무용인과 근로복지공단

무용인들에게 친근한 정부기관은 아무래도 문체부다. 혹은 각종 문화재단이나 극장, 공공기관 내의 문화 관련 부서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예술인이니 당연한 귀결이지만 사회와 연계된 사회구성원인 이상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근로복지공단이다. 사회보장제도의 대부분은 고용노동부나 보건복지부 관할이고 이에 실업이나 상해는 고용노동부, 건강과 연금은 보건복지부인 관계로 적게 벌고 가난하게 살더라도 오래 동안 예술 활동하려면 조금은 친해져야 하는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실업급여와 상해보험은 근로복지공단이 담당한다. 공단 측에서도 최근 예술인 고용보험을 시행하면서 예술인 전담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2020년부터 시행되었는데 2년이 조금 넘은 현재 15만 명이 넘게 가입했다. 무용인들은 자신의 고용보험 가입 여부도 잘 모르는데 만약 기금 관련 사업에 참여했다면 서류 작성 시 세금 제했고, 더불어 고용보험료 몇 천원 지불한 기억을 상기하면 된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신고를 해야만 하는데 대부분 이 부분에서 아득해 한다. 모르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행정서식은 낯설고, 문의해도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진정해야 한다. 안 쓰던 용어요, 대화가 조금 어색한 거다. 아무리 그래도 기금 정산인 e-나라도움이 보다 쉽고,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당황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해결이 어렵다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문의해서 알아보면 된다. 무용의 경우에는 특성상 매년 1월부터 3월까지가 일이 없다. 기금 발표는 아직 나지 않았거나 결과 발표가 되었더라도 본격적인 시작을 하지 않았을 때, 소위 농한기에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최소한 월 60만원 내외에서 200만원까지 가능하니 정당하게 신고하고 당당하게 받으면 된다. 대한민국은 무용인들의 노고에 의당 그 만큼은 보상해 주고 보호해 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아직은 좀 더 수정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말이다.

3. 무용인의 권리와 인권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라는 말을 예술계 현장에서 많이 듣는다. 예술적 자존감 하나로 살아 온 사람들이란 뜻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예술가에 대한 존경과 특별함에 경외감을 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정신적, 인격적 모독과 권리가 침해당하면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무관하게 일순간에 무너진다. 이러한 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9월부터 시행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권리보장법)을 통해 예술인들의 권익과 창작의 자유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이 법의 배경은 블랙리스트 작동에 근거해 시작되었고 또 제정되었지만 법안의 내용을 보면 예술인의 권리와 환경 개선 그리고 성희롱과 성폭력 전반에 걸쳐 보호 조치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이나 사회에서 금기시어 왔던 가벼운 성희롱부터 임금 체불, 장시간과 시간외 근무 같은 상식적인 지점들이 무시되는 경우에 처한 예술가들을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관행, 관습, 교육의 일환이란 명목으로 사업 주체자, 상급자, 선생, 선배, 관계자 등 위계 상 상급자가 가하는 다양한 부당함을 신고할 수 있다. 무용의 경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행들과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언행이 간간히 발생해도 그냥 지나가거나 묻히기 일쑤였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면 예술가들 편에서 도와줄 수 있는 법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문체부나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는 신문고에 신고하면 된다. 성희롱, 성폭력은 제3자가 신고해도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무용수 출신이다.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감히 한 마디 한다면 억울하고 불합리한 일을 겪었다면 이제 혼자 해결하거나 무용계를 떠나는 고민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일이 발생하면 신고하고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예술인들 대부분은 조금 가난해도 지속적인 예술 활동을 원한다. 큰 욕심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예술인 그 자체로 존중받고 사회인으로 정당하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무용인들도 마찬가지이다. 부귀영화 누리려고 춤을 추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예술은 당장에 성과가 나오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등한시 당한다. 하지만 순수예술이야말로 가장 기본이며 근간을 이루는 분야인 관계로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무용도 이에 속하고 따라서 무용인들의 지속적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불어 종사자 모두가 손상되거나 무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나름의 법률을 마련했고 제도화하려고 한다. 신생된 법안이고 아직 제도가 정착이 되지 않아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지하고 활용되기를 고대한다. 가해자가 처벌되는 것도 방법이지만 먼저 인지하고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지책이니 말이다. 더불어 이제부터라도 낡은 관행은 사라지고 서로 존중하고 예술 하는 무용계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제도는 날로 발전하고 그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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