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3색 오페라축제 '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
3일3색 오페라축제 '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3.06.0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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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 'OHF' 포스터
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 'OHF' 포스터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동시대 관객이 공감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소극장 오페라 공연의 새로운 전범을 보였다"는 평을 받아온 연출가 정선영의 <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가 6월 21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영등포아트홀에서 펼쳐진다.

이번 공연은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가 ‘음악으로 읽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지난 10여 년간 개발해온 오페라 중 이건용 <봄봄>, 비제 <카르멘>, 베르디 <오텔로> 세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봄봄>, 교과서 속 명작을 눈과 귀로 즐긴다

청소년 필독작으로 꼽히는 김유정의 단편소설을 오페라로 극작 및 작곡한 이건용의 <봄봄>은 언어의 감정과 성격이 그대로 음악화되어 우리말로 재밌고 쉽게 들리는 작품이다. 교과서에 실린 누구나 아는 이야기가 음악, 무대미술, 연기로 구현돼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키가 다 커야 혼례를 시켜준다"는 오영감의 말에 몇 년째 머슴살이를 하는 길보와 그 모습에 애태우는 순이가 등장하는 <봄봄>의 무대는 마당극처럼 열린 구조로 구성해 경계 없는 소통이 이뤄진다. 작곡자 이건용의 해설과 함께 결말 역시 관객의 개입을 통해 새로운 해결의 에너지를 얻도록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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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봄봄(1)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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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봄봄(2)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오텔로>, 진실게임 속 아픈 열등감에 공감하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베르디 <오텔로>는 용감한 장군 오텔로, 그의 아내이자 귀족의 딸로 순수하고 열정적인 데스데모나, 오텔로에게 앙심을 품은 이아고가 부부 사이에 계략을 펼치면서 진실을 눈멀게 하는 거짓, 스스로를 불안에 몰아넣는 열등감이 무대 위에 거대한 파도처럼 쏟아진다. 여기에 무대 위로 직접 오른 연출가의 극적인 내레이션과 극의 흐름을 함께 이끄는 음악감독의 피아노 연주가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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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오텔로(1)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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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오텔로(2)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카르멘>,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자유와 사랑을 쫓다

메리메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카르멘>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연약한 비련의 여주인공들과 달리 자유분방한 집시이자 사랑을 마음껏 구가하는 카르멘이라는 캐릭터로 인해 당대에 큰 충격을 안겼던 작품이다.

공연예술창작소 예술은감자다가 선보이는 <카르멘>은 타인의 모함과 공격에 굴하지 않고 누군가의 지배나 지시도 받지 않는, 심지어 사랑에 있어서도 독립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무대에는 가수 카르멘 외에도 무용수 카르멘 2명이 함께 올라 춤과 노래로 자유와 사랑을 쫓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인문학자 박소영의 해설이 더해져 장면과 음악 사이를 흥미롭게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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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카르멘(1)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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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F 카르멘(2) (사진제공=예술은감자다)

 

책보다 쉽고 영화보다 재밌는 씬 스틸러 ‘공연 자막’

흔히 오페라 감상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로 언어를 꼽는다. 예술은감자다가 만드는 오페라의 특징은 공연의 적극적인 조력자로 ‘개성 넘치는 자막’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소리의 변형이 생기기 때문에  이탈리아어, 독일어 등을 모른다면 장면과 노래를 즉각 이해하고 즐기기가 쉽지 않다. 연출가 정선영은 이 부분을 ‘일생의 화두’로 꼽는다.

“최근 해외에서 인정받은 우리 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영어로 맛깔나게 번역된 자막이다. 오페라 역시 텍스트 전달의 혁신이 필요한 때이다. 예술은감자다는 2015년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을 각색한 <양촌리 러브 스캔들>에선 무대 중앙에 위치한 뭉개구름을 활용해 말풍선처럼 대놓고 한국어 자막을 투사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와 자막이 한눈에 들어온 덕분에 ‘한국어를 듣는 것 같다’는 평도 들었다. 이번에도 텍스트들이 주요한 역할을 하니 눈여겨보길 바란다.”

오페라에 특화된 연기법을 연구하는 ‘오페라액팅랩’

예술은감자다가 제작한 오페라를 보면 무대 위 젊은 성악가들과 함께 탄탄한 앙상블이 눈에 띈다. 소위 그랜드(대형) 오페라의 ‘스타 중심’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다. 스타 한 명이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사람이 마음 모아 함께할 때, 오페라가 ‘극’으로서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그림이다. 여기에는 오페라 상설 연구기관 ‘오페라액팅랩’이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연출가 정선영은 “국내에서 통상 진행되는 오페라 프로덕션 준비 기간만으로는 성악가들의 체계적인 연기력 축적과 향상이 어려워 2020년부터 오페라 단원 교육시스템인 오페라액팅랩을 시작하게 됐다”라면서 “예술은감자다를 오페라단이 아닌 ‘공연예술창작소’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극’에 대한 본질을 추구하며 오페라를 제작하려는 단체의 목표를 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모두를 위한 오페라, 관객 참여 프로그램

이번 <오페라 하이라이트 페스타>가 관객 저변 확대를 염두에 두고 열리는 만큼 공연 전후로 오페라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자리도 함께 마련된다. 6월 9일(금)에는 음악평론가 장일범의 진행으로 주요 오페라 아리아를 미리 들을 수 있는 <오페라 티타임>이 열리며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참석할 수 있다. 6월 24(토)에는 오페라 <오텔로> 공연 종료 직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생생하게 주고받으며 공연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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