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 문화예술 활성화 위한 정책적 노력 더 필요
[더프리뷰 칼럼] 문화예술 활성화 위한 정책적 노력 더 필요
  • 이인권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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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이인권 예술경영 컨설턴트

경제이론 측면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두 가지 성향을 띠고 있다. 배타적으로 자기 실리를 추구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와 서로 협력하여 환경을 향상시키려는 이타적 ‘호모 레시프로칸스’(Homo Reciprocans)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인 속성을 갖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로서는 효용성을 극대화 시키려 하며 생산자는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말하자면 두 가지 유형은 추구하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의 민간 영역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에 공공 분야는 호모 레시프로칸스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은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공공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문화예술 활동은 이 두 가지 상반된 가치를 균형 있게 담아내야 한다. 그래서 예술가와 관객, 또 이들을 위해 예술 행정이나 예술경영을 수행하는 전문 인력들에게는 각별한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예술의 창작과 향유를 통해 지역사회의 품격을 높이며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는 사명이 있으면서도 그에 필요한 재원, 곧 ‘돈’이라는 수단의 확보와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운용이 관건이 된다.
전국의 문화예술 공간들이 지역 시민의 문화 향수권 충족과 문화예술인 창작활동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목적으로 많이 건립되었다. 그러나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정부도 문화예술 공간의 하드웨어를 건축하는 데에는 지원을 해왔지만, 운용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콘텐츠를 구축하는 면에서는 적극적인 지원이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문화예술 공간의 기반시설은 있으나 그 규모 있는 시설을 채울 수 있는 운용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는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적으로 지역 문화예술회관 운영 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약 91%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금 등 기타 재원이 9%를 차지하고 있다.

운영지출예산을 보면 평균 인건비 41%, 경상비 39%로 운영관리비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예술창작을 위한 사업비는 20%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실정에서 정부는 문예 진흥기금 모금 제가 폐지된 후 2004년 4월에 공공복권 판매에서 얻어지는 수익금 일부를 문화예술진흥에 사용토록 하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을 시행하였다.

문예 진흥기금을 대체할 재원의 조성이 절실해지면서 마련된 복권수익금을 통한 문화예술계 지원은 복권사업이 일부 사행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음을 감안하여 수익금을 문화예술이나 복지 등 사회의 공익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 등 문화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이 제도는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이 소요되는 문화나 복지 분야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화예술 부문에 지원되고 있는 규모는 국가별로 15∼2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복권판매로 조성된 기금 중 일정 부분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회관의 특별프로그램 개발지원사업에 충당하게 하였다. 여기에는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이 직접 제작하는 무대창작품과 전문 순수예술단의 지역 순회공연, 그리고 교육프로그램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그동안 사업비 부족으로 규모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없었던 지역의 문화예술회관들이 공연기획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게 해 주는 중요 정책 전환점이 되기도 하였다.

영국은 1994년 국민복권제도를 도입하여 여기에서 얻어진 수익금을 문화예술진흥사업에 배분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소가 된 바 있다. 그러나 복권기금 배분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의 공공재원을 감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가 확고하게 정착된 영국을 포함하여 문화선진국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모든 부문에서 지역의 균형발전이 잘 이루어진 선진국의 여건과 달리 아직 중앙과 지방의 문화 격차가 심한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복권기금 지원에 대해 주도면밀한 계획을 수립하여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기에다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지금 시대는 문화예술이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차 순위 예산 책정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처럼 고도의 물질 풍요를 누리는 여건에서도 행복지수가 세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것은 정신적 ·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바로 문화예술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하는 중요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은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다.

   

 

이인권 칼럼니스트
이인권 칼럼니스트
camter@daum.net
예술경영 컨설턴트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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