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가 흐르는 영화! ‘영 빅토리아’
슈베르트가 흐르는 영화! ‘영 빅토리아’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3.13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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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이 펼쳐지는 3일간 ‘슈베르트 3대 연가곡’ 전곡 연주
예술의전당,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젊음의 노래”
영화 ‘영 빅토리아’(Young Victoria, 2009)_포스터 (c)네이버 영화
영화 ‘영 빅토리아’(Young Victoria, 2009)_포스터 (c)네이버 영화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물 끓는 주전자에서 증기기관을 발견한 와트(James Watt, 1736-1819), 그의 증기기관은 범선의 시대에서 증기선으로, 마차에서 증기기차로, 당시 첨단 과학문명은 팍스 브리태니커(Pax Britannica)의 시작이자 유럽 제국주의에 불을 댕기는 1차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석탄으로 구동하는 증기기관이 하마터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우여곡절이 있었다는데, 문제는 ‘석탄’이었다.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신은 운명적으로 영국을 선택이라도 한 것처럼 때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영국에서 엄청난 매장량의 석탄광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유럽은 영국을 중심으로 열강들과 더불어 치열한 식민제국주의 늪에 빠져 들어갔다.

대영제국 빅토리아 시대

와트가 세상을 떠나던 바로 그해 훗날 영국을 대표하는 여왕이 될 빅토리아(Victoria, 1819-1901)가 태어났다. 그녀는 대영제국, 아일랜드 연합왕국과 인도의 여왕으로 64년 동안 재위하며 안정적인 왕권을 수립.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영국 왕실 전통의 시작과 더불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인 ‘빅토리아 시대’를 열었다.

영화(감독-장 마크 발레, 주연-에밀리 블런트, 루퍼트 프렌드)는 제국주의의 잔혹사를 다루지 않는다. 왕실 내 권력투쟁 또한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빅토리아 여왕과 남편 앨버트 공의 로맨스를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다. 잔잔히 흐르는 스크린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바로 슈베르트 3대 연가곡 중의 하나인 <백조의 노래> 중 ‘세레나데’이다. 영화의 배경음악은 ‘세레나데’를 여러 형태로 변주한 음악들로 영상과 결합하여 한층 더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사운드 트랙은 수많은 영화와 TV방송음악을 통해 신고전주의적 어법으로 컨템퍼러리 음악을 펼치고 있는 영국의 일란 에쉬케리(Ilan Eshkeri, 1977~)가 맡았다. 주요작품으로는 영화 니벨룽의 반지(2004), 한니발 라이징(2007), 닌자 어쌔신(2009) 등이 그의 작품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영상의 배경 뒤에 식민제국주의 시대의 고통이 숨겨진 영화는 슈베르트 음악으로 가면을 뒤집어쓴듯하다. 고통의 시대지만 음악으로 고통을 애써 외면하는 듯 흑과 백, 듀얼리즘의 교묘한 공존이 느껴진다. 마치 슈베르트의 이중성과도 같다. 슈베르트는 평생 고통, 외로움, 질병과 같은 죽음의 단어를 옆에 두고 살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음악이 항상 그의 곁을 지켰다.

(사진제공=오푸스)
(사진제공=오푸스)

<백조의 노래>를 남기고 전설이 된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돈을 위한 것도 아니었고 명예를 위한 것도 아니었다. 머리에 떠오르는 악상을 단지 그대로 악보에 옮겼을 뿐이다” 그에 대한 전기를 쓴 누군가의 표현이다. 이처럼 슈베르트에게서 음악만큼은 신의 축복을 받았다.

'슈텐트혠(Ständchen)'이라고 불리는 <백조의 노래> 중 이 ‘세레나데’는 전 세계 연인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곡으로 “남자가 연인의 창문 아래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가 있는데 바로 '예술가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의미심장한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래서인지 슈베르트는 <백조의 노래>를 작곡한 그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났다. “평생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에 단 한 번 운다”는 백조에 대한 속설처럼 결국 슈베르트는 3대 연가곡 중 마지막 유품 <백조의 노래>를 남기고 전설이 되었다.

이렇게 영화는 슈베르트를 녹여가며 빅토리아와 앨버트 공과의 러브라인을 너무나 아름다운 화면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과거 1967년 작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이 흐르는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흐르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자연과 연인과의 사랑 그러나 비극의 결말처럼 이 영화 또한 앨버트 공의 죽음으로 슬픔의 결말을 짓는다. “우리의 인생에서 사랑을 빼면 무엇이 남습니까?”라고 탄식하듯 그녀의 글썽거리는 눈과 말에서 한동안의 먹먹함이 가슴과 귀에 맴돈다.

장티푸스를 앓은 앨버트 공은 42세에 부인 빅토리아의 품에서 세상을 떠났다. 남편을 잊지 못한 빅토리아는 81세로 죽을 때까지 매일 남편의 의상을 준비했다.

영화의 역사적 배경을 이루는 와트와 증기기관, 석탄, 1차 산업혁명 그리고 영화에서의 화려한 왕궁,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사랑 그리고 슈베르트... 이 모든 게 마치 한 호흡으로 전개되는 오페라의 무대를 보듯 영화는 모두를 아우르며 우리에게 한 시대 역사의 흐름과 불멸의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오푸스)
(사진제공=오푸스)

 

"영화 같은 3일간의 사랑!!

영화 <영 빅토리아>의 세레나데를 무대에서 만난다!

젊은 슈베르트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랑과 절망을 듣는다.

두 명의 영국 신사, 이안 보스트리지와 줄리어스 드레이크"

 

가정의 달 5월, 따스한 봄에 열리는 2019 서울국제음악제의 그 첫 무대가 우리 곁에 영화처럼 펼쳐진다. 31살에 멈춘 청년 슈베르트를 기리며 “젊음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그의 3대 연가곡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가 3일간(5월 10일, 12일, 14일)에 걸쳐 전곡이 무대에 펼쳐진다.

서양음악사에 있어서 중세의 음유시인으로부터 슈베르트에 이르기까지 천년이 넘는 세월을 관통하며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이 탄생하기까지 독일 예술가곡, ‘리트’라는 낭만적이고 섬세한 장르의 탄생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인 괴테, 자이들, 하이네, 렐슈타프, 뮐러 같은 시인들이 봇물처럼 쏟아내는 음악적인 운율과 리듬들이 내재된 시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낭만주의적인 토양 가운데 슈베르트의 음악은 600여 곡의 가곡들과 함께 최고의 절정을 이루었다.

영화같이 펼쳐지는 3일간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의 전곡 연주를 통해 최고의 슈베르트 스페셜 리스트, 이안 보스트리지와 앙상블 피아니즘의 절정을 보이는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무대는 어쩌면 서울국제음악제의 전설적인 공연 중 하나로 한국의 슈베르트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큰 감격과 축복의 시간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예술의전당,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젊음의 노래” (사진제공=오푸스)
예술의전당, 2019 서울국제음악제 봄 콘서트 ‘이안 보스트리지 & 줄리어스 드레이크’ “젊음의 노래” (사진제공=오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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