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젊은 무용가들과 함께한 열흘
세계 각국의 젊은 무용가들과 함께한 열흘
  • 박소정 무용가
  • 승인 2019.03.14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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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동체 오로빌의 이상주의적 모습에 감동
무용가 박소정의 아따깔라리 인테림 페스티벌 참가후기

[더프리뷰=방갈로르] 박소정 무용가 = 인도 방갈로르(현지어로는 Bengaluru)에서 열린 아따깔라리 인테림 페스티벌(Attakkalari Interim Festival 2019-Attakkalari India Biennial)에서의 공연을 위해 후배 한상률과 공동작업을 준비했다. 2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우리는 2월 8일 공연과 이후 일반인 및 아따깔라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까지 포함, 인도에서 머문 12일 동안 빠듯한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의 추천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경비지원 덕분에 하게 된 흐뭇한 경험이었다.

아따깔라리 센터에서 위크숍을 진행중인 박소정 무용가. (사진=한상률)
아따깔라리 센터에서 위크숍을 진행중인 박소정 무용가. (사진제공=한상률)
아따깔라리 센터에서 위크숍을 진행중인 박소정 무용가. (사진제공=한상률)
아따깔라리 센터에서 위크숍을 진행중인 박소정 무용가. (사진제공=한상률)

 

매우 추운 서울의 겨울을 뒤로 한 채 더운 나라 인도로 향하는 비행기를 구정 당일인 2월 5일 탑승했다. 인도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기대와 후배와 같이 만든 작품을 올린다는 설렘으로 환승 포함 총 17시간을 비행해 인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풍기는 더운 냄새와 반갑게 우리를 맞는 아띠의 안내로 숙소에 도착, 짐을 풀며 일정을 점검하였다.

가벼운 워밍업과 공연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을 확인하러 우리는 숙소에서 아따깔라리 스튜디오로 향했다. 숙소와 스튜디오는 10m 내외의 거리이기 때문에 가볍게 걸으면서 인도에 왔음을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역시 인도라는 것을 증명하듯 길거리에 많은 소들이 유유히 걸어다니거나 멍하니 서 있는 모습들, 비포장도로, 길거리에 나와 있는 상인들과 많은 사람들, 오토바이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왔다.  

스튜디오로 들어가 처음으로 얼굴을 보게 된 예술감독 자야찬드란(Jayachandran Palazhy)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기술적이고 행적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공연 이후 있을 워크숍 계획과 기타 필요한 자료들은 이미 한국에서 보낸 상태였으나 실제로 시간과 장소, 참가인원, 자세한 일정표를 전해 받고서야 공연과 이후의 일정이 실감났다. 공연 준비에 필요한 작업과 워크숍에 대한 인터뷰, 옆 스튜디오에서 워크숍을 받고 있는 무용수들에게 갑작스런 인사를 하는 시간 등등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바람에 겨우 스튜디오에 앉아 필요한 사항을 정리하고 소품을 챙겨 숙소로 돌아왔다.

드디어 극장으로 향하면서 처음으로 방갈로르 시내를 택시 안에서 구경했다. 극장 가는 길이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몰랐지만 가이드 친구를 따라 눈으로 이것저것 담았다.

극장 자체는 작은 소극장처럼 아늑했고 도착하고 난 뒤 함께할 공연팀의 리허설을 중간부터 지켜보았다. 인테림 페스티벌의 취지는 단어 뜻 그대로 중간에 살짝 짬이 나서 기획한 공연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감독의 열정으로 많은 나라에서 안무가들이 찾아와 인도 무용가들과 협업으로 공연을 준비해 올리는 기획인데, 빈 틈을 메꾸는 공연이라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내용과 규모가 있었다. 인도를 비롯하여 독일, 캐나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그리고 한국까지. 나로서는 인도의 현대무용을 상상도 못했지만 이곳에 와 보니 구성과 규모를 갖춘 프로그램으로 올해 겨우 2회째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많은 팀들이 이 페스티벌에 합류할 수 있음을 감지했다.

우리는 극장 스페이싱을 하고 조금 피곤한 몸으로 숙소에 돌아와서야 같이 숙소를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무용축제 예술감독 안젤라(Angela Fumarola)가 심한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나도 계속 감기를 앓다가 인도에 와서야 겨우 회복중이어서 몇 가지 필수품 약을 들고 온지라 안젤라에게 비타민을 몇 포 건네주며 쾌유를 빌었다. 나중에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 사이지만 공연 전까지는 거의 한 숙소에 있었어도 일정이 맞지 않아 대화를 못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내가 하고 있는 한국의 펠든크라이스 국제과정(Feldenkrais Training Course in Seoul)을 지도하는 루티 바(Ruty Bar) 선생님의 제자였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짧은 시간 급속히 친해지게 되었다.

드디어 공연이다. 극장에서 이미 전날 점검을 진행했으며 친절한 조명 디자이너 샤이먼(Shyman Chelad)은 잘 준비된 조명플랜으로 극장에서 리허설을 바로 시작했다. 다행히 그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간간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차질 없이 리허설을 준비했다. 8일의 공연은 총 4팀으로 인도 무용수와 외국 안무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졌으며 유일하게 우리만 이미 만든 작품을 들고 온 경우였다. 공연을 마치고 난 뒤 관객과의 대화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예술감독 자야찬드란의 사회로 다양한 질문과 소감을 듣게 되었다. 우리 작품인 <사람과 시간 사이의 가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현대무용 동작이 아닌 일상적인 움직임이 춤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과 작품에서 내가 이야기한 할머니가 들려준 동화 이야기와 사람 사이의 관계성 등등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후배와의 공동작업 진행과정을 궁금해하기에 나는 한 무용단에서 10년 이상 같이 춤을 춘 동료였기에 더더욱 시간과의 관계성이 궁금했다고 했는데 갑자기 객석에서 박수가 나와 아! 그만큼 함께한 기간만큼 느껴지는 것이 있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공연 뒤 전체 팀이 다른 장소로 옮겨 늦은 저녁을 먹으며 다른 나라의 작업자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았다. 그 자리에서 한국이 아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임을 느끼게 되어 평소에는 사뭇 약했던 나라 사랑이 느껴지는 밤이기도 했다.  

이미 준비한 펠든크라이스를 도입한 몸의 사고와 몸 사용법을 연결한 즉흥과 작품 레퍼토리 움직임 수업을 진행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는데 공연을 마치고 난 뒤 듣게 된 소식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워크숍에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공연의 흥미 여부가 워크숍에도 영향을 주는 것임을 증명하듯 워크숍 3일 동안 많은 사람들이 경청하고 느끼고 움직여 주어 감사했다.

아따깔라리 측에서는 워크숍의 참여도가 높아 더 길게 진행하기를 권했지만, 인도에 처음 온 우리로서는 조금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기도 하여 아쉬움을 전하며 국제공동체 도시인 오로빌(Auroville)로 향했다. 한국에서는 공동체 마을에 관심 있는 몇몇 젊은 층에게만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 모르고 있는 공동체 도시 오로빌. 인도 공연을 간다는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예술가이면 꼭 가야 하고 또 거기서 공연을 할 수 도 있다고 해서 바로 짐을 챙기고 밤기차에 올라 인도의 남쪽으로 향했다.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인도의 밤거리가 그다지 무섭지 않았고 생전 처음 기차에서 잠을 자는 체험을 해가며, 또 이것저것 신기한 것들을 보며 오로빌에 도착했다.

인도 남부 국제공동체도시 오로빌 모습. (사진제공=박소정)
인도 남부 국제공동체도시 오로빌 모습. (사진제공=박소정)
인도 남부 국제공동체도시 오로빌 모습. (사진제공= 박소정)
인도 남부 국제공동체도시 오로빌 모습. (사진제공= 박소정)

인터넷 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지식은 있었으나 실제로 보니 인도라기보다 유럽 분위기가 나는 도시였다. 택시를 타고 점점 더 숲으로 향해 가면서 조금 으슥한 분위기에 정신을 바짝 차리며 숲을 향해 몸을 맡겼다. 드디어 오로빌!!! 말로만 듣던 곳에 이른 아침에 도착, 작은 숙소에 짐을 두고 우리는 바로 정보센터로 향했다. 국제 공동체 도시라는 말대로 전 세계 50여 개국 사람들이 모여 제각기 다른 말을 사용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곳은 인도의 철학자와 프랑스인이 함께 이룬 도시(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규모!)로 ‘세계는 하나‘라는 모토로 전체 인구의 공동체적 정체성을 이끌어가고 있다. 각자 생산하고 함께 공유하는, 조금은 이상적인 모습에 감동했고, 또 도시와는 다른 자연주의에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힐링되고 걷는 걸음 하나하나에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한 이곳은 특히 건축가들과 미술가, 요가 수행자들이 많이 보였다. 자기 나라에서 하지 못하는 건축물을 작가의 아이디어대로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곳이라 건물 하나하나가 다 예술작품이었다. 너무나 짧은 압축된 하루를 보내려고 우리는 매우 느린 장소에서 매우 빠르게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 곳을 6개월이나 3개월 정도의 기간으로 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라 말도 안 되는 하루를 꼬박 지내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더더욱 다시 한 번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은지도 모르겠다.

이상적으로 살아가는 곳, 적합한 규율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을 특히나 지향하고 있는 나에게는 더더욱 좋은 선행학습 장소이기도 했다. 물론, 한국에서 그리 만들어 살아야 된다는 확신과 함께 그들의 사고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함께 공유하는 사회, 함께 나누는 사회가 언젠가는 오리라는 생각만으로는 너무 느슨한 대처인 것 같아 멀지않은 미래를 위해 준비를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빠듯하고 알찬 공연과 워크숍 이후 연결한 오로빌 공동체 도시까지, 다시 한 번 인도에 와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춤을 업으로 살아가고 또 다른 직업의 연장으로 펠든크라이스 기법을 가르치며 성숙한 인간상을 삶에 적용시키며 삶을 살고 이와 연관된 사람들과 북적북적 살아가는 미래지도를 그리면서 소박한 글을 마무리한다.

 

박소정 무용가
박소정 무용가
koreanfeldenkrais@gmail.com
한국펠든크라이스 길드 대표
소마콜라보 예술감독
소마무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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