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창수, 자유를 향한 소리의 춤!
[리뷰] 박창수, 자유를 향한 소리의 춤!
  • 강창호 기자
  • 승인 2019.03.15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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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박창수의 프리뮤직 ‘침묵을 자유롭게 하다’ (3/7)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더프리뷰=서울] 강창호 기자 = 과거 '춤II(삶의 춤)'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퍼포먼스는 이랬다. “어둠 가운데 촛불과 향을 켜고 상탈을 한 채 가부좌를 튼 퍼포머가 고대 인도의 만트라를 펼치고 있다. 피아노와 트럼페터를 비롯한 타악기 주자와 현악팀의 기괴한 앙상블 그리고 9초마다 반복되어 돌아오는 에코와 실연의 묘한 뒤엉킴 그리고 퍼포머의 원시적인 괴성과 몸짓은 어둠 가운데 충격적인 마임과 음향을 점점 증폭시켜나갔다. 무대는 클라이맥스를 가로지르며 그렇게 퍼포먼스는 충격 속에 끝났다”

아직도 서늘한 느낌을 주고 있는 현장의 떨림과 벽면의 큰 휘장 또한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다. 이를 바라본 모두는 그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넋이 나간 상태였다. 당시 떨리는 음성과 상기된 얼굴로 짧은 감상평을 남긴 백병동 교수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 앞으로도 이런 사람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라는 말로 처음이자 마지막 평을 남겼다. 내가 처음 만난 1986년도 박창수의 첫인상이다.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지난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펼쳐진 박창수 리사이틀은 30년 전의 시간을 거슬러 오랜 해묵은 기억들을 소환하게 했다. 당시 백 교수의 얼굴에서 보았던 여러 의미를 담은 표정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날 IBK챔버홀은 시공간을 넘어 30년 전의 공간처럼 객석이 점점 백 교수의 표정처럼 느껴졌다. 30여 년간 여러 형태로 줄곧 이어온 박창수의 음악은 단 하나도 같은 게 없다. 그에게 ‘재연’이란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늘 새로운 음악을 유영하며 새로움을 창조해 나간다. 박창수의 세계는 이상하리만치 음악에 대한 선입견이 거의 없는 어린이일수록 수용성이 매우 높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원한 그들의 순수성은 박창수의 음악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한다.

무대에 등장한 박창수, 잠시 깊은 생각 속에 잠긴 듯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침묵을 깨고 드디어 묵직한 저음과 밝은 텐션을 담은 첫 음이 징소리처럼 길게 울렸다. 그렇게 시작한 ‘음’은 과연 공연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알았을까? 박창수로부터 출발한 최초의 소리는 여러 형태의 음향을 만들어가며 새로운 공간, IBK챔버홀을 누볐다.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언제나 그의 음악은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낸다. 분명 피아노 건반을 눌렀는데 피아노 소리가 아니다. 피아노 줄 사이에 다른 이물질을 장치한 그러한 기법 이야기가 아니다. ‘음’은 그 소리 이면에서 울리는 배음(倍音, overtone)과 또 다른 배음이 만나 전혀 다른 음향을 증폭시켜간다. 마치 신디사이저에서 파형(wave)을 다뤄 소리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음악은 배음 속에서 또 다른 세계를 열어간다. 배음을 통해 기능 화성의 기초이론이 만들어졌듯 박창수의 음악은 그 안에 단단한 구조와 형식 그리고 촘촘한 논리가 존재한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그리 가볍거나 쉽게 들리지 않는다. 더 나아가 득도한 도인의 새벽 독경 소리처럼 진리와 자유를 향한 진지한 외침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의 음악은 우연성을 기반으로 한 즉흥연주이다. 즉 악보가 없다는 말. 따라서 이 음악이 사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지난날 그의 기행처럼 24시간 혹은 30일간 매일같이 전국을 돌며 전개되는... 어쩌면 시간과 공간이 허락된다면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냥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니면 반대로 단 몇 초, 몇 분 만에 끝이 날 수도 있다. 연주자나 객석 모두가 결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다. 순간순간 소리의 방향과 에너지의 흐름에 맡긴 채 연주자의 기민함이 요구된다.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음악은 중반을 넘어 결론에 다다르자 마치 그의 몸 안에 시계가 있는 것처럼 거의 정확한 프로그램의 70분을 가리켰다. 아니면 피아노가 이젠 됐으니 그만해도 좋다는 신호로 그를 밀쳐낸 것처럼 시간이 다하자 그는 피아노로부터 튕겨 떨어져 나갔다. 이제껏 그런 충격적인 상황은 본 적이 없다. 마치 전기에 감전되어 튕겨진 것처럼 순간 박창수의 안위가 걱정되어 보이기도 했다. 장내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무대 바닥에 누워있는 박창수... 이윽고 몸을 추스르고 일어서자 비로소 공연이 끝남을 눈치챈 객석은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또한 우연성에 기초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더하우스콘서트> 주인장 박창수, 어느덧 하콘은 이제 700회를 바라보고 있다. 결코 녹록지 않았던 그의 예술적인 삶처럼 그로부터 출발한 하우스콘서트 또한 아무도 가지 않는 좁은 길을 굳이 선택하며, 거실과 녹음실, 카페 그리고 전국의 공연장 무대의 바닥까지 모두를 점령, 기행에 기행을 이어온 ‘기행열전’이었다. 오랜 세월 그와 함께해온 스태프들과의 모든 여정은 가는 곳마다 기록이 되었고 최초가 되었다. 이번 리사이틀 또한 예술의전당에서의 최초 공연이었다.

‘최초’라는 말과 그 안에 농축된 수많은 의미들이 바로 아티스트 ‘박창수’를 지목하고 있다.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아티스트 박창수 (사진제공=©김신중, 더하우스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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