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 KBS오케스트라와 30년 (4)
[더프리뷰 칼럼] KBS오케스트라와 30년 (4)
  • 황순룡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1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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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세계는 보다 치열했고 서로에 대한 견제와 간섭은 줄어들지 않아
각자의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비판과 불만의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져
황순룡 칼럼니스트
황순룡 칼럼니스트

못다 한 총감독 이야기

총감독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다.
KBS교향악단 총감독과 음악 감독(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 역할 구분을 좀 더 분명히 하자면 총감독은 교향악단의 운영 관리 감독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는 것이고, 음악적인 부분에 대한 책임은 음악 감독(예술감독)에게 있는 것이 논리상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보다 치열했고 서로에 대한 견제와 간섭은 줄어들지 않았다. 늘 과욕이 존재했다. 각자의 역할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비판과 불만의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진 것이다. 이는 자연히 상대 영역으로까지 침범하는 간섭으로 이어지고, 교향악단의 발전에도 직간접적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었다. 관객 확보, 티켓 판매, 악단의 연주력, 조직의 결속 등 싫든 좋든 모든 방면에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교향악단 사무국은 이를 간과할 수 없고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사무국으로서는 총감독과 악단을 원만하게 관리 감독하여 KBS 조직의 원대한 목표에 부합해야 할 책무가 있는데 갈등의 빈도가 잦아지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고민의 마무리가 결국은 총감독 체제를 포기하는 것이고 다소 힘든 여건이 찾아들긴 했으나 교향악단의 발전과 독립성 자율성 그리고 독자적인 경영체제를 수립해 나가기 위해 사무국과 악단은 죽을 힘을 다하고 있었다.

 

총감독 체제는 실패인가?

1981년 KBS가 국립극장으로부터 국립교향악단의 운영권을 이관받으면서 본격화된 총감독 체제는 13년 만에(1993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막을 내리고 말았다. 서양음악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에 대한 이해조차 미미했던 1981년, KBS교향악단이 총감독 체제를 시도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과감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더욱이 세계적인 교향악단으로의 비상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총감독 체제를 출범시킨 KBS교향악단의 야심 찬 계획은 우리나라 음악사에 매우 중요한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비록 클래식의 본고장인 유럽처럼 사회문화적 풍토가 조성돼 있지는 않았으나 뛰어난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면서 한국인의 음악성을 인정받기 시작할 즈음이니 총감독 체제의 도입을 다소 일렀다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이 체제에 대한 충분한 훈습과 이해가 미흡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던 점 그리고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는 독특한 한국적 정서, 협력과 이타적이기보다는 파벌과 이기적인 사고가 팽배한 조직 속에서의 대립과 갈등이 체제를 유지해 나가는데 너무나 큰 장벽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그 어떠한 문화 문명의 속이라 할지라도 한국적 토양에 걸맞게 육성해 내는 한국인들의 감성적 자질로 보아 총감독 체제 또한 한국적 양식에 맞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구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나란히 뻗은 철로와 같이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인식되어 온 예술과 경영이 현대산업사회의 급속한 발전 앞에 서서히 그 가능성을 비치면서 일찍이 미래지향적인 사고 양식을 추구했던 KBS교향악단의 전향적 태도는 다시금 평가받을 만하다 하겠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오케스트라의 체제를 경영과 운영을 책임지는 총감독과 연주, 음악적 부분을 향상시킬 음악 감독(예술감독 또는 상임 지휘자, 수석지휘자)의 양 체제를 과감히 도입하여 경영 조직으로서의 오케스트라를 건립해 보았으면 하는 기대를 내심 해 본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두렷이 나타나고 있고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이 보다 개선되고 있으며 국민 생활 수준의 향상, 세계 무대에서의 한국 문화의 화려한 등장 등은 비록 시장성이 다소 부족하다 하더라도 클래식의 수준과 조화를 한 단계 비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총감독은 오케스트라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장단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여 이에 맞는 경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 오케스트라를 브랜드화하여 그 가치를 상승시켜 마케팅의 핵심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를 보다 고급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음악 감독은 총감독의 이러한 총괄적 발전 계획에 적극 부응하여 연주력 향상은 물론 오케스트라의 구심점으로서 보다 단단하고 흔들림 없는 조직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감독과 음악 감독 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충분히 고려 되어야 할 것이다. 총감독은 오로지 합리적 경영에만 전념하고 음악 감독은 질적 향상과 최고의 앙상블 제조를 위해 진력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불가능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처럼 들을 수 없는 두 귀로 불멸의 곡을 남겼듯이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언젠가 이 총감독 체제가 다시금 부활하여 아시아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시스템이 반드시 구축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새로운 오케스트라 브랜딩을 통한 마케팅과 최고의 오케스트라의 만남을 기대한다.

 

오트마 마가(Othmar Maga) – 첫 외국인 상임 지휘자

KBS교향악단 63년 역사상 첫 외국인 상임 지휘자는 독일 출신의 오트마 마가(Othmar Maga) 였다. 독일 출신의 발터 길레센(Walter Gillessen : 1982~1983), 유태계 스위스인 모세 아츠몬(Moshe Atzmon : 1990~1992), 러시아계 미국인 박탕 조르다니아(Vakhtang Jordania : 1990~1996)가 KBS교향악단 인연을 맺어왔으나 이들은 수석 객원 지휘자로서만 활동하는 데 그쳤다.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한 상임 지휘자 부재에 따른 음악적 공백을 줄이기 위해 초청했던 이들은 KBS교향악단 역사에서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나름대로 음악적 성향을 선보였고 국내 음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를 기여한 것이다. (다음 호에….)

 

 

황순룡 칼럼니스트
황순룡 칼럼니스트
hsryong@kbs.co.kr
전 KBS교향악단 기획
안익태기념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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