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SAI 2021 수상작들 – 츠츠미 히로시(堤広志)

2021-07-12     최병주 기자

[더프리뷰=도쿄] 츠츠미 히로시(堤広志) 공연예술평론가 = SAI Dance Festival 2021(이하 SAI)컴피티션이 5월 20일 사이노구니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 SAI는, 일한(日韓) 무용 코디네이터인 최병주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페스티벌로 2017년 시작한 이래 이번이 4회째가 된다.

대부분 무용경연에서는 서류나 영상에 의해 사전에 응모자를 분류, 상위에 든 파이널리스트의 공연을 심사해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SAI에서는 모든 응모자에게 상연 기회를 부여, 표현의 다양성을 확보한 민주적인 심사가 실시된다. 지금까지는 외국 심사위원을 일본에 초대, 50개 단체 이상의 응모작 공연을 하루에 다 본 후, 그 날 안에 수상자를 결정하는 힘겨운 스케줄이다.

작년 2020년은 COVID-19 감염증이 전 세계에 퍼지는 바람에 개최 자체를 단념했다. 올해 2021년은 온라인 심사로 결정, 응모자 중 선착순 46개 단체로 참가자 숫자를 줄였다. 도중에 기권하거나 비디오 심사를 원하는 응모자들도 있어서 최종적으로 무대에 오른 작품은 39개 단체였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대회를 어렵사리 진행했다.

심사는 라이브 공연의 영상을 해외 심사원들이 본 후인 6월 12일 Zoom을 통해 진행됐다. 심사위원이 있는 장소는 일본・한국, 홍콩・마카오, 미국, 핀란드로 각각 시차가 있어 시간대는 달랐지만, 온라인으로 심사위원 전원이 참가한 토론은 흥미진진했다. 거기에서 나온 심사위원의 의견과 평가까지 포함해서, 수상자와 그 작품들에 대해 언급해 본다.

SAI Dance Festival 2021 COMPETITION 수상자 명단

■최우수작품상 Grand Prize

DANCE PJ REVO <nostalgia>

■우수상 First Prize

【solo】asamicro <egg life>
【duo】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 <those who ain't damn nobody>
【group】KOU <JUNK>

■심사원상 Jury Prize

【solo】야스모토 아사미(安本亜佐美) <Cover your mouth>
【duo】나카니시 스즈카・사카타 나오야(中西涼花・坂田尚也) <resonance>
【group】※해당자 없음

■해외 초대작품

【SCF(Seoul Internatinal Choreography Festival)】2021년 12월 @Korea/Seoul
ㆍodd fish <machi>
ㆍ곤도 아야카(近藤彩香) <Answer / Answer>

【DDF(Duo Dance Festival)】2021년 11월 @Korea/Seoul
ㆍodd fish <machi>
ㆍ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 <those who ain't damn nobody>

【COBA(Contemporary Ballet of Asia)】2021년 11월 @Korea/Seoul
DANCE PJ REVO <nostalgia>

【CITY DANCE FESTIVAL】2021년 10월 @USA
하라 슈세키(原 周石) <Life-ing>

【MONOTANZ SEOUL】2021년 10월 @Korea/Seoul
시모지마 레이사(下島礼紗) <Monkey in a diaper> ※엑시비전 부문에서 선정(SAI 2019 그랑프리)

【Macau CDE(Contemporary Dance Exchange) Springboard】2021년 9월 @Macau
asamicro <egg life>

그랑프리는 다무라 고이치로(田村興一郎) 컴퍼니의 창단 작품이 차지

최우수작품상(그랑프리)은 DANCE PJ REVO(이하 REVO)의 <nostalgia>가 수상했다. REVO는 다무라 고이치로가 학생 시절에 결성한 프로젝트 베이스 무용단으로, REVO는 Revolution(혁명)을 가리킨다. 다무라는 이미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컴피티션 등에서 풍부한 수상 경험을 가진 안무가로, 국내외에서 장래 활약이 기대되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됐던 해외 공연이 전부 취소되고 일본 국내에서의 공연 활동도 어려운 상황에서 2021년 고정 멤버들로 무용단을 정식 결성, 도전한 것이 이 작품이다.

수상작의 영문 제목은 <nostalgia>이지만, 원문인 일본어는 <구보치(窪地, 와지)>로, ‘recessed land’ 즉 오목하게 팬(凹) 땅이라는 의미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습격 당한 동북지방 피해지역의 땅은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다. 다시 쓰나미가 와도 괜찮도록, 해안선에는 거대한 방파제가 쌓여 있다. 인공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높이의 벽에 둘러싸여 펼쳐지는 풍경은, 요르단강 서안지구 분리벽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놓은 멕시코 국경의 장벽을 연상시킨다. 그 방파제 안쪽에, 즉 전에는 주민이 살았던 지역은 거대하게 팬 땅처럼 돼 있어, 그 현실에 촉발되어 창작하는 일본 예술가들도 늘고 있다. 오카다 토시키(岡田利規)의 <지우개 산 消しゴム山>이 좋은 예다. 다무라의 작품도 그러한 ‘포스트 3.11’ 표현에 연결되는 창작이라고 하겠다. 그는 “시간이 흘러 크나큰 아픔이 잊혀 가고 있다. 그 날, 갈 곳을 잃었던 원혼들이 이 극장에 모여 힘차게 살아간다는 마음으로 우리들을 고무하려고 했다.”고 말한다.

막이 열리면, 검정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의 무리가 흰색 폴리에틸렌 봉지를 펼쳐 가며 섞여서 춤춘다. 그 중에 방사선 방호복 같은 차림의 의상을 입은 다무라가 휘청거리면서 헤맨다. 이윽고 그는 방호복을 벗고, 바닥에 뛰어들면서 넘어지면, 무리들을 인솔하는 군무가 된다. 스트리트 댄스를 베이스로 한 그의 안무는 샤프하면서도 개성이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자신의 신체언어를 신체능력이 뛰어난 단원들에게 연습시키는 일에 의욕적이며, 한편 그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특히 군무에서의 유니슨은 박력이 있어, 앞으로 기대하고 싶은 안무가・연출가이며 단체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무용수들이 모두 가슴 언저리에 장착한 LED 전등을 켜고 있다. 그것은 그/그녀가 죽은 자의 망령이며, 지금도 행방불명인 채로 해탈하지 못하고 이 대지를 헤매고 있는 것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황폐해진 와지(窪地)의 밑바닥에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핀란드 심사위원 리사 노요넨(Liisa Nojonen)은 이렇게 평했다. “감정적으로 각성한 강한 감각이 있었다. 이 작품에는 기능적이고 흥미 깊은 콘셉트가 있고, 무용수들의 기술과 확실한 기량에 의한 도전이 이어졌고, 그리고 작품 전체가 굉장하게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필자는 2021년 4월 4일 좌・고엔지 댄스・어워드11 특별편(座・高円寺ダンス・アワードll 特別編)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봤다. SAI는 컴피티션이기에 다이제스트판이며, 조명도 환한 조명이라는 제약 안에서 이루어졌다. 원래 마지막 장면은 무용수들이 하늘을 쳐다보는 순간 톱 라이트가 비춰져, 순식간에 컷아웃하는 선열한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 작품이 풀 버전으로 재공연되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2021년 11월 서울에서 열릴 COBA (Contemporary Ballet of Asia) 초대 작품으로도 선정되었으니 서울의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아침 시간>을 춤추는 asamicro

우수상 솔로 부문은 asamicro <egg life>가 수상했다. asamicro(본명 마츠이 아사미 松井麻実)가 춤을 추게 된 계기는 매우 특이하다. 의무교육인 초중학교 9년간은 학교에 거의 가지 않았고, 히키코모리(폐쇄은둔족)인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독학으로 춤을 시작하면서 무용에서 자신이 있어야 할 지점을 찾았다고 한다. SAI 심사에서는 “어떤 예술가라도 각각 배경이 있다. 컴피티션은 순수하게 응모작을 평가해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실은 <egg life>에는 그러한 그녀의 인생관이 짙게 반영되어 있다.

우수상(솔로)

흰 원형 카펫을 깔고 옆으로 웅크린 상태에서 퍼포먼스는 시작한다. 카펫은 계란 흰자위, 중앙에 있는 작은 asamicro는 노른자를 상징한다. 무표정하고 방심한 듯한 눈, 그러나 팔다리를 부유시키다가 멈추는, 긴장감이 있다. 이윽고 손끝이 조금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움직임은 점차 커진다. 상체를 일으켜서 허벅지 사이로 손을 내밀거나, 카펫 표면을 손가락 끝으로 섬세하게 어루만지기도 한다. 서서 맨발로 이동할 때도 발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기술적으로는 스트리트 댄스와 컨템포러리 댄스를 믹스한 스타일이지만, 힘을 뺀 몸 사용부터 기민한 유연, 그리고 경쾌한 움직임을 전개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신체 부위를 잘게 분석하면서 미묘한 뉘앙스를 다채로운 언어로 추어 간다. 완급이 있고, 빈틈 없는 장면구성에도 센스가 느껴진다. 특히 후반, 카펫 밖으로 나와서 스피디하게 여러 가지 움직임을 반복하는 모습에 관객은 그냥 단순히 경쾌하게 춤추는 신체를 보는 쾌감을 느낄 것이다.

마카오 심사위원인 스텔라 호(Stella Ho)는 이 작품을 2021년 9월 마카오 CDE(Contemporary Dance Exchange) 스프링보드(Spring Board)에 초청하겠다면서 이렇게 평했다. “달걀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이 보수적인 일본 여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달걀에서 깨고 나와 밖에서 춤추기 시작했을 때, 움직임은 에너지가 있었으며 생생한 기쁨으로 변화해 가고 있었다.”

asamicro는 학교에 가지 않던 시절, 눈을 뜨면 아침밥을 먹고 집밖으로 나서는 것이 고통이었다고 한다. <egg life>는 그즈음의 기억과 감각을 기반으로 창작되었다. 즉 달걀은 그녀 자신이다. 현재 그녀는 ‘아침시간’이나 ‘생활’을 테마로 한 <조식 댄스> 시리즈도 하고 있다. 달걀 껍질의 균열은 어느 것도 같지 않다. 항상 똑같지 않은 것에서 새로운 아침을 기대하면서 그녀는 달걀 프라이 등의 조식을 사진으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껍질을 깨고 매일 아침을 긍정적으로 갱신해 가는 것이 그녀의 춤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오래전의 자신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는 지원 활동에도 의욕적이다. <egg life>는 이러한 그녀의 무용에 대한 자세가 단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며, 앞으로도 그 활동을 기대하고 싶다. 그것은 일부 애호가나 관계자만을 폐쇄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는 극장이 춤을 매개로 사회와 마주하는 계기를 만들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관객의 상상력을 환기시키는 와카바 고헤이 & 가와무라 마나(若羽幸平&川村真奈)의 듀오

우수상 듀오 부문은 와카바 고헤이의 <those who ain't damn nobody>가 수상했다. 와카바는 부토 컴퍼니 다이라쿠다칸(大駱駝艦) 단원으로, 이번 작품에 같이 출연한 가와무라 마나도 다이라쿠다칸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하얀 드레스의 청초한 가와무라가 등장하면서 바로크 음악과 함께 춤춘다. 그러나 그 키가 거인처럼 비현실적으로 크다. 실은 스커트 밑에서 와카바가 어깨로 그녀를 받쳐 서서 각자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동기화해 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기발한 트릭의 스펙터클이다.

우수상(듀오),

균형을 잃은 듯이 주저앉으면, 뒤에서 흰 분칠과 여장을 한 와카바가 얼굴을 내밀고, 악마적인 하드 록이 흐른다. 그가 검은 망사 스타킹을 신은 양 다리를 크게 벌려 노출 시키면, 그녀는 그것을 스커트 안쪽으로 감추려고 한다. 그는 그녀의 신체로부터 이탈, 부토 스텝으로 솔로를 춘다. 그리고 일어난 그녀의 드레스를 벗겨 소매에 팔을 넣으면, 이번에는 검은 속옷을 입은 그녀가 빨간 힐을 신은 발끝을 내밀면서 주객이 전도된다. 게다가 두 사람은 팽팽하게 맞서면서 오페라 아리아에 맞춰 기묘한 듀오를 전개한다. 마침내, 그녀가 드레스를 되찾으면 두 사람은 떨어져 그 자리에 웅크린다.

다양한 해석이 성립되는 작품이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세 가지 견해가 가능하다. 우선, 작품 해설에도 있는 것처럼, 신체는 매일 먹는 음식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것이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간다는 견해. 여자 의상 밑에서 남성이 나타나 외견과 신체 속이 각각 그려져 있는 듯 보인다. 또한 이것은 인간의 마음에 이면성이 있는 것을 말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천사와 악마처럼, 성녀와 악녀처럼 상반되는 정신이 있어,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대항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가 그녀의 드레스를 벗겨 소매에 팔을 넣는 장면은 선악이 역전한 것 같아서 재미있다.

아울러 흥미로운 것은 가와무라의 존재다. 그녀의 할머니는 1952년 아키타(秋田)에서 발레단을 설립한 후지이 노부코(藤井信子), 모친은 가와무라 이즈미(川村泉)로, 그녀는 3대째에 속한다. 그녀는 독일 폴크방예술대학과 뉴욕 머스 커닝햄 스쿨에서 유학・연수했는데 귀국 후 다이라쿠다칸에서도 춤춘 경험을 토대로, 이 작품을 서양 현대무용과 일본 부토와의 대비나 상극으로서 보는 것도 가능하겠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이처럼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을 즐길 수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관객의 상상을 환기시키는 강한 효과가 있는 작품으로, 공연하는 나라나 지역에 의해 어떤 감상이나 반향이 있는지 꼭 알려주기 바란다. 이 작품은 2021년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이인무 페스티벌(Duo Dance Festival, DDF)에의 초청이 결정됐다.

스트리트 댄스의 레퍼토리화에 기대하고 싶은 가와사키 고(川崎向)의 CAKRA

우수상 그룹 부문은 KOU(가와사키 고)의 <JUNK>가 수상했다. 그는 스트리트 댄스 무용단인 카크라 댄스 컴퍼니(CAKRA DANCE COMPANY) 대표로, 국내외 경연이나 페스티벌에 단원들과 함께 참가해 온 실적이 있다. SAI 2021에도 거점인 아이치현(愛知県)에서 그룹과 함께 왔다.

가죽 소재를 사용한 의상에 헤어 컬러로 머리를 염색한 사람도 있는 남녀 군무다. 무대 중앙에 남자 한 명이 등을 보이고 라운지 뮤직에 맞춰 춤추고 있으면, 객석에서 군무가 춤추면서 등장, 관객도 같이 춤추도록 유도한다. 다시 곡에 맞춰 무대 남자가 춤을 추고, 역시 뒤돌아 볼 때마다 군무가 멈추는 <다루마상이 넘어졌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똑같은 아이들 놀이 - 역자)식의 전개를 반복한다. 무대의 남자가 퇴장하면 군무가 무대에 올라가 계속해서 춤을 춘다. 그러나 음악은 슬로우 다운하고, 노이즈와 함께 전부 쓰러져 버린다…….

작품 콘셉트는 1천 년 후의 지구라고 한다. 인류를 대신해서 안드로이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아직도 없어지지 않는 빈부의 격차 속, 정크품(작동하지 않는 고장난 제품)인 안드로이드들이 인간 시절의 기억에 취해 변두리 디스코에서 춤추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근미래 SF적 사이버 펑크 세계관을 로봇 댄스나 애니메이션 등 스트리트 댄스 기술을 응용해 표현하고 있다. 스토리가 있는 장면전개나 공간구성이 잘 정리되어, 엔터테인먼트로서 즐길 수 있겠다. 해외에서는 스트리트 댄스의 기술수준은 높지만, 역으로 시어터 댄스(무대작품)를 만들어 레퍼토리화할 수 있는 단체는 적다. 컴퍼니의 결속력을 무기로,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 상황을 에어리얼로 표현한 야스모토 아사미(安本亜佐美)

심사위원상 솔로 부문을 수상한 야스모토 아사미는 아트 서커스의 일종인 에어리얼 아티스트 (Aerial artist, 공중연기자)다. 하네스(harness, 록클라이밍을 할 때 장착하는 안전벨트)를 이용해 벽면에서 춤추는 버티컬 댄스에도 힘쓰고 있는데, 이번 SAI 수상작 <cover your mouth>에서는 에어리얼 실크(티슈) 기법으로 임했다. 단 통상의 에어리얼 실크는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2장의 천에 몸이 얽히면서 연기를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소재를 투명한 비닐 시트로 바꿨다. 그것은 이 작품이 COVID-19 감염증에 의해 일변한 생활양식을 테마로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등장하자마자 검은 원피스를 벗고, 흰 마스크도 벗고, 비닐 시트를 열고 안으로 감싼다. 그리고 시트를 접어 발끝으로 걸고 공중에 떠 있는 해먹(그물침대)처럼 앉는다. 마치 무균실에 격리된 것 같은 비주얼로, 예전에 존 트래볼타가 면역장애의 청년 역을 연기했던 TV영화 <플라스틱 안의 청년 THE BOY IN THE PLASTIC BUBBLE>(1976)을 연상시킨다.

그 후 그녀는 일어서서 턱걸이나 거꾸로 매달리기를 하면서 장면을 전개해 간다. 그러나 비닐 소재의 시트는 천과는 달리 몸에 붙어서 취급하기 어렵고 허우적거리는 것 같은 움직임이 되기도 한다. 어딘가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도 보이지만, 무리해서 시트로부터 도망쳐 굽혔다가는 다시 펴서 높은 곳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후두부에 시트를 걸어서 승천하는 것처럼 전신에 힘을 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나 자숙 생활을 강요당했다. “새로운 모럴과 콤포트 존(comfort zone). 이미 원래로 돌아갈 수 없는 것에의 단념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동시대 테마를 심플하면서도 명확한 콘셉트로 표현하면서, 에어리얼 실크 기술을 단순한 스펙터클이 아닌 예술로 승화시킨 점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핀란드 심사위원인 미코 람피넨(Mikko Lampinen)도 “이 작품, 특히 경이롭고 파워풀한 엔딩 장면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비닐 시트를 다루는 것에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인상도 주었다. 재연을 거듭하면서 끊어짐 없게 장면을 전개, 연마해 가기를 기대한다.

나카니시 스즈카 & 사카타 나오야(西涼花&坂田尚也)의 아름다운 듀오

심사위원상 듀오 부문을 수상한 사람은 나카니시 스즈카와 사카타 나오야다. 나카니시는 발레에서 컨템포러리 댄스로 전향했고, 사카타도 다양한 춤 종류와 접하면서 컨템포러리 댄스에 힘써 노이즘(Noism1)에 소속한 시기도 있었다. 현재는 둘 다 노오미 겐지 & 댄스테아트로21(能美健志&ダンステアトロ21) 소속이다.

수상작 <resonance>는 심플한 공간구성에 정적인 터치, 시크한 의상, 세련된 언어가 아름다운, 호감이 가는 작품이다. 슬픈 음향 속, 여자는 손을 들어 몸을 비틀거나, 남자는 엎드리거나 떨어져서 움직이거나 한다. 중반부터 필립 글래스의 장조 피아노곡이 흐르면 둘은 서로의 기운을 느끼고 부부처럼 접근, 네거티브 스페이스에서 접촉해 간다. 그러나 결코 직접 접촉하는 일은 없고 시선도 맞추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엇갈리고,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면서 마지막은 천천히 떨어져서 잠깐 멈춘다.

미국 City Dance Festival 디렉터인 앨린 싱(Allen Xing)은 이렇게 평했다. “너무 아름다운 작품, 훌륭한 퍼포먼스였다. 두 사람의 움직임이 아름답고 스토리나 두 사람의 관계성에 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무대공간 사용법이 좋다. 듀오 작품이긴 하지만, 분리된 공간과 시간에서 두 개의 솔로 스토리가 되어 있다. 둘에게는 결코 만날 수 없다는 고립감이 있지만, 마지막에 겨우 움직임이 일어난다. 두 무용수는 접촉하고, 파트너링을 시작한다. 그것이 너무 자극적이고, 더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 작품은 2019년 제52회 사이타마 전국콩쿠르 창작부문 2위, 제21회 도쿄 나가노국제 댄스 컴피티션 창작부문에서 3위였다. 그 때는 리프트나 파트너링도 포함해 직접적인 접촉을 전개했던 것 같으나, 이번 SAI에서는 움직임이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고, 빠르고 다이내믹한 장면도 볼 수 없었다. 어쨌든 다른 장면도 들어간 긴 버전을 보고 싶다.

수상은 못했지만 해외에 초청 받은 작품들

SAI에서는 최우수작품상 1개 단체, 그리고 우수상과 심사위원상을 솔로/듀오/그룹 부문에서 각 1개 단체, 합쳐서 7개의 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심사위원상 그룹부문은 해당자 없음이었다. 이것은 코로나 사태로 그룹 응모가 적었던 영향도 있었다, 라이브 퍼포먼스를 전제로 하는 컴피티션에 응모하는 것 자체가 평상시보다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룹 참가의 경우, 감염 대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하며 대회 직전까지 연습할 장소의 확보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이것은 SAI 뿐만 아니라 다른 컴피티션이나 콩쿠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응모자가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어느 시대에도 예술가의 모티베이션이 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러한 예술가들의 의욕이 보상 받을 수 있는 것이 해외초대 선정이다. 각국, 각 지역 페스티벌 디렉터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초대하는데, 수상을 놓친 작품일지라도 해외에서 상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수상작인 동시에 해외에도 초대된 작품은 위에서 상술했다. 이제는 해외 초대에만 픽업된 작품에 대해 적고 싶다.

고바야시 모에 & 와타나베 가렌(小林萌&渡邊華蓮)에 의한 유니트

odd fish의 응모작 <machi>는 서울에서 11-12월 개최 예정인 이인무페스티벌(Duo Dance Festival)과 SCF(Seoul International Choreography Festival)에 초대가 결정됐다. 제목은 <마치(기다리다)>로, 인생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시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언젠가 기다리지 않아도 좋은 사회, 기다리지 않는 사회가 된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라는 문제의식을 주제로 하고 있다.

막이 열리면 둘은 나란히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 지나면 레트로한 탱고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한다. 서서 이동하면서 무음에서 반복되는 로봇과 같은 움직임으로 접촉 즉흥을 한다. 그리고는 앉거나 누워서 구르거나, 서로 잡아 당기며 손 놀이를 하거나. 일상 동작과 같은 작은 움직임 언어가 다채롭게 전개되어, 그것들을 컨템포러리 댄스 기술로 연결해 가는 유니크한 듀오이다.

<마치>는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 2020 컴피티션II 신인안무가 부문에서 고바야시 모에가 파이널리스트로 진출했을 때의 작품이기도 하다. 계속적인 노력이 작품의 질을 높여 왔다고 할 수 있겠다.

SCF의 김성한 심사위원은 “한 명의 무용수만 눈에 띄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작품이었다. 둘의 조화, 감정, 인터랙션, 그리고 연습량이 많아 보였던 것도 좋았다”고 평했다.

곤도

SCF에는 곤도 아야카(近藤彩香)의 <Answer / Answer>도 선정되었다. 무대 각처에 여러 개의 흙을 넣은 부대를 놓은 상태에서 공연이 시작된다. 긴장감 있는 엘렉트로니카가 흐르면 슬로모션으로 보행해서 안정된 하반신으로 견고하게 선다. 그러나 신체는 힘을 빼고 있고, 음향의 질감이나 음촉(音触, 음악의 촉감)이 신체 움직임으로 변환해 간다. 자신의 신체와 마주하는 방법에 거짓이 없고, 호감이 간다. 부대 자루와 같은 색 계열인 황토색 의상에서, 상상하건대, 흙의 질감이나 중량감을 체현한 춤, 혹은 흙의 소재감과 접촉 즉흥하는 춤이라고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심플한 공간구성에서 격한 움직임은 없었지만, 그 독특한 신체성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있고, 스릴을 느끼게 하는 연기를 지속한 것을 평가하고 싶다.

SCF의 김성한은 “유니크한 움직임과 춤의 기량이 좋고, 컨템포러리 댄스가 추구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움직임이 좀 더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평했다.

곤도 아야카는 세 살부터 클래식 발레를 배웠고, 고교 졸업 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트리니티 라반(TRINITY LABAN)을 졸업했다. 귀국해서는 SAI 2019에서 입상한 무라타 마사시(村田正樹)도 참가하고 있는, 시모츠카사 나오미(下司尚実)가 이끄는 피지컬 시어터 단체 ‘도둑 대책 라이트(泥棒対策ライト)’의 멤버로서 연극 분야 등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인 만큼 자신의 창작이나 앞으로의 무용 활동도 기대하고 싶다.

2021년 10월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CITY DANCE FESTIVAL에 하라 슈세키(原周石)의 <Life-ing>이 확정되었다. 정장 차림의 남성 트리오가 무대에 누워 있다. 헨리 만시니 작곡 <문리버>의 오케스트라 버전이 느리게 흘러나오면 무용수들은 상체를 일으켜, 혹은 일어 서서, 일상적인 동작에서 댄스 무브먼트를 전개한다. 트리오나 듀오로 접촉하지만, 결코 특별하게 개성적인 안무는 아니다. 오히려 발레 베이스의 기술에 컨템포러리 댄스의 기성 언어를 응용한 쇼 댄스풍이다. 그러나 그 스테디하면서도 스마트한 안무로 불쾌감 없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시티 댄스 페스티벌 디렉터인 앨린 싱은 이랗게 평했다. “아름다운 트리오다. 세 명의 무용수 모두가 좋은 기량을 가졌다. 그 움직임은 너무 유연하고 클리어한 것이었다. 그들의 춤을 보고 있으면 아주 즐거워진다. 파트너링이 매우 익사이팅하고,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컨템포러리 댄스 컴피티션이나 어워드에서는 실험적이고 익센트릭한 표현이 높은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오소독스하고 엔터테인먼트한 스타일일지라도, 관객의 마음에 전해지는 춤무대를 전개할 수 있는 재능은 평가하고 싶다. SAI가 그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예술가들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은 큰 장점이다.

시고지마

또한 모노탄츠(2021년 10월 서울)에 초대받을 작품으로는 엑시비션 부문에 참가했던 시모지마 레이사(下島礼紗)의 <기저귀를 찬 원숭이 Monkey in a diaper>(SAI2019 그랑프리)가 뽑혔다. 그녀는 이번에 컴피티션 부문에도 신작 <package>로 응모했지만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SAI 2021 직후인 6월에 작년에 취소되었던 신작 <Because Kazcause> 초연이 임박해 있던 상황에서 같은 시기에 신작 둘을 발표하는 부담이 컸는지도 모른다. 이것도 코로나 사태가 원인으로 생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은 속에서도 국제적인 무용경연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예술감독 최병주의 노력 덕분이다. 그녀의 춤에 대한 애정과 바이탈리티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번역 최병주, 사진은 모두 (c)boz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