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3년 만에 국제행사로 복귀한 SAI DANCE FESTIVAL 2022

-올해의 컴피티션 수상작과 해외 초청작 선정

2022-07-25     최병주 기자
앞줄

[더프리뷰=도쿄] 츠츠미 히로시(堤広志) 공연예술평론가 = 사이 댄스 페스티벌(SAI DANCE FESTIVAL, 이하 SAI)이 지난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일본 사이노구니 사이타마 예술극장(彩の国さいたま芸術劇場)에서 개최되었다. 2017년에 시작해서 올해 5회째를 맞이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재작년은 중단, 작년에는 일본 국내 무용가들만 참가한 가운데 열렸으며, 컴피티션 수상작과 해외 초청작 선정은 온라인 심사로 행해졌다.

올해는 출입국 규제가 3월부터 완화되는 바람에 최병주 예술감독이 급하게 비자 발급 등 동분서주한 결과, 아슬아슬하게 오프라인으로 국제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해외 디렉터들을 일본에 초청해 라이브로 경연심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 예술가들까지 함께하는 에그지비션(EXHIBITION) 공연도 실현되었다. 컴피티션에는 총 50 작품이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두 작품이 사퇴, 최종적으로 48 작품이 심사 대상이 되었다. 그 심사 결과와 함께 각 수상작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SAI 2022 COMPETITION 수상작품

■ 최우수 작품상/Grand Prize
다카 미즈키/髙瑞貴 <doldrums>

■ 우수 작품상/First Prize
solo : 센고쿠 고타로/仙石孝太朗 <is not stagnation>
duo : 이와모토 다이키/岩本大紀 <Concursio>
group : 다나카지마 고즈에/田中島梢 <A Perfect World>

■ 심사원상/Jury Prize
solo : 나카소네 유타카・모리이 준/仲宗根豊・森井淳 <A seed of tension>
duo : 오카다 레이나・구로다 유/岡田玲奈・黒田勇 <ROU and BAI>
group : 해당작 없음

최우수작품상에는 다카 미즈키(髙瑞貴)의 <doldrums>가 선정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음으로 된 여성 솔로인데,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지 않는, 긴장감 넘치는 퍼포먼스였다. 단단한 체격이 풀어내는 독자의 유니크한 언어, 무도(武道)의 형(型)처럼 에네르기슈하고 느슨함과 팽팽함이 공존하는 움직임, 그러면서도 단단함과 유연함이 자유자재로 컨트롤되는 능숙함으로 절묘하게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체와 진지하게 마주하며 격투하는 듯한 자세에 호감을 가지게 된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자적인 표현을 탐구한 끝에 작품으로 완성시켜, 예술가로서의 가능성을 강하게 느끼게 했다.

최우수

우수작품상 솔로 부문에는 센고쿠 고타로(仙石孝太朗)의 <is not stagnation>이 선정되었다. 스니커 다섯 켤레를 껴안고 무대에 나와 바닥에 떨어뜨리고, 웅크리고 앉아서는 한 짝씩 머리에 얹어 떨어뜨리거나 무릎이나 어깨에 놓았다가 떨어뜨리는 동작들을 반복한다. 그 움직임은 점점 커지면서 얼굴에 놓았다가 반듯이 눕거나, 스니커 끈을 입에 물고 앞으로 쓰러지거나 슬라이딩하기도 한다. 또한 산처럼 쌓인 스니커 더미 위에서 측전(側転, 풍차돌리기)을 하거나 플로어를 향해 다이빙하는 등, 움직임의 전개를 치밀하게 또한 대담하게 구성했다.

Tarinof dance company(하세가와 마이코・사카다마모루 공동예술감독) 단원인 센고쿠는 원래 테크닉을 잘 구사하는 댄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그 장소와 시간, 오브제와 진지하게 마주하면서 커뮤니케이션으로 리드해 가는 아트 퍼포먼스적인 어프로치를 관철하고 있다.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어떤 장면을 전개할까, 관객을 끌어당기는 기대감을 유지한 채로 지속하는 분위기에 센스가 엿보였다.

우수

듀오 부문에는 이와모토 다이키(岩本大紀)의 <Concursio>가 선정되었다. 안무자인 이와모토는 산카이주크(山海塾)의 젊은 멤버로, 이 작품은 여성 부토 컴퍼니 이자나스(伊邪那美)의 두 무용수 다카오카 사아야, 와타나베 아카네가 출연했다. 피가 물들어 있는 듯 칙칙한 무늬의 원피스에 세미 롱 스타일의 머리가 흰 칠을 한 얼굴을 뒤덮어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무음 속, 비명과 같은 음향이나 캬- 하는 불협화음이 침입한다. 둘은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몸짓으로 손을 허공에 뻗어 더듬거리거나, 일본 호러 영화 <링(リング)>에 등장하는 사다코(貞子)처럼 네 발로 기어서 이동하거나 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서면, 부토적인 포즈의 주고받음을 반복한다.

근년에 좀처럼 보기 힘든 부토의 근원으로 되돌아간 듯한 감각이었다. 히지카타 다츠미(土方巽) 시대에 있었던 장면, 부토적 신체의 인식인 ‘야매루 마이히매(病める舞姫, The Sick dancer)’ ‘쇠약체(衰弱体)’ ‘목숨 걸고 우두커니 서 있는 시체(命がけで突っ立った死体)’라는 신체관이 느껴진다.

부서지기 쉬우면서도 곤란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Fragile and resilience)이 있어, 강력한 움직임은 없지만, 언제까지라도 존재할 수 있을 듯한 강함이 내포되어 있다. 위태로움을 휘감으면서 관객을 압도하는 신체가 거기 있는 것처럼 생각됐다.

한편, 부토 스타일의 미래를 생각할 경우에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심사회의에서는 유럽 심사위원들이 이 작품을 강력하게 추천했다. 지금까지 해외에서 잘 알려진 산카이주크와 같은 부토 이미지와는 달리, 새로운 타입의 부토 스타일이 아닌가? 라는 의견들이 있었다. 확실히 ‘사다코’ 이미지처럼, 엔터테인먼트나 서브컬처라는 현대적 아이콘을 도입하면서, 부토를 다음 세대로 재가동해가는 가능성까지도 점쳐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인들이 얼마나 이 점을 의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고 싶은 차세대 부토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룹 부문에서는 다나카지마 고즈에(田中島梢)의 <A Perfect World>가 수상했다. 아트 서커스 종류인 에어리얼 티슈에 의한 아크로바틱한 댄스 작품이다. 검정 의상의 3명이 티슈를 타고 올라가면 장치되어 있던 신문지가 떨어지고, 불협화음이 섞인 현대음악풍의 BGM이 흐르고,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동거하는 카오스의 세계가 전개된다. 박쥐처럼 동시에 거꾸로 매달리거나, 양 옆 두 사람이 내려와 중앙의 한 명을 서포트하는 등 장면 구성도 고려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크로바틱한 기술을 트리오로 동시에 행하는 장면을 더 보고 싶었다는 심사위원들의 의견도 있었다. 또한, 장편 레퍼토리로서 이 작품을 어떻게 전개해 갈 지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본다.

심사위원상 솔로 부문은 스트리트 댄서인 나카소네 유타카(仲宗根豊)와 컨템포러리 댄서인 모리이 준(森井淳)의 공동창작 <A seed of tension>이 수상했다. 출연은 나카소네 혼자였기 때문에 솔로 부문으로 간주되었다. 중앙에 매트를 깔고 요가와 같은 포즈를 취하는 반라의 그는 마치 컨토셔니스트(contortionist)와 같은 유연한 신체를 살려 무릎 꿇고 몸을 숙인 채 머리를 바닥에 대고 등 위로 양팔을 교차시켜 뒤틀려 있다. 무대 상수 앞에는 통나무 하나로 만들어진 뒤틀린 나무 오브제가 놓여 있고, 그는 그 형태와 같은 포즈를 취하면서 천천히 움직여 간다. 불온한 노이즈나 신비적인 음향, 그리고 태동과 같은 리듬이나 격한 숨소리가 고조되어 간다. 무대 위에 있는 것은 하나의 신체와 목재 오브제 뿐이건만 시간이나 공간이 변용되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불가사의한 감각을 연출했다.

최근 이처럼 신체를 인스털레이션(installation)하는 퍼포먼스 아트가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자면, 다미앵 잘레(Damien Jalet)와 나와 고헤이(名和晃平)에 의한 협업 3부작 등이 좋은 예인데, 모리이는 그 중 첫 작품 <VESSEL>에도 출연하고 있다. 이 작품에도 그 경험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표현 의도, 신체 표현 가능성이 단적으로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듀오 부문을 수상한 작품은 오카다 레이나・구로다 유(岡田玲奈・黒田勇)의 <ROU and BAI>였다. 표제인 ‘ROU(狼)’와 ’BAI(狽)’는 늑대의 일종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전설의 야수이다. ROU(狼)는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BAI(狽)는 앞다리가 짧고 뒷다리가 길다. 때문에 항상 일심동체로 함께 행동하는데, 서로 떨어지면 쓰러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에서부터 우두망찰하는 것을 ‘낭패(狼狽)’라고 말하게 됐다고 한다.

이 단어에서 착상한 작품으로, 어딘가 코믹한 음악을 타고 서로가 얽힌다. 마치 집단체조(組体操)처럼 아크로바틱한 움직임 전개가 신체유희 같아서 싫증이 나지 않는다. 콘택트 임프로비제이션으로부터 움직임을 다듬은 구성이지만, 즉물적인 움직임의 응수 끝인 마지막에 좀 더 '무엇인가' 필요했다. 앞으로의 브러쉬 업에 기대를 걸고 싶다.

심사원상

한편, 올해에도 심사위원상 그룹부문은 해당작이 없었다. 이와는 별개로 해외 페스티벌 등 초청 작품으로 결정된 작품은 다음과 같다.

SAI 2022 해외초빙작품

※한국팀들은 격리기간 문제로 일본에 입국하지 못하고, SCF(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COBA(현대아시아발레축제), DDF(이인무페스티벌)는 비디오 선정을 통해 추후 발표하기로 함.

※☆는 에그지비션에서 선정됨.

■Joy of Dance OY(핀란드)
다나카지마 고즈에/田中島梢 <A Perfect World>
☆알렌 청휘 싱/Allen Chunhui Xing <citizen>

■Theatre Festival & Rakastajat Theatre (핀란드)
구로타키 야스시/黒瀧保士 <Eye walk>
☆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 <those who ain’t damn nobody>
☆다비드 빌라리뇨/David Vilarinyo <GRAN HERMANO (BIG BROTHER)>

■Hong Kong Dance Exchange(홍콩)
☆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 <those who ain’t damn nobody>

■1000 CRANES (에스토니아)
다카 미즈키/髙瑞貴 <doldrums>
☆야스모토 아사미/安本亜佐美 <Cover your mouth>

■City Dance Festival(미국)
스즈키 유・모리 가나/鈴木夢生・森加奈 <ambivalence>
☆나카니시 스즈카・사카다 나오야/中西涼花・坂田尚也 <Resonance>

■Daegu International Dance Festival(한국)
다카 미즈키/髙瑞貴 <doldrums>
다나카지마 고즈에/田中島梢 <A Perfect World>

■WITH HARAJUKU Contemporary Dance Festival(일본)
다카 미즈키/髙瑞貴 <doldrums>
오카다 레이나・구로다 유/岡田玲奈・黒田勇 <ROU and BAI>
☆DANCE PJ REVO(다무라 고이치로/田村興一郎) <nostalgia>
☆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 <those who ain’t damn nobody>

■Dance House Kogane 4422 AIR(일본)
오카다 레이나・구로다 유/岡田玲奈・黒田勇 <ROU and BAI>

와카바 고헤이(若羽幸平)의 <those who ain’t damn nobody> 등 올해는 작년 수상작들의 공연이었던 에그지비션에서 해외 초청 작품으로 선정되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이것은 작년 초청 작품이 결국은 해외 입국 제한 등으로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던 이유도 있다. 또한 올해 컴피티션 수상작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다카 미즈키의 <doldrums> 를 비롯, 해외 초청이 결정된 작품들도 많았다. 한편, 컴피티션에서는 수상을 놓쳤지만 해외 초청이 결정된 작품이 둘 있었다.

구로타키 야스시(黒瀧保士)의 <Eye walk>는 핀란드 연극 페스티벌(Theatre Festival & Rakastajat Theatre)에 초청되었다. 시부사와 다츠히코(澁澤龍彦)의 수상록 <눈의 산책(目の散歩)>에서 착상을 얻은 작품으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흐르는 가운데 하얀 슈트 차림의 구로타키가 나타난다. 머리에는 철사로 얽혀 있는 마스크를 쓰고, 그것을 벗으면 손 끝을 허공으로 조금씩 뻗어 나가고, 점차 확장되면서 시선이 멀리 이동해 간다. 이렇게 내면의 신체의식을 외부에 반영시켜 공간으로 퍼지게 한다. 그리고, 넓어진 이미지나 질감을 증폭시켜 체현하는 것처럼, 오른쪽 팔만 날아서 고속으로 회전, 중심을 위쪽으로 유지하면서 춤춘다.

그는 원래 배우이지만 신체 표현에 강하게 이끌려 일본의 마임 일인자인 사사키 히로야스(佐々木博康)의 일본마임연구소에서 사사하는 동시에 발레를 배우고, 또한 테시가와라 사브로 워크숍에도 다녔다고 한다. 신선하고 생기 있는 감성의 소유자이며, 출중한 신체 의식을 감지하게 한다. 독자적 미의식이나 세계관을 가진 예술가로서, 빨리 다음 작품을 보고 싶은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스즈키 유・모리 가나(鈴木夢生・森加奈)의<ambivalence>는 미국 City Dance Festival에 초청이 결정되었다. 두 사람은 각각 유년기부터 발레를 배워 수년 전에 Noism(예술감독 가나모리 조 金森穣)의 세컨드 컴퍼니 Noism2에도 소속했다. 발레를 기초로 한 위에 컨템포러리 댄스 기법이나 언어로 잘 훈련된 표현력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기대되는 인재들이다. 이번 작품도 댄서로서 높은 기량을 실감시킨 작품이었다.

그러나, 창작 경험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작품 테마는 양면 가치의 상반된 감정을 공유하지만, 그 추상적인 문제의식을 무용표현으로 어떻게 구체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가, 연출적인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미국

이처럼 SAI는 단순히 컴피티션을 개최하고 시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성장을 촉진하는 전망을 가진 페스티벌이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해외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점핑 보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일본 국내에서는 다른 페스티벌이나 레지던스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 작품을 더욱 갈고 닦아 재연하거나, 신작을 창작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예술가들의 스텝 업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기획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일본 무용계가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