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남과 황창배, 한국화 두 거장을 주목한다 - '필묵변혁'
송수남과 황창배, 한국화 두 거장을 주목한다 - '필묵변혁'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3.11.25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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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묵변혁 筆墨變革 - 송수남·황창배'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더프리뷰=서울] 김다인 기자 = 세종문화회관은 11월 28일(화)부터 2024년 1월 14일(일)까지 세종미술관 1관, 2관에서 기획전시 <필묵변혁-송수남·황창배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남천(南天) 송수남(宋秀南, 1938-2013)과 소정(素丁) 황창배(黃昌培, 1947-2001)의 회화를 필(筆)과 묵(墨), 그리고 변혁(變革)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송수남은 ‘한국 수묵화 운동을 이끈 주역’이라 평가 받았고 황창배는 ‘한국화의 이단아, 테러리스트’라는 호칭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에 근간을 두고 현대라는 현실적 시공을 지향하며 한국화의 확장과 새로운 위치를 구축한 남천과 소정의 작품을 최초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화가 한국화일 수 있는 존재론적 명분은 ‘필묵(筆墨)의 회화’라는 점이다. 필묵은 필법(筆法)과 묵기(默氣)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필법이 외연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묵기는 내향적인 성향을 띤다. 이러한 필묵에서 혁신을 꾀하려는 시도는 한국화 역사에서 꾸준히 있어왔으나 1980년대와 1990년대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전개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번 전시는 그 시기 가장 풍부한 결실의 내면을 보여준 대표적인 두 화가 송수남, 황창배를 통해 한국화단이 꾸준히 시도했던 ‘변혁’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특히 황창배는 필법에서, 송수남은 묵기를 통해 오랜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혁신을 꾀하려 했다는 점에서 두 작가를 함께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큰 의미가 있다.

송수남은 한국적 정신의 표현이 수묵에서 나온다고 믿었고, 수묵이라는 화두로 일관하며 1980년대 초 제자들과 함께 수묵화 운동을 이끌었다. 먹이라는 재료나 그 재료가 구사하는 영역의 부흥이 아닌, 먹에 내재된 정신성에 초점을 두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한국화를 정립하고자 했다.

송수남의 '붓의 놀림'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황창배는 ‘한국화의 이단아’ ‘한국화단의 테러리스트’라 불린 작가이다. 독특한 필묵법을 창안, 전통적인 지필묵 이외의 물성을 파격적으로 시도하면서도 필과 묵의 정도를 어긋나지 않으면서 파격적인 선과 다채로운 입체를 지향했다. 이번 전시에서 전통에 근간을 두고 현대라는 현실적 시공을 지향하며 한국화의 확장과 새로운 위치를 구축한 두 작가의 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필묵의 변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오롯이 뿜어내는 시각적 울림과 함께 삶을 대하는 시선에 대한 두 작가의 메시지가 전해질 것이다.

송수남의 수묵화는 먹을 넘어 산수화에 현대적 조형성을 입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크릴과 수묵 작업을 병행하며 장르를 넘나들고 수묵화부터 추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을 계속했다. 이번 <필묵변혁> 전시에서는 한국화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 그의 대표작들과 함께 그간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등 총 40여 점을 소개한다.

황창배의 작품은 "새로운 미술담론을 주도, 시대변화에 따른 다양한 실험과 시도로 한국적 신표현주의를 모색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화 전통에서 벗어나 아크릴과 유화물감, 연탄재, 흑연 가루까지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고, 물감을 뿌리거나 나이프로 긁고 종이를 오려 붙이는 등 기법도 자유자재였다. 그는 정체되면서 변방으로 밀리던 한국화의 지형을 바꿔놓았다. ‘한국적 이미지를 찾고 드러내는 작업, 그것이 저의 관심’이라고 했던 황창배는 전통 필묵법을 지키면서도 자신만의 화법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황창배가 구축한 필묵변혁의 여정을 담은 40여 점이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황창배 '무제'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국내 미술자료 아카이브의 권위자로 꼽히는 김달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 2017년 <20세기 한국화의 역사>전을 개최하며 국내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대학교수 등 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득표수를 차지한 '재조명돼야 할 한국화가' 1위로 황창배, '20세기 대표적인 한국화가' 톱3로는 이응로, 박생광, 송수남이 차례로 꼽힌 바 있다.

전시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관, 2관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입장마감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기간 중 별도의 휴관일은 없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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