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통회화의 살아있는 전설' - 안탕산인(雁蕩山人) 하명요(何明耀) 특별전
'중국 전통회화의 살아있는 전설' - 안탕산인(雁蕩山人) 하명요(何明耀) 특별전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4.04.30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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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통회화의 살아있는 전설, 안탕산인(雁蕩山人) 하명요(何明耀)' 전시 포스터 (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더프리뷰=서울] 김다인 기자 = '중국 전통회화의 살아있는 전설, 안탕산인(雁蕩山人) 하명요(何明耀)' 전시회가 5월 4일(토)부터 15일(수)까지 BNK부산은행갤러리에서 열린다.

언제부턴가 한국에서는 전통회화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도 예외가 아니었으나 치바이스(齊白石, 제백석), 후바오스(傅抱石, 부포석), 쉬페이홍(徐悲鴻, 서비홍) 등이 경매시장에서 다시 각광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동양화의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자, 외교적으로 얼어붙은 한중관계를 민간 차원에서라도 되살리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모여 성사됐다는 것이 주최측의 설명이다.

하명요 화백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 안탕산인(雁湯山人) 하명요(何明耀)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하명요 화백으로, 자는 명지(明之), 호는 안탕산인(雁湯山人)이다. 절강성(浙江省) 온주(溫州)가 본적인 그는 1954년 남경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서화를 좋아했고 어린 나이인 중학생 때부터 금릉화단(金陵畵壇, 남경화단)의 선배인 쉬다오지(徐道之), 동보(董伯)에게서 수묵화를 배웠으며, 첸션지(陳愼之)에게서 서법을 배웠다. 그 뒤 남경예술원에서 류루리(劉汝醴)에게 배웠고, 중국 근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쉬페이홍(徐悲鴻)의 2대 제자가 되었다. 류루리가 쉬페이홍의 직계 제자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커란(李可染)과 더불어 '북이남육(北李南陸)'으로 불렸던 류엔사오(陸儼少, 1909-1993), 신금릉화파의 대표였던 아명(亞明, 1924-2002)을 사사했으니, 근대 중국에서 현대미술의 아버지, 현대미술의 개척자라는 이름이 붙는 수많은 스승들에게서 정통으로 제대로 배운 셈이다.

'北桑寄生(꼬리겨우살이)'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 국가 컬렉션의 효시

60년 넘는 세월을 전통 중국화에 전념하던 그의 노력은 2014년에 꽃을 피웠다. 프랑스-중국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세계화인연합(世界華人聯合)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그의 작품 <마도성공(馬到成功)>을 선사했고, 이 작품은 지금 엘리제궁에 소장돼 있다. 또한 15m 길이의 <환남산수서정회(皖南山水抒情懷)>를 비롯하여 <운해청도(雲海聽濤)> <황산운(黃山雲)> <산람불협곡(山嵐拂峽谷)> 등 대형 작품들이 전국인민대회당과 국가영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에 걸렸다. 중국 미술계에서 국가가 한 개인의 작품을 이처럼 한꺼번에 많이 소장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 뒤 북경, 상해, 강소, 서안, 광동, 광서 등 여러 지역의 화가들과 학술 및 예술교류를 하기 시작했고, 중국 각지는 물론 전 세계로 초청되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캐나다, 한국, 북한, 일본, 오스트리아 등지의 저명인사와 단체들이 소장하고 있다.

(좌)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달되어 엘리제궁에 소장된 작품, (우)북경인민대회당에 소장된 그림 앞에 선 화가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 『중국미술통사(中國美術通史)』에 등재

나이가 들고 지병이 깊어짐에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지키면서 칭화(淸華)대학교 미술학원 객좌교수, 난징 항운항천대학 겸임교수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8년에는 『중국예술영수(中國藝術領袖)』(중국미술출판사)에 수록되었고, 2019년에는 중국인민예술가로 선정돼 기념우표가 발행됐으며, '중국전통예술 전승인'으로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1949-2020 신중국 미술도감』에 수록되었고,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우표 위에 새긴 예술가'로 선정됐으며, '백년중국 명가명작 - 하명요'란 칭호를 부여받았다. 2023년 중국미술출판사가 발행한 『중국미술통사(中國美術通史)』에 수록됐으며, 2024년 중국한림서화원(中國翰林書畵院)의 원사(院士)로 선정되었다.

하명요 화백이 말하는 화가의 기본은 “화가란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며 자연과 교감하고, 그것이 그림으로 나와야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독서와 깊은 사색을 통해 고대와 현대의 인물들을 묘사할 뿐 아니라 영모화훼(翎毛花卉, 새, 풀, 꽃)와 자연이 가진 본연의 뜻을 표현하는 산수화 또한 뛰어나다.

'운정산부취(雲淨山浮翠, 구름은 깨끗하고 산은 떠서 푸르네)'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 사의산수(寫意山水)

그가 그리는 산수는 '사의산수(寫意山水)'다. 산천을 직접 보고 그리되 그 본질을 담는 조선시대의 '진경산수(眞景山水)'에 비길 만하다. 하명요 화백의 산수는 다른 작가와는 다른 주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높은 산의 숲과 바위 위에 흰 구름이 흐르고, 떠다니는 구름은 뿌연 노을 속을 거니는데, 먹빛의 선염(渲染)이나 간필(簡筆)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 풍경을 선사한다. 그는 산봉우리 나무들 사이로 노니는 안개와 구름을 그렸고, 다만 흰 구름이 아득히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개와 구름의 흐름이 드러나고 움직이지 않는 청산(靑山)을 받쳐주며 산의 웅혼함이 더욱 진하고 중후하게 드러난다.

'단암취수천봉(丹岩翠樹千峰, 붉은 바위, 푸른 나무, 천 개의 봉우리)'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 山性卽我性, 山情卽我情(산성즉아성 산정즉아정)

그가 그린 푸른 소나무는 구부러진 비췻빛 가지로 덮여 천지의 생기가 넘쳐흐르며, 강한 힘으로 기운을 북돋아 주는 묘한 정취가 있다. 그는 산에 있는 돌의 표면을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꽉 찬 구도 사이에 흰색의 기공(氣孔)을 남겨 대비를 선명하게 만들며 기운생동(氣韻生動, 만물의 생생한 느낌과 그것을 감상할 때 느끼는 역동성)을 드러낸다. 그림마다 호탕한 기운이 가득 차서 '산의 본성이 나의 본성이며, 산의 뜻이 나의 뜻(山性卽我性, 山情卽我情)'이라는 경지에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화가의 창작 자세와 정신의 기상을 느낄 수 있으며, 화가가 가슴 속에 담고 있는 성정(性情)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그린 모든 그림에는 구도나 형태라는 측면에서 반복이 없으며, 푸른 산의 무한한 매력을 반영하고, 화가의 심오한 예술적 성취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봉첩취목신우(千峰疊翠沐新雨, 천 봉우리 겹쳐서 새 비로 목욕하네)'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그는 고전 미술이론을 바탕으로 한 '발채산수(潑彩山水)'의 연구로 자신의 뜻을 펼쳐 보이고 있으며, 삶에서 자연이 주는 깊은 느낌을 잘 표현해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발채산수로 표현한 화면에 가득한 총림(叢林)과 거석(巨石) 그리고 산이 움직이고 구름이 흐르는 듯한 표현으로 만 가지 기(氣)를 그림 속에 담았다는 평도 듣고 있다.

'발채(潑彩)'란 중국화의 전통화법이자 '사의화(寫意畵)'의 기법으로, 적당히 섞인 물감을 화선지에 과감하게 뿌려서 표현하는 방법이다. 중국화의 남성적 아름다움, 함축적 아름다움, 이미지의 아름다움, 추상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구현하는 기법으로, 쉽게 구현할 수 없다. 최근에는 새로운 발채기법과 표현양식을 추가해 신선한 느낌을 주며, 독창성, 유일성 등으로 복제 불가능한 기법이라는 점에서 예술성과 수집성에서 그 탁월성을 인정받고 있다.

'운심로절(雲深路絶, 구름이 깊어 길이 끊겼네)' (사진제공=부산-남경 예술교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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