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첼로의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 내한공연
'어깨첼로의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 내한공연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4.04.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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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gey Malov (c) Julia Wesely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어깨첼로의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Sergey Malov) 내한공연이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4월 23일(화요일) 7시 30분에 열린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Violoncello da spalla), 일명 ‘어깨첼로’의 거장 세르게이 말로프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고 루프 스테이션으로 재해석해 즉흥연주하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어깨첼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고장 서유럽에서도 여전히 발굴 중인 이색 악기 중 하나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처럼 어깨 위에 얹고 연주하는 ‘첼로’지만, 이 악기는 첼로 연주자보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다루는 경우가 많다. 세르게이 말로프가 바이올린과 비올라 연주자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이러한 점을 증명한다. ‘어깨첼로’는 말하자면, 낮은 소리를 내는 바이올린에 가까운 악기다. 가슴 안에 품은 자그마한 악기에서 울려 퍼지는 저음 악기의 묵직한 소리는 첼로와는 다른 종류의 무게 있는 소리로 가슴을 울린다.

그의 공연이 특별한 점은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뿐 아니라 전자 바이올린과 전자음향을 사용해 즉흥연주가 가미된다는 점이다. 또한 바흐 모음곡과 말로프의 즉흥을 나란히 연주함으로써 고전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처럼 단순히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닌, 즉흥성이 가미된 연주를 통해 과거의 음악을 가져와 생생한 ‘현재를 연주’할 것이다. 작년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호평받았던 그가 이번 공연에서는 한층 더 풍성한 레퍼토리로 바흐의 음악을 다양한 음향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Sergey Malov (c) Julia Wesely

말로프가 선보일 첫 곡은 <토카타와 푸가 D단조>이다. 본래 바흐가 오르간을 위해 쓴 작품이지만 바이올린으로도 연주된다. 말로프의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듣게 될 이 곡은 강렬하게 쏟아져내리는 토카타의 인상적입 도입부를 포함해 다양한 표현들이 혼합되어 거대한 악상을 담아낸다.

다음 곡은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 바흐는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세 곡과 소나타 세 곡을 남겼는데, 이 여섯 개의 무반주 작품은 바이올린 독주의 정점을 보여주는 곡들로, 바이올린 한 대로 구현할 수 있는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적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이중 소나타 1번은 네 악장으로 구성되어 1악장은 ‘아다지오’, 2악장은 ‘알레그로’, 3악장은 ‘시칠리아노’의 한층 느긋한 템포로, 4악장은 ‘프레스토’로 크게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의 교대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움직임으로 가득한 이 작품에 하나의 악기로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풍성한 음악적 표현들을 들을 수 있다.

이어지는 곡은 바흐가 비올론첼로를 위해 쓴 <모음곡 6번 D장조>이다. ‘첼로 모음곡’이라 불리는 여섯 작품 중 마지막 곡이며 프렐뤼드와 알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가보트 두 곡, 지그로 이루어져 있다. 통상적으로 바로크 모음곡은 알망드, 쿠랑트, 사라방드, 지그를 기본으로 하지만 바로크 시대에는 여러 춤곡이 널리 유행했던 만큼 작곡가들은 이 모음곡을 다양한 구성으로 변주해왔다. 이 모음곡에서도 바흐는 통상적인 모음곡 구성을 바탕으로 프렐뤼드를 앞에 배치하고, 사라방드와 지그 사이에 가보트를 추가했다.

한편 이 모음곡에는 특별한 메모가 남겨져 있다. 바흐의 두 번째 아내이자 이 작품을 필사한 것으로 알려진 안나 막달레나 바흐가 이 악보의 첫머리에 ‘다섯 현(cinq cordes)'을 포함하여 총 다섯 음을 그려놓은 것이다. 오늘날 첼로의 A현보다 5음 위인 E음까지 적혀있는 이 악보는 후대 음악가들에게 수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겼고, 그 해석은 이곡을 어떤 악기로 연주하냐는 차원에서부터 시작됐다. 물론 현대의 첼로로는 그 높은 음들을 연주할 수 있어 이 작품은 긴 시간 첼로로 연주되어 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곡이 다리 사이에 끼워 연주하는 첼로가 아니라 어깨에 대고 연주하는 첼로, 즉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를 위해 쓰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는 다섯 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악기다) 그런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한 지기스발트 쿠이켄(Sigiswald Kuijken)은 일찍이 이 모음곡을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연주한 음반을 내기도 했다.

Sergey Malov (c) Julia Wesely

흥미로운 것은 바흐의 이 모음곡이 연주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재탄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첼로 모음곡은 20세기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상점에서 이 작품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 재조명받기 전까지는 공개적으로 연주된 적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 바흐의 모음곡은 첼리스트들이 한 번씩 깊게 탐구하는 첼로 레퍼토리의 중요한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나아가 지기스발트 쿠이켄을 비롯한 여러 연주자의 해석을 통해 이 작품은 첼로를 넘어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로 연주되기 시작했고, 그의 접근은 바흐 시대의 현악기들을 더욱 입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했다.

세르게이 말로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말로프는 일반적인 바이올린부터 비올라, 비올론첼로 다 스팔라, 그리고 전자 바이올린까지, 바이올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활동해온 독특한 연주자다. 그의 악기가 바이올린 한 대에 국한되지 않는 만큼, 이 모음곡을 연주할 때도 말로프는 여러 현악기를 돌아가며 연주하고 때론 루프 스테이션으로 그라운드 베이스를 형성해 그 위에서 더욱 자유롭고 즉흥적인 선율을 만들어간다.

말로프의 연주는 오늘날의 바흐 연주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여러 종류의 현악기가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음색, 루프 스테이션을 통해 더욱 선명해지는 앙상블의 감각, 그리고 바로크 시대의 주요한 덕목 중 하나였던 ‘즉흥성’까지. 세르게이 말로프의 연주를 통해 21세기의 감각으로 다시 한번 재탄생한 ‘현재의 바흐’를 만나볼 때다.

입장권은 R석 6만원, S석 5만원이며, 대학생 및 대학원 25%, 예술인패스 소지자 본인 10%, 예술의전당 회원에게도 할인이 적용된다. 인터파크 티켓 및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하다. 공연 문의는 ㈜제이에스바흐(070-4234-1305).

공연 프로그램

J. S. Bach - Toccata and Fuga in D minor for Electric violin, BWV565

J. S. Bach - Sonata No. 1 in G minor for Violin, BWV1001

J. S. Bach – Suite No. 6 in D Major for Violoncello da spall, BWV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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