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전시’ 다시 이루어지나
‘소녀상 전시’ 다시 이루어지나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10.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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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치 트리엔날레, 협박으로 지난 8월 철거
소녀상 전시로 日정부 지원 끊기로 하자 시민단체 반발
오는 6-8일 전시 재개 가능. 보조금 철회는 취소불가 입장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c)Kyodo(사진=Asiapacific 갈무리)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c)Kyodo(사진=Asiapacific 갈무리)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지난 8월 3일, 겨우 사흘간 전시됐다가 협박과 시위로 철수됐던 2019 아이치 트리엔날레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라는 주제로 지난 8월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김운성 작가의 위안부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일부의 항의와 협박 등이 계속되자 며칠만에 작품을 철거했었다.

일본 문화청은 이 소동 이후 트리엔날레 지원금 7천800만엔(약 72만달러)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 그 이유에 대해 문화청 관리들은 아이치현(縣) 지방정부가 잠재적인 안전상의 위협을 알면서도 지원금 신청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지원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일본 문화청은 아이치현의 문화관광자원 증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었다. 8월 1일 소녀상 전시가 시작되자 다음 날인 2일 전시회에 대한 각종 협박과 불만, 항의가 쏟아졌으며 이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보조금 지급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토를 통해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스가 장관은 제출된 서류에 주요 작품들에 대한 상세정보가 없었다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히데아키 오무라 아이치현 지사는 문화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언급을 거부했었고 한 헌법 전문가는 문화청의 결정을 비판하며 관리들이 이 문제를 신중하고 차분하게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었다.

소녀상 작품의 철거에 대해 일본내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하필 전시회의 주제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어서 비판이 더욱 거셌다. 도쿄 수도대학의 소타 기무라 교수는 폭력적인 협박때문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면 이는 희생자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라면서, 협박은 범죄이며 이는 경찰과 사법당국이 적절히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즉 보조금은 작품의 가치를 토대로 승인되어야 하며 이번 경우와 같은 이유로 지급을 중단한다면 이는 배타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자유로운 의견과 사상의 표현을 위한 재정지원의 확대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녀상 철거 이후 트리엔날레에 출품한 한국 등 외국작가들의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일본내에서 활발히 벌어졌고, 이후 외부인사로 구성된 검증위원회가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전시과정을 검증했다. 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전시 중지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 아니다”라면서도 “조건을 갖추는대로 신속하게 재개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30일 여러 일본언론들에 의하면 전시실행위원회 측은 “작가의 사상 및 신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예술제실행위원회를 상대로 지역 법원에 전시 재개요구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후 양측이 화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보조금 철회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여러 시민단체 청원에 대해 일본정부입장은 ‘불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술제실행위원장 히데아키 오무라 아이치현 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6일-8일 중 전시를 재개하고 안전 유지 및 전시의 일관성 유지 등 4가지 조건을 전시위원회 측에 당부했다”고 밝혔다. 현재 평화의 소녀상 전시장에는 3m 높이의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되므로 소녀상이 재전시된다면 그 기간은 대략 일주일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 작가는 “아직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실행위원회로부터 공식 통보를 못 받았다”면서도 “폐막을 앞두고 단 며칠이라도 소녀상이 관객을 만날 수 있다면 분명히 반가운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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