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일로 향하는 발걸음 –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리뷰] 내일로 향하는 발걸음 –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 김미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1.08.03 15: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전시장 공연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더프리뷰=인천] 김미영 무용평론가 = 1981년 창단 이래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내고 있는 인천시립무용단(예술감독 윤성주)이 40주년을 맞아 <지킴과 변화>라는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개인이 40세가 되면 불혹(不惑)이라 이르는데, 어떤 일에 중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원칙을 지켜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불혹을 맞은 단체는 어떨까? 숱한 시간들을 서로 부대끼며 갖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며 맞이한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분명 아픔과 고난도 존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때,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한 것은 그 모든 것이 지금을 만들어 낸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9일(금)-18일(일) 인천문화예술회관 대전시실에서 열렸던 인천시립무용단 창단 40주년 특별전시회 <지킴과 변화>에서 이런 인천시립무용단의 40년 세월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들이 40년이 되도록 지켜온 것은 무엇이고 성장과 발전을 이룩하며 변화를 시도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시간들을 보냈고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무대를 통해 그들이 추구해 온 가치는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잔칫집에서 잘 차려진 한 상을 대접받는 것처럼 단순하게 거닐며 지켜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정보와 체험, 미니 공연까지 정성을 가득 담은 인천시립무용단의 마음을 선물처럼 받았던 전시이다. (더프리뷰 6월 30일자 기사 참조)

전시는 ’역사‘ ’지킴과 변화‘ ’무용공연의 모든 것‘, 그리고 상설체험과 특별체험 등의 섹션으로 나누어졌다. 가장 먼저 벽면 가득 40년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연대표가 눈에 들어온다. 창단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예술감독과 당시를 대표할 수 있는 공연 제목들이 사진과 함께 한 눈에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제 1대 이영희 예술감독의 창단공연 <굴레야 굴레야>에서부터 사물놀이 공연, 이청자 예술감독의 창작 작업들, 김영숙 예술감독의 정재, 한명옥 예술감독의 규모 있는 창작 작품. 홍경희 감독의 친시민 프로젝트 <춤추는 도시 인천> 등 무용단의 역사를 되짚어 간다. 이번 전시 역시 <춤추는 도시>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이후 손인영 예술감독에 의해 양적 성장을 이루었고. 김윤수 예술감독 시기에는 현대화된 한국무용 작업을, 현재 윤성주 예술감독에 이르러서는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전성재 부예술감독의 참여로 또 다른 색깔을 보이고 있음이 한 눈에 보였다.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해외공연의 연보는 따로 구성하여 해외로 나간 것 뿐 아니라 우리나라로 초청된 공연들도 소개하였다. 유리 부스에 특별히 전시된 창단 당시의 프로그램과 예전에 만들어졌던 잡지, 초대권, 홍보엽서, 사진 등에서 40년이라는 시간의 흔적을 실감할 수 있는 한편,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오랜 향수를 자극했다.

‘역사’ 존(zone)을 지나 ‘지킴’ 존에 들어서면 인천시립무용단의 전통에 기반한 정체성을 보여준다. 궁중무용의 깊이를 담아 포스터와 사진, 브로슈어, 당시 사용했던 소품과 작품 내용이 소개된 <나비의 꿈>(1997년 김영숙 안무)과 지난해 온라인 공연된 ‘궁중의 삶이 보이는 궁중예술’을 주제로 한 궁중정재 <정재정감>(2020년 윤성주 안무)에서 인천시립무용단이 우리의 전통무용에 기반한 단체임을 각인시킨다.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윤성주 현 예술감독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균형-창을 내어 안을 들여다보다>(2007년 한명옥 안무)에서 경기, 인천, 전라, 경상지역의 명인들을 초청하여 지역이 가진 춤의 특성들을 살펴 볼 수 있었다면, <즈믄 해 승화 시에>(2000년)는 인천지역 이선주 선생과 함께 칠성제석춤, 성주풀이춤, 나나니춤에 대해 연구하며 인천의 춤을 좀 더 구체화한 작업이다. 당시 인천국제공항 개항과 문학경기장 준공 등을 기념하여 새천년 국태민안 기원의 의미를 담았던 것으로, 시립무용단으로서의 역할을 한 번 더 상기할 수 있었다. 지역춤에서 확장되어 한국의 춤을 보다 면밀히 다룬 <인천의 춤 한국의 춤>(2003년)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재공연되면서 인천시립무용단의 춤을 더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전통춤을 기반으로 지역 시민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만들어진 작품들로는 공주의 궁궐 탈출 이야기 <청산녹수>(1996년 이청자 안무), 한국적 댄스컬 <풍속화첩-춘향>(2011년 홍경희 안무)이 있다.

‘변화’ 존에는 인천시립무용단이 선보인 창작무용의 대표작들이 자리했다. 오영수 원작에 박범훈 작곡, 이호종 미술이 함께한 <갯마을>(1983년 이영희 안무), 인천시립극단 감독을 역임한 윤조병 원작의 <휘파람새>(1989년 민태금 안무)는 자료와 흑백사진에서 시대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광복 50주년 기념으로 박용구 대본, 이병훈 연출로 제작된 대하무용극 <애비의 수첩>(1995년 이청자 안무)은 대구, 광주, 강릉, 구미 등 7개 도시를 돌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새로운 몸 언어를 개발하여 극적인 작품에 비해 현대적 움직임 요소가 강해진 <월인천강지곡>(2002년 한명옥 안무), 기존의 발레에서 각 나라를 선보였던 디베르티스망 대신 우리나라 전래동화를 삽입하여 우리 춤으로 만든 <호두까기 인형>(2008-2011년 홍경희 안무), 지역 콘텐츠를 개발하여 작품제작에 활용한 <인당수 – 춤, 심청>(2012년 손인영 안무), <가을 연꽃>(2015년 김윤수 안무) 등과 윤성주 현 예술감독의 <만찬-진, 오귀>(2017년)를 비롯하여 <비가>(2018년), <담청>(2019년), 전성재 부예술감독의 현대적 움직임으로 한국무용의 지평을 넓힌 <건너편, Beyond> 등 40년을 지내며 변화를 겪어낸 자리마다 기억되고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연보와 각 섹션 별로 기획된 다양한 콘셉트를 통해 인천시립무용단의 말 그대로 ‘지킴과 변화’의 과정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전시장 공연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하지만 전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인천시립무용단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었다. ‘춤추는 우리 체조’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보급하고 ‘인천을 빛낸 별들’이라는 코너로 인천 지역의 무용 영재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2008년부터 시작된 <춤추는 도시 인천>의 매해 포스터들을 통해 인천시립무용단이 지역에서 해내는 역할들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또한 무용 저변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시민들이 무용을 직접 배워보고 작품의 제작과정을 실제 경험해 보는 ‘보고’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교과서에서 선택된 주제를 춤으로 만드는 ‘춤, 책에서 만나다’, 눈으로 듣는 동화시리즈 ‘온 가족을 위한 레퍼토리’ 등 시민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무용단의 모습들을 통해 예술단체가 이 시대에 어떤 역할로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관람객들이 실제로 공연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의상, 악기, 소품, 무대 디자인 도면, 의상 스케치 등을 볼 수 있고, 실제 무대에 서는 것과 같은 작은 무대도 마련되어 의상을 입고 올라가 볼 수 있었다. 포토 존과 영상 상영실, 아이들을 위한 드로잉 데스크도 마련되어 세심한 부분까지 애쓴 마음이 느껴졌다.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사진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인천시립무용단 특별전 ‘지킴과 변화’ 전시장 공연 (사진제공=인천시립무용단)

주말에는 전시특화 공연이 하루 2회씩 준비되어 가까이에서 무용수들의 공연을 보는 것으로 전시를 마무리되었다. 내가 본 공연은 김철진의 <낭만에 대하여>, 유나외의 <종이학>, 윤지영의 <온다>였다. 한국무용수이지만 현대적인 움직임들이 눈에 띄었던 공연으로 움직임과 표정, 안무에서 시민들에게 더 다가가고자 하는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박재원의 <Black>, 유희선의 <소풍>, 정민서의 <탐>은 보지 못하였다.

올해 유독 40주년을 맞은 단체나 행사들이 눈에 띈다. 40년의 지난 길을 어떤 형태로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 가운데 전시를 택한 인천시립무용단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전통무용과 창작무용의 경계를 오가며 예술감독의 작업형태에 따라 겪어낸 많은 변화를 한 자리에 펼쳐놓기에 더 없이 좋은 장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그들이 한결같이 지키고자 했던 것, 성장을 위해 변화, 확장, 발전시켜야만 했던 것. 시립단체로서 시민들에게 예술을 소개하고 예술이 가진 선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자 애써온 노력들을 정성스레 한 자리에 담아냈다. 이제 불혹이다. 자기만의 원칙과 색깔을 찾아 중심을 잡아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무엇이 두려울까? 그들이 발을 내딛는 곳이 길이 될 것이다. 그 길이 더 나은 내일로 향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