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문산책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도시 인문산책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02.14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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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에세이로 만나는 색다른 서울의 시공간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표지 (c)뜨인돌출판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표지 (c)뜨인돌출판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최근 뜨인돌 출판사에서 펴낸 이종욱의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은 색다른 도시여행서이다.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은 일상 회복이 무엇보다 간절한 이때, 매일 지나치는 평범한 도시 공간이 새로운 휴식과 견문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160여 점에 이르는 그림 속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한편, 경로마다 적층된 시·공간의 정체성을 짚어 보는 ‘서울 인문 산책+드로잉 에세이’다.

저자는 17년 차 건축사 이종욱 씨다. 스스로를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주중에는 산업시설 건축 설계를 수행하고, 주말에는 도시 곳곳을 거닐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렸다. 그는 스트레스를 음주나 휴식으로 푸는 대신 가급적 걷고, 그것들을 기록하고 그리는 방식으로 푼다고 한다. 그가 주로 찾아다닌 곳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와 그 주변. 익숙한 곳들이지만 경관 속에 숨은 틈을 날카롭게 포착해 낸 까닭에 그림 속 풍경들은 서울 토박이조차 낯설게 느낄 만큼 신선하게 다가온다.

2013년, 임신한 아내의 체중 조절을 위해 시작했다는 도시 걷기는 생각보다 훨씬 즐겁고 설레는 일이었다. 매번 다른 장소에서 파편화된 기억들이 연속된 공간으로 엮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별다른 관심 없이 지나치던 장소들이 자주 걷다 보면 애정이 가고, 관심이 생기고, 알고 싶어져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말과 글로는 채울 수 없는 것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렇게 그의 책에는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아내와 아들과 함께 걸었던 여러 길과 동네들이 엮여 있다.

책은 일곱 가지 서울 산책 경로를 담고 있다. 걷기의 시작점은 오랜 세월 서울의 관문이자 상징이었던 서울역이다. 그 동편, 숭례문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와 주변부 그리고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4개의 경로를 1부로 편성했다. 이어 서울역 서편의 널따란 구릉지 일원과 옛 경의선 및 그 지선들의 흔적을 따르는 3개의 경로를 2부로 묶었다.

문화역서울 284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문화역서울 284 (c)뜨인돌출판

1부의 경로들은 구한말 이후 현대에 이르는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를 보여준다. 정동 일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말 적벽돌 건축의 형성사를, 세종로 서측과 서촌 일대에서는 2000년대 이후 낙후 상업지와 서민 주거지가 맞은 상업적 변모를 살핀다. 명동, 청계천, 을지로에서는 1960년대 이후 급속 개발의 그림자를, 후암동과 해방촌에서는 해방 후 남산 자락에 들어선 서민 주거지의 생명력을 발견한다.

2부에서는 ‘구릉’과 ‘철도’라는 서울 서북부의 지리적 특색에 주목한다. 중림동과 충정로에서 한국 아파트사(史)의 산 증인들을 만나고, 아현동 청파동에서는 구릉지를 타고 오른 저층 주거지의 가치를 되새긴다. 도심 속을 흐르는 경의선 숲길에서는 100여 년에 걸친 옛 경의선의 수난사를 살피고, 홍대앞 일대에서는 옛 당인리선이 빚어낸 가로의 특징을 확인하며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서울 도시공간의 미래를 엿본다.

저자는 목적지에서 목적지로 이어지는 경로에 자신이 미처 제시하지 못한, 그리고 어느 누구도 아직 발견해 내지 못한 각 산책자만의 소중한 보물이 숨어 있을 것이라며, 그렇기에 대강의 목적지를 정한 뒤에는 즉흥적으로 여기저기, 이 골목 저 골목, 자신만의 경로를 찾아보실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간인 만큼 가급적 많은 사연을 뿌리고, 훗날 많은 추억들을 거두길 권한다고.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도시 여행서의 일부 '명동성당, 가톨릭회관' (c)뜨인돌출판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명동성당과 가톨릭회관 (c)뜨인돌출판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은 근현대 생활문화의 흔적들을 차근차근 꺼내 보이며 도시의 인문적 가치를 조명한다. 도시공간에 대한 심미안은 그곳으로 내디딘 첫걸음에서 시작된다. 저자가 안내하는 인문적 도시 산책을 따라가다 보면 ‘나의 도시는 과연 어떤 곳인지’ 알아 가는 재미를 느낄 것이다.

그림이 차분하고 아련한 것처럼 문장들도 예사롭지 않다. 문학적 에세이의 향기를 은은히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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