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여름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고잉홈 프로젝트”
[공연리뷰] “여름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고잉홈 프로젝트”
  •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15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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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 프로젝트 (7월 30일 - 8월 4일)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
롯데콘서트홀 8월 4일
Editor Mari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음악가의 영원한 고향은 음악인가?" 대한민국판 루체른 페스티벌인 ‘고잉홈 프로젝트’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는 정상의 음악가들의 축제로 진행됐다.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고잉홈 프로젝트는 지휘자의 리드로 연주해도 어려운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개막 연주로 들려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플루티스트 조성현, 호르니스트 김홍박, 오보이스트 함경,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 바수니스트 유성권 등 고잉홈 프로젝트가 자랑하는 관악주자가 총출동한 8월 1일의 <그랑 파르티타> 역시 역대급 호연이었다.

8월 2일 <볼레로 : 더 갈라>는 14명의 협연자가 다채로운 명곡을 연주했다. 플로린 일리에스쿠와 스베틀린 루세프의 연주가 걸출했다. 라벨의 <볼레로> 연주 역시 대단했다.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에서는 본고장의 일급 오케스트라에서 활약 중인 80여 명의 연주자들이 모여 어벤저스급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SIMF 오케스트라 등 최근 대한민국 무대를 장식하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부흥이 반가운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진화된 형태이면서 역대급 진용이 아닐까 한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필자는 8월 4일 폐막 연주회를 찾았다.

단원들 사이의 남다른 음악적 집중력으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고 회자된 <봄의 제전>에서의 의외성과 함께 실황 연주에서만 가능한 극적인 반전을 노리기 위해 <브루크너 교향곡 제6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필자만의 상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더욱이 브루크너 교향곡은 평생 동안 호흡을 맞춰온 오케스트라들도 정교한 합주와 섬세한 표현에 곤란을 겪는 작품이라 프로젝트성의 오케스트라가 짧은 시간 호흡을 맞춰 과연 어떤 결과를 내놓을 지 흥미로웠다. 제6번은 브루크너 교향곡들 중에서 비교적 러닝타임이 짧지만 가장 독특하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이번 공연에선 2015년 BBC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하여 슈베르트 교향곡을 들려준 후안호 메나(Juanjo Mena)가 오랜만에 포디엄에 올랐다. 그는 첼리비다케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훈련을 받으며 지휘자로서의 전기를 마련한 바 있듯, 브루크너 교향곡에 일가견이 있는 지휘자다. 샨도스(CHANDOS)에서 취입한 브루크너 제6번 음반 역시 평단의 갈채를 받은 바 있다. 기대했던 것처럼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다.

독특한 리듬의 개시부를 섬세한 바이올린과 풍성한 저역 악기로 감쌀 때만 해도 끊임없이 변신하는 카멜레온적 연주가 되리라곤 짐작하지 못했다. 알렉상드르 바티(Alexandre Baty)의 광포한 트럼펫의 질주를 필두로 화려하게 금관악기가 포효하며 무드는 급반전되었다. 공수의 전환 같은 급작스러운 음악적 흐름의 변화와 주제간의 대비, 이것이 1악장을 이끌어간 동력이었다. 고결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아다지오 악장은 메나의 예리한 리드가 정중동의 따사로움을 자아냈다. 마치 천상에 닿을듯한 숭고함을 느꼈다.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현악과 금관의 풍성한 고요함 속에 목관악기에 부여한 악센트가 음악을 끌고 갔다. 화사한 음향의 스케르초 악장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는 듯한 찬란한 음향의 홍수가 펼쳐졌다. 그들은 무척 빠른 템포를 설정하였으나, 세밀한 오케스트라의 묘미를 잘 살렸다.

“고난을 거쳐 별들의 나라로”라고 묘사되는 마지막 악장은 어두운 개시부에서 출발하여 교묘하게 연출된 고조와 점증이 포인트였다. 인터미션 같은 노련한 휴지부와 함께 질주와 완서의 절묘한 조화가 결국 찬란한 마무리로 이어졌다.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세상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것 같은 브루크너 연주를 마지막으로, 불꽃놀이 같은 한 주간의 축제가 끝났다. 이들의 연주를 다시 듣기 위한 일 년의 기다림은 즐겁게 감수할 수 있다. 내년에는 과연 어떤 모습의 무대가 우리를 맞이할지 벌써 가슴이 뛴다.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협연 김홍박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협연 김홍박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 프로젝트, 지휘 후안호 메나(Juanjo Mena)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고잉홈프로젝트/Sihoon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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