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우리가족 국악캠프’
[현장에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우리가족 국악캠프’
  • 김미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2.09.0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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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산국악당,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연희놀이터' 공연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더프리뷰=서울] 김미영 무용평론가 = 갈 때마다 기분 좋은 곳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서울남산국악당이다. 푸르른 자연과 고풍스런 한옥이 어우러진 그곳은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지고 착해지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지난 주말 눈이 부시도록 파란 하늘 아래 서울남산국악당의 초록빛 잔디마당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로 가득했다. 8월 27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되는 ‘우리가족 국악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이다. 프로그램은 연희, 무용, 국악 세 분야로 90분씩 진행되며 오전 11시 ‘연희놀이터’는 놀이꾼들 도담도담이, 오후 2시 ‘부채꽃바람’은 리을무용단이, 5시 ‘소리그리기’는 유쾌한 악당이 맡아 진행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야외마당과 한옥 곳곳에 마련된 캠핑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의 설렘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가족부터 세 프로그램에 모두 참가하는 가족까지 있었다. 아이들의 연령도, 가족의 형태도 다양했다.

 

'연희놀이터' 탈춤 공연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가장 먼저 놀이꾼들 도담도담의 ‘연희놀이터’가 진행되었다. 전국 각지의 다양한 탈춤이 소개되며 가족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자신만의 탈을 만들어보았는데 아이보다 더 신이 난 부모들이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가 함께하고 있었다. 스스로 만든 탈을 직접 쓰고 양주별산대놀이의 깨끼춤을 배울 때도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울만도 한데 가족들은 한 마음이 되어 발을 내딛었다.

무엇보다 눈이 휘둥그레졌던 연희마당은 가족 모두가 한 눈 팔 새도 없이 집중한 시간이었다. 대나무를 장구 형태로 만든 죽방울을 두 막대 끝을 꿴 실로 쳐 올리는 ‘죽방울 놀이’와 가운데 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간 버나를 앵두나무 막대기에 올려놓고 돌리는 ‘버나 돌리기’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숙련된 솜씨로 보여주는 연희자들의 놀이에 마치 마술을 보듯 넋을 놓고 보았다. 연희자가 직접 원하는 아이들을 지목해 체험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는데 너나할 것 없이 저마다 손을 높이 쳐들며 간절한 눈빛으로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늘까지 키를 키웠던 ‘사자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바람은 선선했지만 뜨거운 뙤약볕에 사자탈까지 써가며 최선을 다해준 연희자들과 그 옆 악사들의 연주가 내재해 있던 흥을 돋웠다.

 

부채꽃바람 (사진제공=김미영)
'부채꽃바람' 공연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다음으로 리을무용단의 ‘부채꽃바람’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화려한 의상의 부채춤으로 시작된 무용 프로그램은 모두의 눈과 귀를 집중시켰다. 파란 하늘과 초록 잔디, 꽃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가 너무나 아름다워 저마다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도 흐트러짐 없이 그 장면을 눈과 마음에 각인시키는 듯했다. 대청마루에서 진행된 부채 만들기에서는 방금 잔디밭에서 춤을 춘 무용수가 한복에 족두리를 쓴 채로 안내했다. 공연 자체도 거리감 없이 진행되었지만 의상을 입은 무용수가 아이들 바로 옆에 있는 것을 마냥 신기해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순수하다. 세 종류의 민화 도안이 그려진 부채에 색을 입히는 시간은 아이도 부모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사이 부모도 마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듯 누구보다 진지하게 색을 입혀갔다.

 

부채꽃바람 부채만들기 현장 (사진제공=김미영)
'부채꽃바람' 부채만들기 현장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막간을 이용한 리을무용단 김수현 춤꾼의 입춤은 관객참여 형태로 이루어졌다. 한켠에 걸려있는 두 가지 한복을 현장에 있는 참여자들의 투표로 골라 부채입춤과 한량무 중 하나를 선보였다. 즉석에서 도포를 걸치고 바꿔든 부채로 추어지는 춤을 보는 관객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후 가족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부채를 들고 부채춤을 배워본다. 높바람, 샛바람 등 우리말 바람 이름을 활용한 움직임을 중심으로 부채로 비눗방울을 날려 보낸다. 또한 참가자 모두가 하나의 꽃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일렬로 서 부채 파도를 타보는 등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을 공유하면서 참가자들은 가족 간의 친밀감을 더욱 높이고 구성원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경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소리그리기 공연 (사진제공=김미영)
'소리그리기' 공연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마지막 프로그램은 유쾌한 악당의 ‘소리그리기’이다. 일상의 소리와 이야기가 모여 판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고 대표적인 판소리의 한 대목을 감상해 보며 우리의 문화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를 활용해 우리 가족을 닮은 소리를 만들어 보았는데 이 장면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평소 가족 구성원 간에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내놓았는데 가령 ‘아빠는 잠꾸러기, 느릿느릿 나무늘보’ 같은 가족의 모습을 창의적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언어를 높낮이를 가진 국악 장단에 맞추고 이를 시각적 기호로 표현한 후 각각의 가족이 서로를 소개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마당에 마련된 테이블로 나와 가족 소개 장단을 시각적 기호로 만들었던 소리 그림을 네온 와이어를 활용한 조명으로 만들며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소리를 기록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소리그리기 소리배우기 (사진제공=김미영)
'소리그리기' 소리 배우기 (사진제공=서울남산국악당)

모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지켜본 결과 참여자들의 프로그램 만족도가 생각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역 맘카페에서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다섯 가족도, 친구가 소개해줘서 참여하게 된 네 가족도, 예매 사이트를 통해 신청한 모자지간도 모두 너무너무 재밌었다고 입을 모았다. 유독 열심히 참여해 눈에 띄었던 초등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온 엄마에게 신청 동기를 물었더니 학교에서 국악배움 주간이라 장구를 배우던 중 국악캠프를 알게 되어 신청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램 만족도는 만점이다. 돌아가는 길에는 함께 만든 탈이나 부채, 네온 조명을 들고 찍은 가족사진을 곱게 넣은 미니 액자와 에코백, 남산국악당의 할인 카드까지 선물도 한 아름 안고 가니 저마다 흡족한 표정이다.

무엇보다 만들고 배우고 관람할 수 있었던 기회를 통해 우리의 전통예술이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전통예술이 진부하고 지루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재밌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신청자들이 아닌,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목을 붙잡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었다. 사전 예매를 못해 체험 프로그램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남산골 한옥마을을 지나는 누구나 공연을 보며 함께 박수치며 즐길 수 있었다. 오늘 이 서울남산국악당의 야외마당을 찾은 아이들이 장차 우리 문화를 즐기고 보존할 것이며 또한 발전시켜 결국 우리 문화의 가치를 품고 널리 알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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