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탈리아 유일의 국립무용재단 아테르발레토
[단독] 이탈리아 유일의 국립무용재단 아테르발레토
  • 이종호 기자
  • 승인 2019.03.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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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관객, 모든 공간, 모든 장르협력” 표방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c)Nadir Bonazz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더프리뷰=레지오 에밀리아] 이종호 기자 =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현대발레단 아테르발레토(Fondazione Nazionale della Danza-Compagnia Aterballetto)가 최근 내부 진용을 보강하고 세계적 명성의 국내외 안무가들을 대거 영입, 새로운 도약을 위해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3일 오후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주(Regione Emilia-Romagna) 레지오 에밀리아(Reggio Emilia, Reggio nell’Emilia)시에 있는 아테르발레토 연습실을 찾았을 때 무용수들은 객원 안무가 요한 잉에르(Johan Inger)와 함께 <황금의 날들(Golden Days)>을 연습중이었다. 과거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의 초청으로 두 번이나 한국에 왔었던 스태프 몇몇이 매우 오랜만에 만나는 기자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스웨덴 출신인 요한 잉에르는 요즘 유럽 주요 무용단들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는 안무가 중 하나다. 우리에게도 스웨덴 쿨베리발레단과 스페인 국립발레단 내한공연을 통해 이름이 알려져 있다. 2017년 6월 초연된 <황금의 날들>은 ‘Rain Dogs’ ‘BLISS’ ‘Birdland’ 세 파트로 구성된 작품으로, 누구에게나 인생의 한때에 있었을 행복하고 거침없던 ‘황금시대‘를 노래한다. 보고 있으면 따뜻하고 기분 좋아진다. 앞으로도 많은 공연일정이 잡혀 있는 이 작품을 좀더 보강하기 위해 요한은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을 붙들고 이야기하고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독일 출신으로 지난해 하노버 무용대회 입상 이후 신예 안무가로 주목받기 시작한 필리페 크라츠를 비롯, 단원 16명 전원이 투명 천장으로 내리쏟아지는 햇볕 아래 온몸에 땀 흘리며 뛰고 있었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c)Nadir Bonazz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아테르발레토(Aterballetto, Associazione Teatri Emilia Romagna)는 명칭에서 보듯 원래 1977년 에밀리아-로마냐 극장연합 발레단(Compagnia di Balletto dei Teatri dell’Emilia–Romagna)으로 출범했다. 초대 예술감독은 비토리오 비아지(Vittorio Biagi). 1979년부터 아테르발레토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아모데오 아모디오(Amedeo Amodio)는 1997년까지 있으면서 천재적인 안무력과 무용수들의 기량 향상을 통해 단체의 위상을 획기적으로 올려놓았다.

무엇보다도 클래식 발레 위주에서 벗어나 어떤 스타일의 춤도 소화할 수 있는 탁월한 퍼포머 집단으로 변신하면서 위상이 확 달라졌다. 서울발레시어터(SBT)의 초청으로 1995년 10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처음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 관객들을 예기치 않은 충격과 열광으로 몰아넣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특히나 현대발레, 창작발레가 빈약했던 한국에서 그런 수준의 세련미와 기지, 의표를 찌르는 감각과 탁월한 표현력을 목도한다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c)Nadir Bonazz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그 후 마우로 비곤제티(Mauro Bigonzetti, 1997-2007, 이후 2012년까지 수석 안무가로 계속 일했다) 감독 시절에도 <로미오와 줄리엣> <로시니 카드> 등을 가지고 두 차례 한국 공연을 통해 이탈리아 현대발레의 감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가 떠난 후로는 크리스티나 보졸리니(Cristina Bozzolini, 2008-17)에 이어 2017년 9월부터 지지 크리스토포레티(Gigi Cristoforetti)가 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이 단체는 앞서 2003년 에밀리아-로마냐주와 레지오 에밀리아시의 출연으로 국립무용재단(Fondazione Nazionale della Danza-Compagnia Aterballetto)으로 개편되었고 이듬해 폰데리아(Centro Danza Fonderia, 옛 주물공장을 개조해 만든 무용센터)가 문을 열면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이후 2015년 정부로부터 무용제작센터라는 공식 지위를 부여받음으로써 제작과 공연은 물론 레지던시, 외국무용단 초청공연 등 더욱 다채롭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발레단들이 오페라하우스 소속인 것과는 달리 아테르발레토는 이탈리아 최초의 독립적 국립무용제작기관이라는 점에 대단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특히 지지 크리스토포레티 현감독은 취임 이후 작품 제작에 있어서 ‘모든 취향의 관객 만족, 모든 형태의 공간조건 충족, 모든 타장르와의 협업’을 표방하며 정력적으로 단원들을 선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무용수를 제외한 행정/기술 스태프는 25명선.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요한 잉에르와 함께 연습중인 아테르발레토 단원들. (c)Nadir Bonazz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요한 잉에르 외에도 이르지 킬리안 같은 ‘현대의 고전’은 물론, 호페쉬 셱터, 크리스티앙 리조, 윌리엄 포사이드, 안도니스 포니아다키스 등 기라성같은 안무가들과 신예들에게 신작을 의뢰하고 있다.

올 9월에는 오하드 나하린과 필리페 크라츠 등의 작품으로 트리플 빌을 구성, 오리엔테-옷치덴테 축제에서 초연할 예정이며 2020년에는 요한 잉에르 안무로 <돈 조반니>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아테르발레토의 존재에 큰 자부심을 보이고 있는 레지오 에밀리아시 당국은 오는 10월 중순 이탈리아 무용플랫폼이 이 곳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레지오 에밀리아를 ‘이탈리아의 무용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선언, 벌써부터 세미나, 학생들과 시민들의 춤공연, 무용발전을 위한 장기대책 수립 등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아테르발레토 예술감독 지지 크리스토포레티
아테르발레토 예술감독 지지 크리스토포레티. (c)Viola Berlanda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아테르발레토가 입주해 있는 폰데리아 모습
아테르발레토가 입주해 있는 폰데리아. (c)Paola DePietr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아테르발레토가 입주해 있는 폰데리아 모습
아테르발레토가 입주해 있는 폰데리아 전경. (c)Paola DePietri (사진제공=아테르발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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