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무료공연, 코로나시대 양날의 검인가
온라인 무료공연, 코로나시대 양날의 검인가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8.09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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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에 따른 관람문화, 유통방식 필요
거리 공연중인 발레리나 Photo by Dimitar Kazakov on Unsplash
거리 공연중인 발레리나 Photo by Dimitar Kazakov on Unsplash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무료 온라인 공연이 늘고 있다. 가상무대(virtual stage), 온라인 스트리밍, 랜선 공연 등 비슷한 용어들이 여러 가지 등장하는 걸 보면 확실히 이러한 현상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것인 것 같다.

공연기획자와 극장들도 어렵지만 공연자들은 어떨까? 코로나 이전에도 공연예술가들은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하물며 입장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팬데믹 시대에 이들의 상황은 더 어렵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호주 학자인 케이틀린 빈센트(Caitlin Vincent)는 온라인 무료공연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 그녀에 의하면 바로 그것이 현재 (종이)신문산업이 거의 무너진 이유라는 것이다.

공연예술계에는 공짜로 일해주는 것에 대한 오래된 격언이 있다고 한다. 바로 “(보수 없이) 알려지기 위해 일하는 것의 문제는 알려지다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이틀린 빈센트, 소프라노이자 오페라 대본가, 예술노동 연구자.(c)Samantha Nandez(사진=caitlinvincent.com)
케이틀린 빈센트, 소프라노이자 오페라 대본가, 예술노동 연구자.(c)Samantha Nandez(사진=caitlinvincent.com)

어느 정도 농담이긴 하지만 동시에 공연예술가들에 대한 냉정한 경고이기도 하다. 문화산업에서의 작업은 위험하고 공연자들은 단기간의 프로젝트별 임시고용이나 일당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무보수 노동은 공연시장의 공통된 특징이며 공연자들은 고용주와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단지 이력서 한 줄을 늘리기 위해 이를 견뎌내야 한다.

코로나19는 문화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제 우리는 ‘알려지기’라는 라는 양날의 검이 예술조직에 까지 뻗어 있음을 본다.

지난 3월 이후,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아트 콘텐츠가 유입되면서 라이브 공연은 문을 닫고, 공연단체들은 디지털 콘텐츠라는 선두차에 올라탄다.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아카이브 공연까지 관객들은 가상공연에 빠지게 됐다.

"공짜로 줘 버려" - 왜 공연예술은 신문산업이 했던 같은 실수를 감수하는가?
대부분 이런 콘텐츠는 무료로 제공된다. 호주의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호주 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영국의 국립극장들은 라이브 무대를 스트리밍하거나 디지털 포맷으로 공연을 녹화, 제공한다.

코로나로 인한 폐쇄조치 초기에 디지털 플랫폼은 관객 참여에 결정적 도구였으며 예술단체들은 위로와 ‘영감의 소스’로 예술작품을 전달했다. 동시에 물리적 거리를 넘어 보다 넓은 관객층에 다가가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브 공연으로 돌아오는 것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점점 분명해 보인다.

공연에 있어 안전은 중요한 문제다. 공연자들이 잠재적으로 수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하에서 공연예술 기관들은 수용능력의 일부만 받게 되며 매표실적에 순익을 의존하는 대부분의 경우, 공연장들은 차라리 그냥 문을 닫는 게 더 싸게 먹힐 수도 있다.

문제 많았던 선례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콘텐츠는 현재로서는 유일한 지속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코로나 패닉 속에서 최초로 온라인 예술봉사가 시작되면서 예술단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과소평가하며 ‘공짜로 줘 버렸다’. 이런 관점에서 과거 신문산업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과 정확한 평행선을 보게된다.

지난 10년간. 최초의 온라인 뉴스를 무료로 제공한 이후 신문산업은 여전히 독자들의 기자와 종이신문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생존을 위해 예술조직은 온라인 공연에서도 돈이 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은 주의깊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코로나 초기 개방적인 모델로 시작했다면 이제 관객들은 유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몇몇 단체들은 이미 디지털 콘텐츠로 장사하는 방법을 실험중이다. 영국의 올드 빅 극장(Old Vic Theatre)은 사회적 거리두기 버전의 연극 <Lungs>를 티켓당 10-65파운드(한화 약 1만5천-10만원)에 판매했으며 호주의 멜버른 디지털 콘서트홀은 유료 가상 콘서트를 제작중이다.

영국의 올드 빅 극장(Old Vic Theatre)(c)Kwh1050(사진=wiki commons)
영국의 올드 빅 극장(Old Vic Theatre)(c)Kwh1050(사진=wiki commons)

또한 뉴질랜드의 템포 댄스 페스티벌(Tempo Dance Festival)과 같은 많은 단체들은 온라인용이지만 기부를 요하는 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호주 극단 레드라인 프로덕션(Red Line Productions)은 알렉 볼드윈, 로즈 번 같은 같은 대형스타를 내세워 기부를 요청한다. 뉴욕의 마라톤 콘서트밴드인 뱅 온 어 캔(Bang on a can)은 지난 6월 콘서트 스트리밍 티켓 구입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자발적 기부만으로는 이런 단체들의 장기간 운용비용을 유지시켜주지 못한다.

얼마나 다양한 모델들이 개발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공연자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표준화된 요금이 없다. 사전 녹화에 참여했든, 혹은 새로이 포스팅할 작품을 개발중이든 간에 말이다.

공연예술가들은 '봉'인가
우리는 예술가들의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어떤 근거로 착취되는지를 보아왔다. 뉴욕 메트는 지난 3월 수석 가수들과 조합 오케스트라, 코러스와의 여러 계약을 취소했다. 디지털 모금을 위해 예술가들에게 무료 공연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멜버른 심포니도 이와 유사하게 지난 4월 연주자들을 사퇴시켰지만 이후 그들에게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무료로 참여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구나 프로모션 활동 참여는 계약직 예술가들에게는 관행이 되어왔다. 현재의 이 문제 많은 공연계 권력역학을 무시하기는 불가능하다. 예술단체들은 비고용 예술가들에게 무료노동을 요구함으로써 조직을 유지하려 하지만 장래에 이들을 고용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공연자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이 어려운 분야를 지탱하기 원하기 때문에 그들은 여기에 동의해 버리고 만다.

정부가 예술계 구호를 위해 애쓴다는 보도가 있지만 이는 그저 예술계가 늘 받는 메시지일 뿐이다. 예술은 중요하고, 그리고 예술가들은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뿐이다.

예술조직은 디지털 노출과 선의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들은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예술단체들은 또한 예술의 가치, 그리고 그 예술가들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 실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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