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통령직 인수위에 문화예술인이 한 명도 없네요!" - 김혜경 전 회장
[인터뷰] "대통령직 인수위에 문화예술인이 한 명도 없네요!" - 김혜경 전 회장
  • 이종호 기자
  • 승인 2022.04.1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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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새 정부에 혁신적 정책 기대"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더프리뷰=서울] 이종호 편집인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문화예술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걸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들어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1만명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2월 24일 국회소통관)을 주도했던 김혜경(金惠京)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예술은 국민생활의 매우 주요한 일부입니다. 사회의 윤활유이구요. 그런데 인수위원 명단에 현장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이름이 보이지 않아 매우 실망했습니다. 그렇다 해도 새 정부가 문화예술계의 누적된 문제점을 해소하고 진정한 미래지향적 정책을 수립, 시행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말이 1만 명이지, 전체 숫자도 많지 않고 개성이 제각각인 문화예술계 종사자를 1만 명이나 한 뜻에 끌어모은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재임시 전국의 문화현장을 발로 뛰며 소통해온 그였기에 가능했을 터. 그런 만큼 인수위가 문화예술계를 소홀히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을 수밖에.

본지 이종호 편집인과 인터뷰 하는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본지 이종호 편집인과 인터뷰 하는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지난 4월 14일 더프리뷰와 만난 김 전 회장은 정권교체 노력에 동참한 이유에 대해 그간 문재인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매우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코리아심포니오케스트라(현재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개명) 대표에 전혀 무관한 인사를 임명한 사실을 들어야겠지만, 그 이전에도 문화예술기관 최고책임자 자리에 전문성과 실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을 앉히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예술가들과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 아닙니까?"

한편으로는 진보파 정부들에서 계속돼 왔던 문화복지 편향이나 시민예술에 대한 우대가 본격예술의 위축을 불러온 것도 불만이라고 했다. "시민예술 좋지요. 하지만 시민예술에 대한 지나친 우대가 프로페셔널 예술을 경시하게 하고 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았는지도 냉정히 살펴봐야 합니다. 시민예술과 프로예술은 함께 가며 상생해야지 한쪽을 살리고 한쪽을 무시하면 결국 모두를 망칩니다."

공연예술인들 가운데는 일자리를 잃고 택배나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잇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부예산의 문화예술 ‘복지’ 편중이 문제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소상공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관련 보상도 못 받았습니다. 무대에 설 때는 화려해 보이지만 우리끼리는 ‘턱시도 입은 거지’라는 말로 자조하곤 하지요. 이런 현실을 파악하고 있는 분들이 인수위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는 현 인수위 공약집의 문화예술 부문 내용에도 새로운 혁신안이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일단 문화예술 분야 산하기관장은 반드시 문화예술 전문가여야 합니다. 네편 내편 따지다보니 그동안 엉터리 기관장들이 판을 쳤던 거지요. 그렇잖아도 갈수록 편가르기가 심해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데 언제부턴가 문화예술계마저 그런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은 매우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김 전 회장은 강조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부기구도 현재의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언젠가는 문화예술부(혹은 예술창조부)를 따로 만들어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전 회장은 현행 공공예술단 노동조합의 구조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술가도 노동자인 이상 권리를 주장하는 게 맞죠.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무용단원의 정년이 60세이면, 60세 무용수가 제대로 춤을 출 수 있을까요?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요. 그렇다면 적당한 나이에 다른 직종(가령 교육이나 행정직 등)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화예술 공공기관에서 기획직은 공무원 대신 민간인 출신의 기획자를 채용한다든가, 갈수록 사라지는 지역 예술단들의 부활 방안, 초.중.고교 예술교과목 비중 확대로 창조적 문화생활 진흥과 잠재적 관객확보를 통한 문화산업의 선순환 구조 마련 등 김 전 회장의 아이디어는 끝이 없이 쏟아져 나왔다. 차기 정부 책임자들은 이 같은 문화예술계의 문제점들과 소망들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김혜경 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사진=더프리뷰 김형석 기자

 

민족서정시인 김영랑(永郎 金允植, 1903-1950)의 친손녀인 김 전 회장은 대구 가톨릭대학교 음대 및 같은 대학원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이탈리아 로마 AIDA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경북오페라단 대표,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 교수를 맡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문화행정에도 능력을 발휘, 창원문화재단 상임대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운영위원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유공자 문화예술상 대통령상(2018), 코리아헤럴드 대한민국 문화경영 대상(2021), 대한민국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2013)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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