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단색화전 - 선(禪)에서 존재론으로
김태호 단색화전 - 선(禪)에서 존재론으로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05.2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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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l Rhythm 2021-65, 118.5x92.7cm, Acrylic on canvas, 2021(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Internal Rhythm 2021-65, 118.5x92.7cm, Acrylic on canvas, 2021(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박서보, 하종현의 계보를 잇는 단색화(Dansaek-hwa)의 대표 작가 김태호(74)의 개인전이 지난 5월 2일부터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마포구 합정동 리서울갤러리.

리서울갤러리 김태호 개인전 전경(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리서울갤러리 김태호 개인전 전경(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내재율-프랙털 소우주(Internal Rhythm -Fractal Microcosmos)’란 부제가 붙은 이번 전시에는 김태호 작가의 최근작 15점이 전시 중이다. 100호부터 10호까지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작품들이다.

김태호의 단색화 작품들은 ‘내재율(Internal Rhythm)’이란 명제하에 캔버스 격자 문양을 배경으로 캔버스를 직각으로 무수히 돌려가며 가로세로 수천 번 겹겹이 물감을 올리는 창작 행위의 결과물이다. 축적된 물감 층위를 거쳐 단색화로 표출되고, 비가시적인 정신성이 가시적으로 물화(物化)된 모노크롬 구조 회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동양의 정신성과 사유, 서양의 물질성과 감각이 그 작품 안에 담겨 있다. 작품에 존재하는 색과 형은 작가의 정신과 육체 그 자체이다. 무념무상과 인고의 창작 노동이다. 선과 색의 중첩으로 완성되는 무수히 많은 벌집 형상은 선(禪)의 정신세계에서 우주적 존재론으로 확장된다.

김태호의 작업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예컨대 선배 세대들이 물적 실존과 주체의 일원화(정창섭), 행위의 무목적성과 자동화 기술(박서보), 배압법(背壓法)에 의한 무⋅신체⋅모상의 앙상블(하종현)을 차례로 강조했다면, 김태호는 인탈로-카메오 세공을 프랙털의 방법으로 구사하는 차별성을 보여 준다.”라고 평가한다. 

Internal Rhythm 2022-34, 117.7x92.3cm, Acrylic on canvas, 2022(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Internal Rhythm 2022-34, 117.7x92.3cm, Acrylic on canvas, 2022(사진제공=리서울갤러리)

‘내재율’에 대해 작가 본인은 “내재율은 씨줄과 날줄이 일정한 그리드로 이뤄진 요철의 부조 그림이다. 먼저 캔버스에 격자의 선을 긋는다. 선을 따라 일정한 호흡과 질서로 물감을 붓으로 쳐서 쌓아 간다. 보통은 스무 가지 색면의 층을 축적해서 두껍게 쌓인 표면을 끌칼로 깎아 내면, 물감층에 숨어 있던 색점들이 살아나 안의 리듬과 밖의 구조가 동시에 이뤄진다. 옛 한옥의 문틀 같은, 시골 담 같은, 조밀하게 짠 옷감 같은 화면이다. 축적행위의 중복에 의해 짜인 그리드 사이에는 수많은 사각의 작은 방이 지어진다. 벌집 같은 작은 방 하나하나에서 저마다 생명을 뿜어내는 소우주를 본다.”라고 말했다. 즉 카메오 프랙털 소우주(Cameo Fractal Microcosmos)인 것이다. 

'단색화’라는 한국 현대미술 굴지(屈指)의 한 장르가 모습을 드러낸 지도 어언 반세기를 족히 헤아린다. 초기의 역사를 포함해서 70년이다. 애초 이 용어는 일찍이 1950년대 말 서구로부터 유입한 앵포르멜 세대들이 주축이 돼 그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데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김태호의 단색화는 일관되게 ‘내재율, Internal Rhythm’을 명제로 지속해오고 있다. 이 명제는 방법면에서는 그가 단색화 제2세대로서 선대들과의 차별화를 보여준다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할 것 같다. 뿐 아니라 이념면에서는 선대들이 ‘앵포르멜’과 ‘네오다다이즘’을 배경에 두었던 것과 차별적이다. ‘개념미술’(Conceptual Art)과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등 탈근대기의 전환시대, 나아가서는 ‘글로벌리즘 시대’(Globalist era)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는 단색화 선후세대 모두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이른 바 ‘우리의 문화정체성’(Our Cultural Identity)의 ‘세계화, Globalization’라는 이념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이 시초에 응전했던 외부로부터 영향사의 충격일 것이다. 이러한 충격에 대한 독자적인 응전이란 작가들마다 다르기에 오늘날 단색화가 양식상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실은 방법적인 면에서 특히 그러했다. 예컨대 선대 세대들이 ‘물적 실존과 주체의 일원화’(정창섭), ‘행위의 무목적성과 자동화 기술’(박서보), ‘배압법(背壓法)에 의한 무⋅신체⋅모상의 앙상블’(하종현)을 차례로 강조했다면, 김태호는 ‘인탈로-카메오 세공’을 프랙탈의 방법으로 구사하는 차별성을 보여준다." - 미술평론가 김복영(전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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