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총천연색으로 눈부셨던 음악의 오로라!”
[공연리뷰] “총천연색으로 눈부셨던 음악의 오로라!”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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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지휘-라파엘 파야레)
롯데콘서트홀 (7월 5일, 협연-선우예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7월 6일, 협연-힐러리 한)
Editor Mari Kim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 축제 같은 해외 오케스트라의 이틀간 내한 연주가 막을 내렸다. 글로벌 정치 경제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한 가운데 초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은 예술의 관점뿐만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도 대단한 일이다. 서울 연주가 필자에게 남긴 인상은 마치 처음 컬러 TV를 시청한 감격이랄까? 한동안 잊고 있었던 화려한 색채의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연주에 있어 ‘개성’이라는 덕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북미 대표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rchestre symphonique de Montréal, OSM)는 유서 깊은 단체다. 캐나다 퀘벡을 기반으로, 오토 클렘페러(1885-1973), 이고르 마르케비치(1912-1983), 주빈 메타(1936-),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1933-2014)와 같은 거장이 어루만지며 육성한 북미 대표 오케스트라이다.

전성기는 1977년부터 25년을 재임한 스위스의 명장 샤를르 뒤투아의 재임 시절이다. 그때 프랑스 스타일의 색채가 짙은 연주를 하는 악단의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이 당시 뒤투아의 지휘로 몬트리올 심포니가 DECCA 레이블에 남긴 라벨, 드뷔시, 포레, 생상스의 음반은 영원불멸의 스테디셀러이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이들의 스펙터클한 명연은 DECCA 특유의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와 결합하여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새롭게 다가온다. 이후 켄트 나가노의 재임 기간을 거치고 2021년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출신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가 음악감독에 취임했다. 그는 시몬 볼리바르의 호른 주자로 음악가의 길을 걸어가던 중 시노폴리와 연주를 계기로 지휘자의 꿈을 꾸었다고 한다.

아바도, 래틀, 두다멜의 부지휘자로 활동하며 차곡차곡 경력을 쌓다가 유럽과 북미의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포스트를 거쳤다. 2015년 서울시향의 <드보르자크 제8번 교향곡>을 지휘하였는데 당시 그의 리드가 빚어낸 연주가 생생히 떠오른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개성 충만 쾌연(快演)

마에스트로 파야레가 자신만의 개성 충만한 예술세계를 선보이기 위해 라벨 ‘라 발스’를 내세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간 들었던 어떤 연주보다 원초적인 솔직한 표현과 탁월한 리듬감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거시적인 음악적 구도를 강조하여 생기로 가득한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분출했다. 반면 몬트리올 심포니의 자랑인 화려한 목관 파트의 사운드를 줄이고 회화적 표현에 소극적이었으나 피날레가 장쾌했다.

이어진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협연자는 몬트리올 현지로 날아가 열띤 리허설을 소화했다는 선우예권이었다.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우승자로 얼마 전 낭보를 전한 임윤찬의 선배 격이다. 협연답게 오케스트라의 일원인 양 첫 악장이 진행되었다. 마법 같은 목관악기의 수려한 금빛 앙상블과 선우예권의 어두운 톤의 피아니즘이 어우러진 2악장, 맹렬한 기세의 오케스트라 총주와 어울려 쉴 새 없이 강렬한 타건으로 번개같이 질주한 3악장까지 한달음에 달렸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음악감독 라파엘 파야레(Rafael Payare) (사진=인아츠프로덕션)

2부에 연주된 버르토크의 <이상한 만다린> 모음곡은 양일간 연주의 하이라이트일 뿐 아니라 근래의 보기 드문 명연이었다. 세 가지 장면의 ‘유혹’은 치밀한 묘사로 오케스트라의 비르투오시티가 돋보였다. 그리고 특히 광기로 가득한 마지막 ‘만다린의 추격’ 장면은 긴박하고 거칠게 몰아치는 지휘자의 리드와 이것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오케스트라가 화답하여 선명한 장면을 연출했다. 격한 감동의 순간은 청중들이 쉽사리 갈채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

이어진 드뷔시 <바다> 역시 예상을 뛰어넘었다. 섬세하고 세련된 오케스트라의 특징을 살려 치밀하게 연출된 음화(音畵)를 기대했으나 결국 폭풍이 휘몰아친 감격스러운 장면과 맞닥뜨렸다. 이것은 화사한 오케스트라의 특징과 지휘자의 구도가 맞물려 상승효과를 일으킨 격이었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원숙미를 더한 힐러리 한(Hilary Hahn)

둘째 날은 역시 ‘얼음 여왕’의 귀환이 화제였다. 2018년 내한 연주를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나는 힐러리 한이 프로코피예프의 첫 번째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기대감도 컸지만 프로코피예프 연주에서 천의무봉(天衣無縫)을 볼 줄이야! 예리하기보다 더욱 원숙해진 보잉이 섬세하고 치밀하면서도 온화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마치 세 악장이 하나인 듯 유기적으로 이어간 그녀의 스토리텔링에 청중들은 매혹되었다. 더욱이 인상적인 것은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잠재우는 듯한 카랑카랑하고 선명하고 눈부신 은빛 톤이었다.

앙코르로 그녀의 시그니처 레퍼토리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가운데 <사라방드> <지그> <가보트와 론도> 무려 세 곡을 연달아 들려줬다. 장면마다 따사로운 미소가 아름다웠고 치밀하고 정교한 교과서적인 연주였으나 온기가 더해졌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와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인터미션 후 연주된 말러는 파야레가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작곡가이다. 본인의 몬트리올 심포니의 음악감독 취임을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로 시작했다. 작품이 담고 있는 복잡다단한 정서를 펼쳐 보겠다는 의지로 이번 내한 투어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말러 교향곡 제5번>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빼어난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마에스트로의 의욕과 패기가 돋보이는 연주였다. 다만 ‘작곡가의 내면과 외면의 조화를 좀 더 균형 있게 표현했으면…’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OSM)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화려한 앙코르

이틀 모두 대작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음에도 앙코르로 <베를리오즈 서곡 ‘로마의 사육제’>를 들려준 패기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이상한 만다린>과 함께 콘서트의 백미였다. 짧지만 다채로운 장면 전환과 역동적인 전개 그리고 피날레에서 폭발적인 향연을 연출하며 작품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넘어 120%를 보여주었다. 갈채가 이어지며 퇴장하지 않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청중도 자리를 지키는 장면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틀 모두 콘서트홀에 환하게 조명이 켜지고서도 연주회는 끝나지 않았다. 파야레의 리더십과 오케스트라의 열정이 콘서트홀의 환한 조명처럼 연주회가 계속될 것만 같았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Hilary Hahn)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사진=인아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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