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공간 루프 기획전시 공모선정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
대안공간 루프 기획전시 공모선정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
  • 채혜린 기자
  • 승인 2022.07.14 09: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형태, 다양힌 성격의 유령들을 소환하다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 포스터 (사진제공=대안공간 루프)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 포스터 (사진제공=대안공간 루프)

[더프리뷰=서울] 채혜린 기자 = 대안공간 루프의 2022 기획공모 선정 전시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기획 윤태균)가 지난 7월 8일(금) 개막, 오는 8월 7일(일)까지 계속된다.

전시에는 김연재, 박선호, 임재형, 이지민, 최규연, 박카로, EINOX 등 7명의 작가들이 소환한 다양한 형태의 유령이 등장한다. 시간에 의해, 망각에 의해, 경계에 의해 쫓겨난 것들, 규범의 경계 바깥에 있는 것들, 단절된 과거에 있는 것들이 소환된다. 작품들은 작가들의 개인적인 기억, 개인적인 수집행위, 개인적인 초대행위에 기인하지만 작가들은 실재의 세계를 함께 살아가며, 역사 위에 포개진 존재이기에 유령은 현실의 부분적 서사로서 정당성을 갖는다.

<파라노말 오페라 Paranormal Opera>는 물질적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전시이며, 뒤얽힌 입자의 장(Particle field)로서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우회와 환영을 통해 생산되는, 도착지 없는 알레고리를 추구, 각 작품이 가진 내밀한 서사와 더불어 예술이 구체적 역사와 물질적 맥락을 어떻게 암시하고 엮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기획자 윤태균(1998-)

예술과 감각문화에 관한 글을 쓰고 비평적 태도를 실천적으로 다루기 위해 전시를 기획한다. 주로 담론이 형식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점, 물질이 서사로 주조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기획한 전시로는 <디지털 나르코시스>(2020), <당신은 단절이 두렵나요?>(2021), <아웃 오브 크로스헤어>(2022) 등이 있다. 제도와 자금의 제약이 없는 큐레토리얼 실천을 위해 공간 ‘팩션(Faction)’의 공동 디렉터로 활동중이며, 한국의 전자음악가를 소개하는 정기 프로그램 <플라스틱 밤부>를 운영중이다.

참여작가 소개

김연재(1997-)

김연재는 SF적 서사와 이미지를 통해 타자성과 대안적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전염병 포스트 아포칼립스 사회가 된 평행우주의 지구에서, 정보가 공유되고 읽히는 과정과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다루는 방식을 내보인다. 김연재는 인간과 가축 그리고 야생동물이 어떻게 생물학적 교환을 이루며 서로의 삶에서 뒤섞이는지, 자본에 의한 개발이 새로운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는지를 다루며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에 관한 시각 데이터를 조형의 재료로 사용한다.

박선호(1993-)

박선호의 작업 속에는 크게 네 가지 이야기가 첨부되어 있다. 아이클라우드 속의 여행 사진, 오래된 엽서, 화석, 이동하며 촬영한 유리창 너머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가 차례로 전개된다. 서간체로 작성된 이 이야기는 멈추어 있는 사진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낸다. 아주 구체적인 기록이지만 하드 카피 같은 인쇄물처럼 만져볼 수 없어 실체가 없는 클라우드의 이미지, 고증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 여러 지질학적 시간이 중첩되어 만들어진 사물인 화석,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장면을 통해 ‘기록’과 ’기억’ 그리고 ‘이미지’에 대한 생각들을 직조해낸다.

임재형(1988-)

임재형의 작업은 서로 다른 두 관심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맥락지어진다. 하나는 상실을 둘러싼 감정의 양상과 이를 대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기의 방식과 그 의미에 관한 것이다. 임재형은 기록된 이미지들을 통해 두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을 모색한다.

이지민(1995-)

이지민은 미묘하게 어긋난 경계 안팎을 조망한다. 다종 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공존이라는 생존방식에 의문을 던지고 그 속성을 재검토한다. 공존은 협과 불협, 동질성과 이질성의 이분법적 구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관계이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조우와 침범의 뒤섞임이다. 이지민은 이러한 공존관계 속, 서로의 경계면을 맞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체성과 집합성 사이의 모호성을 복잡기괴한 환상으로 제시한다.

최규연(1994-)

팬데믹 이후 일상생활의 이미지들은 디지털 화면을 통한 여과로 대체된다. 밝은 화면이 꺼진 뒤 검은 디스플레이에 비추어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산포한 이미지들의 포화가 끝나고 잠시나마 지각할 수 있는, 정말 자신이 통일된 주체로 존재한다고 믿는 환상일 것이다. 최규연은 두꺼운 혼합종이 위에 흑연, PVC, 레진 등 디스플레이의 반사광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여러 사물이 각 상황에서 반사되는 지점을 유희하며 창조적 변덕스러움을 모색한다.

박카로(1992-)

박카로는 인간의 존재와 세계관이 믿음으로 지탱된다고 말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습득하는 지식, 경험, 현상, 이치, 논리, 부조리 등 모든 것들은 세계라는 이름으로 함축되고 우리가 현실이라고 말하는 128차원의 공간 위에 구축된다. 박카로는 주체라는 범주로 맥락지어진 자신의 안과 밖을 거대한 탑으로 통합해낸다. 이 자아라는 믿음의 오벨리스크에서, 물질과 사건, 주체와 타자는 우화적 상징들로 형상화된다.

EINOX(1998-)

서울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자음악가 Einox는 도시의 사운드 스케이프(sound scape)를 수집한다. 수집한 소리들은 쪼개지고 재배치되어 가상의 도시 풍경을 재현해낸다. 서울의 도시 풍경과 주조된 가상의 도시 사운드 스케이프가 서로 충돌하여, 현대 도시의 스펙터클에 매몰된 으스스함을 다시금 소환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