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내일 찬란히 빛나리
[공연리뷰]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내일 찬란히 빛나리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4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근 아트팝 뮤지컬 ‘첫사랑’과 K-아트팝 가곡의 밤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최근 아트팝 가곡의 대부 김효근의 음악을 연주한 전혀 다른 색깔의 두 무대가 있었다. 하나는 뮤지컬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곡자의 해설이 곁들여진 오케스트라와 성악가들의 공연이었다.

뮤지컬 <첫사랑>은 지난 9월 2-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초연되었다. 김효근의 아트팝 가곡 13곡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이었다.

아바(ABBA)의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맘마미아>나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로 이루어진 <올 슉 업> 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떠올랐다. 국내에도 김광석의 노래들이 나오는 <그날들>,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로 제작한 <광화문 연가> 같은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첫사랑>은 대중적인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 여느 주크박스 뮤지컬과 분명히 다른, 새로운 시도다. 뮤지컬을 보는 관객은 주로 강렬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에 익숙한 이들이고, 가곡의 가사는 대중가요처럼 직접적이지 않고 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무대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새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다가가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무대였다.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

명곡의 힘은 놀라웠다. 빠른 곡이 없는 뮤지컬이었으나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서정적인 가사가 주는 감동도 컸다.

김효근의 노래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진작가 태경의 스토리에 녹아들어 관객의 마음을 촉촉이 적셨다. 50대의 유명 사진작가 태경이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20대의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는 슬프고 아름다웠다. 태경이 첫사랑 선우를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젊은 날의 자신을 응원하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아버지 태경이 오롯이 과거의 자신과 만나도록 지켜보는 아들 지우를 통해, 관객도 지우의 시선으로 태경과 선우의 사랑과 도전을 볼 수 있었다.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제공=마포아트센터)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

<오페라의 유령> 초대 팬텀이었던 뮤지컬 배우 윤영석이 주인공 50대의 태경을 맡았다. 성악 전공자답게 김효근의 가곡들을 아주 클래식하게 소화해냈다. 선우 역의 양지원과 젊은 날 태경 역 김지훈의 노래는 사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으나 자연스러운 연기와 딕션이 돋보였다.

마포문화재단이 처음 제작한 뮤지컬로서, 이 기획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뮤지컬은 오랜 제작기간과 예산 등으로 쉽지 않은 모험이었을 것이다. 마포문화재단의 뮤지컬 <첫사랑> 제작은 한국 가곡을 알리고, 예술성과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며, 관객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도전들이 쌓여서 문화예술계가 진일보하는 것이다.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제공=마포아트센터)
뮤지컬 '첫사랑' 공연 모습(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

9월 14일에는 <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이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는 테마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사랑의 꿈’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 ‘첫사랑’ ‘내 영혼 바람 되어’ 같은 김효근의 대표곡 14곡과 그가 작곡한 아트팝 오페라 <안드로메다>의 서곡이 연주되었다. 안두현이 지휘하는 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소프라노 김순영·최정원, 테너 존노·윤서준, 바리톤 송기창·이응광이 무대에 섰다. 특히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에 선율을 붙인 신곡 ‘푸르른 날’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애틋함이 흐르지만 힘 있는, 기승전결이 분명한 곡이었다. 우리에게는 송창식 가수의 노래가 익숙하지만, 머지않아 김효근의 ‘푸르른 날’도 많은 이들이 부르게 될 것 같다.

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사진제공=서울예술기획)

공연의 진행 방식은 다소 매끄럽지 않았다. 가곡들을 서너 곡 씩 묶어 4개의 테마로 나누었는데, 한 두 곡마다 작곡자가 해설을 하느라 흐름이 끊어졌다. 적어도 한 테마가 진행되는 동안 청중이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김효근의 아트팝이 세상에 나온지 12년이 흘렀고, 그의 노래들은 이미 애창곡이 되었으니 굳이 해설이 필요 없지 않았을까.

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사진제공=서울예술기획)

이 공연의 주목할 점은 ‘K-아트팝’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이다. 김효근의 음악이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김효근은 국내 관객만 듣고 공감하는 가곡에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가 사랑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보첼리나 사피나의 팝페라처럼. 방탄소년단(BTS) 덕분에 지구촌에 한국어 열풍이 이는 이때, 김효근은 한국의 예술을 세계로 전달하려고 구상 중이다. 해외의 청중에게도 ‘첫사랑’으로 벅차오르는 감격을 전하고 ‘내 영혼 바람 되어’로 위로받으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스스로를 격려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그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처럼.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직 부르지 않았지

오늘 나 초라하고 슬퍼도 지금 멈추지 않을 테요

가장 아름다운 노래 언제나 소중한 나의 꿈이여

내일 찬란하게 빛나리니 지금 끝내지 않을 테요

오늘이여 나 다시 시작하겠소 내일이여 그대는 듣게 되리니

세상이여 영원히 기억하리라 아름다운 가장 아름다운 나의 노래여 - ‘가장 아름다운 노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