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한국인들의 디아스포라를 다룬 영화 <미나리>, 드라마 <파친코>를 이을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나왔다.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사진신부'들의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약 100년 전 사진 한 장에 평생을 걸고 하와이로 시집간 사진신부 세 명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삶의 터전과 공동체를 떠나 살아가는 이들의 발자취는 언제나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좌절과 희망의 연속이다. 공연은 지난 11월 22일 개막, 오는 12월 11일까지 계속된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식민시대와 전쟁, 분단 등으로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고향을 등지고 새로운 희망의 땅을 찾아 나섰다. 그 숱한 역경 속에서도 똘똘 뭉쳐 낯선 땅에 뿌리내리는 모습은 언제나 우리를 전율하게 만든다.
미국으로 향한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 <미나리>와 재일교포들의 삶을 소설과 드라마로 그린 <파친코> 등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담은 서사들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이유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자유와 꿈을 찾아 운명을 뛰어넘어 하와이로 향한 세 여인의 이야기인 동시에 힘겨운 곳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도우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뜻을 모은 이주 여성들의 연대기이다.
원작 소설을 쓴 작가 이금이는 우연히 재외동포 관련 자료를 찾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된다. 앳된 얼굴의 10대 소녀 세 명이 저마다 양산과 꽃다발, 부채를 들고 함께 찍은 흑백사진. 바로 '사진신부'들의 모습이다. 한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는 순간 내게 이야기가 확 들어왔다. 생명을 불어넣어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작가는 사진 속 그녀들의 굴곡진 하와이 삶의 투쟁과 여성 연대기를 파란만장한 서사로 풀어냈다.
1984년 동화로 등단한 후 <소희의 방> <너도 하늘말나리야> 등 어린이청소년문학의 문학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수작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두터운 독자층을 이루고 있는 이 작가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올해도 공연 중인 뮤지컬 <유진과 유진>의 원작 동명 소설을 비롯해 2020년 발표한 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 등 장편소설들을 통해 성인층 독자들의 지지도 열렬히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관객 모두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며,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깊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 제작을 위해 세련된 감각의 창작진이 뭉쳤다.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식구를 찾아서> 등 화제의 창작 뮤지컬을 쓰고 연출했으며 배우로도 활동 중인 오미영이 소설을 무대언어로 바꿨다.
“386페이지의 소설을 무대에 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세 소녀가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고 서로 연대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었다.”는 오 작가는 “인생의 거친 파도를 넘어 성숙한 어른이 되는 세 소녀의 용감한 연대기가 뜨거운 감동의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뮤지컬 <콩칠팔새삼륙> <중독>, 창작가무극 <국경의 남쪽> 등 독특하고 남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세련된 선율로 풀어온 이나오 작곡가는 이번 공연을 두고 “일출부터 일몰까지 다양한 빛깔을 지닌 하루의 확장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뮤지컬의 클래시컬한 색깔과 현대적 감성을 적절히 접목시키며 넘버들간의 섬세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작업에 더욱 신경을 썼다.”고 말한다.
연출은 <어린 왕자> <더 정글북> 등 소설의 무대화 뿐 아니라 <쓰릴 미> <아랑가> 등 다수의 화제작을 지휘했던 이대웅이 맡았다. “끈질기고 억척스럽게 아픔의 시간을 살아내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자신만의 연대기를 만들어낸 세 여인을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밝히며 “지역적 거리감, 방대한 공간감, 세월의 시간감, 이 세 가지를 중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형식으로 다채롭게 표현해 나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공연 관람료는 3만-7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