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질시하면서도 거기 끼고 싶어 안달인 '99%'
1%를 질시하면서도 거기 끼고 싶어 안달인 '99%'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2.12.01 0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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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99%'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연극 '99%'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상주예술단체인 극단 초인은 12월 2일(금)부터 11일(일)까지 김경욱 원작 <99%>를 꿈의숲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공연한다. 이번 작품은 지나친 경쟁구도 속에 서열화되어 가는 현대 자본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 미스테리 추리극이다. 상위 1%에 끼고 싶어 안달인 99%의 질투와 동경, 그 너머 1%의 숨겨진 이면을 찾아내려는 집요한 진실 탐사의 과정이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연극 <99%>는 2008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원작의 섬세한 스토리와 움직이는 스크린을 활용한 다이내믹 프로젝션 맵핑 영상, 그리고 배우들의 다채로운 움직임이 음악과 어우러져 시청각적 풍요를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관람료는 전석 4만원이며, 입장권 예매는 세종문화회관.

김경욱 작가는 극단 초인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자 2019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아시아 아츠 아워드’에서 작품상과 연출상을 수상한 연극 <스프레이>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관계와 심리를 내밀하게 포착한 원작에 다채로운 움직임과 프로젝션 맵핑 영상을 접목해 시각적 상상력을 무대에 입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여러 개의 테이블과 프레임이 장면마다 위치와 조합을 바꿔가며 무대 위에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하고 영상과 결합, 시각적 풍요를 즐길 수 있다. 이 작품은 숨막히는 경쟁사회에서 성공의 이면에 감춰진 부도덕함과 낙오자가 갖게 되는 필연적인 질투에 관한 이야기다. 사회적 관계와 그 속에 싹튼 의혹, 불신, 진실 탐사의 과정을 속도감 있게 다룬 작품인 동시에 드라마의 시각화, 주제의 이미지화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다.

1%를 비난하면서도 1%에 속하고 싶어 안달인 99%들의 딜레마. 1%에 대한 동경과 1%에 대한 분노와 질투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1%에 대한 동경이 사라지면 1과 99의 구분이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주인공 최 대리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친 뒤 승승장구하는 스티브 킴의 숨겨진 과거를 밝히고자 처절할 만큼 고통스럽게 노력하지만, 과연 이 노력이 빼앗긴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찾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과거를 감추고 새로운 가면을 쓴 자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패배자의 찌질한 질투일 뿐인지 명확하지 않다. 현실에서 이미 권력을 거머쥔 1%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진실을 열망하는 순수한 의지는 비뚤어진 열등감이나 속 좁은 질투로 폄하되고 진실은 더 깊숙한 안개 속으로 숨는다. 그리고 1%를 향해 달리는 수많은 99%들은 더 뜨겁게 각자의 진실을 찾는다. 어쩌면 진실은, 진실에 대한 호기심은, 상처받은 99%들이 스스로 위로하기 위한 것이지 않을까?

줄거리

2008년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여파로 위기에 봉착한 한 중견 광고회사가 배경이다. 사장이 조직 리모델링을 위해 미국파 제작고문 스티브 킴을 긴급 스카우트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주인공인 카피라이터 최 대리는 스티브 킴과 첫 인사를 나누는 순간 강렬한 기시감을 느낀다. 고교시절 자신에게 전교 1등을 빼앗긴 김태만이 떠오른 것이다. 비록 스티브 킴은 김태만과 전혀 다르게 생겼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김태만은 1등을 되찾기 위해 교묘하게 치사하고 치명적인 방법으로 최의 성적을 떨어뜨렸고 그해 가을 수많은 의혹을 남긴 채 훌쩍 그 마을을 떠났었다.

스티브 킴은 출근 첫 날부터 아이디어 회의에 참석해 교묘한 방법으로 최 대리의 아이디어를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든다. 수려한 외모, 화려한 말솜씨,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두 들은 뒤에 내는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아이디어로 스티브  킴은 경쟁 프리젠테이션(PT)을 줄줄이 따내며 회사를 빠르게 장악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계속해서 드러나는 증거는 스티브 킴이 김태만임을 가리키고 있다. 최 대리의 의혹은 깊어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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