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로스코, 예술을 넘어 인생을 논하다 - 연극 '레드'
마크 로스코, 예술을 넘어 인생을 논하다 - 연극 '레드'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12.09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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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레드' 포스터(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극 '레드' 포스터 (사진제공=신시컴퍼니)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2011년 초연 이후 다섯 시즌 동안 평균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연극 <레드>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오는 12월 20일(화)부터 내년 2월 19일(일)까지 또다시 공연된다. 연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와 가상인물인 조수 켄(Ken)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으로, 씨그램빌딩 벽화에 얽힌 마크 로스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마크 로스코와 켄은 미술을 화두로 치열한 논쟁을 벌이지만, 그 이면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에 정복당하면서 끊임없이 순환을 이어가는 삶이다. 각각 구세대와 신세대를 대변하는 마크 로스코와 켄은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 화합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혁신적이면서도 탄탄한 공연의 산실인 런던 돈마웨어하우스 프로덕션이 제작, 2009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다. 이후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토니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금도 전 세계에서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연극 '레드' 연습사진(사진제공=신시컴퍼니)
연극 '레드' 연습 장면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유동근, 정보석, 강승호, 연준석 4명의 배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다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 이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충돌이다. 피카소의 입체파를 몰아낸 마크 로스코의 추상표현주의가 앤디 워홀의 팝아트에 의해 위기를 맞은 것처럼 말이다. 도도한 자의식에 사로잡혀 누구도 넘을 수 없는 완고한 성을 쌓고 새로운 흐름을 거부하는 마크 로스코와 그의 편협하고 닫힌 사상을 당돌하게 지목하며 변화를 종용하는 켄은 움직이고 소통하고 서로 작용하게 하면서 전쟁과도 같은 치열한 논쟁을 펼치며 공생한다.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휘몰아치듯, 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작업실을 가득 채우는 두 사람의 말과 몸짓은 한 편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고 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2022년판 <레드>의 마크 로스코 역은 2015, 2019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정보석과 연기경력 42년, 연기대상만 네 번을 수상한 국민배우 유동근이, 켄 역은 다양한 연극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강승호와 2019년 연극 무대에 첫 도전해 호평을 받은 연준석이 연기한다.

오랜만에 연극으로 돌아온 유동근은 1980년대 민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 엘칸토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며 명배우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졌다. 이후 무대에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어려웠던 그는 연극 <레드>를 관람하면서 예술가 마크 로스코의 열정과 에너지를 느끼고, 마침내 용기를 내 출연까지 결심하게 됐다. 그는 “<레드>는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제가 생각하고 표현하려는 로스코와 관객들이 어떻게 호흡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만, 인물과 작품을 연구하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저와 관객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 출연자 가운데 유일한 <레드> 경험자인 정보석은 “부담이 크고, 책임감도 막중해요. 그래도 오랜만에 <레드> 공간 속에 들어와 보니 이전보다 익숙하고 반갑네요. 이 작품은 저에게 풀지 못한 숙제 같아요. 예전보다 핵심에 접근하는 중인데 이번엔 잘 풀어내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배우들이 많으니 예전과는 색다른 <레드>가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켄 역의 강승호는 “<레드>는 평소 존경해 온 선배님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저에게 큰 성취감을 줄 것이라고 감히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앞으로 제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자극과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라며 이번 출연에 대한 각오를 표했다.

3년 만의 무대 복귀작이자 역대 최연소 켄으로 발탁된 연준석은 “연극 무대는 더 어렵고 겁나는 곳이지만,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해요. <레드>는 선배님들에게서 좋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대본을 읽기도 전에 신뢰감이 들고 기대가 됐어요. 관객들께 기대해달라고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지만, 열심히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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