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신작 4편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신작 4편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05.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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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재발견_포스터 (사진제공=국립국악원)
'전통의 재발견' 포스터 (사진제공=국립국악원)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전통 선율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국악관현악 무대 ‘전통의 재발견 Ⅲ’를 5월 11일(목)과 12일(금) 오후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한다.

‘전통의 재발견’ 시리즈는 현재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곡들을 오늘의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무대로 지난 2년 동안 여덟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그 세 번째 무대로 수제천, 평조회상, 씻김굿, 서도음악을 바탕으로 창작한 국악관현악 네 편을 선보인다.

그리움의 재발견, 잃어버린 노래를 찾아서 - 강은구 <소중한 빛...>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수제천(壽齊天)>은 현재 관악합주곡으로 연주되고 있지만 백제시대에는 <정읍사(井邑詞)>라는 노래였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달아 높이 솟아올라)"로 시작하는 <정읍사>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는 임을 생각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담긴 노래다.

강은구 작곡 <소중한 빛...>은 이 여인의 마음에 주목, 소중한 사람을 향한 마음의 흔적을 노래한다. 이를 위해 한 축은 차분한 가곡조의 여창으로, 다른 한 축은 꽹과리, 징, 장구, 북, 모둠북 등으로 그리움의 이면에 끓어오르는 마음을 표현했다. 작곡가는 대금, 소금, 피리, 아쟁 등의 각 악보에도 <정읍사>의 노랫말을 기입해 “가사를 보며 노래를 부르는 심정으로 연주해달라는 일종의 음악 지시어로 적어 넣었다.”라고 밝혔다.

여창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정가 앙상블 Soul지기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김나리가 맡는다.

작은 소리들로 큰 울림을 빚는 장석진의 <유초신지곡>

장석진 작곡 <유초신지곡>은 거문고 중심의 줄풍류 <영산회상(靈山會上)>을 향피리 중심의 관현악곡으로 변주한 정악곡 <평조회상(平調會相)>을 바탕에 두고, 이 곡의 아명(雅名)인 <유초신지곡(柳初新之曲)>을 작품명으로 붙였다.

<평조회상>은 현재 향피리를 중심으로 한 관현악 편성으로 연주되고 있는데 필요에 따라 늘리거나 줄여 음량의 변화를 통해 곡을 표현한다. 작곡가는 <평조회상>의 단순한 선율의 음량 변화를 넘어 관악기와 현악기의 성부를 둘로 나눠 풍부한 화성을 그림으로써 곡의 밀도 높은 음향을 추구했다. 또한 전통 타악기의 울림을 웅장하게 보완하기 위해 첼로, 더블베이스, 호른, 베이스 트롬본 등 중저음대의 서양 악기군을 편성해 곡의 정서를 조화롭게 표현했다.

도입부의 선율은 대금과 피리의 독주로도 자주 연주되는 <평조회상>의 시작 곡 ‘상령산’이 장식한다. 협연에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임규수 악장이 피리로, 류근화 수석 단원이 대금으로 나선다.

진도씻김굿의 슬픔과 구원, 유민희의 <Redemption>

유민희 작곡 <Redemption>은 이태백 명인이 구성한 진도씻김굿의 틀에 작곡가가 직접 채보한 이완순 무녀의 '희설'(진도씻김굿 중 무당이 부르는 노래) 중 앞부분 선율과 장단, 박병천의 남도굿거리 가락을 적용했다.

종교적 구원을 의미하기도 하는 작품명 <Redemption>은 진도씻김굿의 구체적 재현을 담고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 죽음에 대한 슬픔과 구원에 관한 주제를 담았다.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진 삶의 무게나 슬픔은 아쟁과 대금으로, 삶의 끝이 평안을 기약하는 잔치라고 말하는 부분은 소리로 표현했다. 전체 악곡은 씻김굿의 절차와 마찬가지로 ‘도입부’와 ‘남도삼현’ ‘남도굿거리’ ‘희설’의 일부분, ‘긴염불’ ‘중염불’ ‘제화소리’ ‘굿거리’ ‘종지부’로 구성했다.

아쟁 협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 악기 이수자인 이태백 목원대학교 국악과 교수, 가야금에 협연에는 이지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악장, 소리 협연에는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이수자인 김나영 목원대학교 국악과 교수가 함께한다.

서도 선율로 엮어나간 강상구의 <풍류 저 너머에>

강상구 작곡 <풍류 저 너머에>는 서도 풍류, 서도 민요 등 서도 지방에서 전승되어 오는 전통음악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국악관현악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작품은 서정적인 서도 풍류의 선율을 시작으로 봉산탈춤을 연상시키는 선율로 이어간다. 여기에는 굿거리와 타령 풍의 흐름과 반음 음계도 등장하는가 하면 작품의 후반부에는 앞서 나온 서도 민요의 선율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웅장하게 마무리된다.

작곡가는 “황해도 지방에서 연주된 서도 풍류는 오늘날 오롯이 전승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도 풍류가 지닌 '흥'을 재확인하며 함께 나눌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전통의 재발견_창작악단 (사진제공=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전통의 재발견' (사진제공=국립국악원)

창작음악의 맥을 이어가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2004년 창단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신국악작곡 공모(1962), 한국창작음악발표회(1974-2003)로 이어진 국립국악원 창작음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기존 작품을 발굴·재해석해서 연주하는 것은 물론, 위촉곡에서 단원들이 직접 만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성의 작품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의 관현악 편성은 64명으로 여기에는 첼로, 호른 등 서양악기 12명이 포함되어 있다. 지휘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이용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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