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의 독립무용가들(3)-투위민머신쇼(Two-Women-Machine-Show)
코펜하겐의 독립무용가들(3)-투위민머신쇼(Two-Women-Machine-Show)
  • 이종찬 기자
  • 승인 2019.05.13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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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으로서의 가상성 탐구,
한국의 김유진도 창작, 공연에 참여

two women
투위민머신쇼, 이다-엘리자베스 라슨(좌), 마리-루이스 스텐데비어(우)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투위민머신쇼(Two-Women-Machine-Show)는 덴마크의 안무가/무용수인 이다-엘리자베스 라슨(Ida-Elisabeth Larsen)과 마리-루이스 스텐데비어(Marie-Louise Stentebjerg)가 2009년 결성한 퍼포먼스 듀오이다.

이들은 초기부터 '수행적 접근법(practice based approach)'과 '통과하는 몸(channeling body)'이라는 개념으로 관객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북유럽 안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고 평가받았다. 컬렉티브 그룹 RISK와 북유럽 예술가 네트워크인 ‘파라-노르딕 인스티튜션’의 공동창시자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수행적 접근법'을 기초로 안무와 응용이론, 무의식기법, 언어중심 연극 등 다양한 방법론을 실천적으로 적용한 작품들을 창작, 공연하고 있다.

지난 3월 코펜하겐 DFFF 축제에서는 <Ality>를 공연했다. 2018년 초연된 이 작품은 배우이자 무용가인 조너선 보니치(Jonathan Bonnici)와의 두 번째 협업작품으로 첫 번째 협업작품 <TRANS->(2015) 또한 유럽의 여러 무대에서 공연됐다.

"Ality" 공연모습(사진제공=투위민머신쇼)
"Ality" 공연모습(사진제공=투위민머신쇼)

작품의 공동 기획자인 보니치는 현대인들이 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 몰입하는 것을 보고 가상성을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철학자 지젝(Žižek)의 개념으로 재해석,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작품은 춤동작, 의미를 알 수 없는 짧은 대사, 외침, 중얼거림과 응시 등이 뒤섞여 있었고 대본이나 계획된 안무 없이 내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펼쳐졌다. 일종의 ‘무의식적 춤추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은 제공받은 커다란 쿠션에 편하게 기대거나 엎드린 채로 작품을 감상했고 공연중 자유로이 이동하거나 나갈 수도 있었다.

몸은 공간이라는 물질속에 있다
몸은 공간이라는 물질속에 있다

작품에 담긴 또 하나의 개념인 ‘통과하는 몸(channeling body)'은 모든 것이 통과하는 몸이라는 뜻으로, 공연자의 몸은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되며, 그 가상의 세계는 공연자 자신조차 알지 못하는, 정체성 이전에 존재하는 확인 불가능한 세계라는 의미이다. 플로어는 은빛 매트로 덮여 있었는데 이 소품 하나로 작품의 난해한 철학적 개념이 갑자기 양자역학적 감성으로 이해됐다. 물질은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작품’이라는 대상성도, ‘관객’이라는 대상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Ality>는 메타상태의 춤으로 느껴졌다.

 

 

몸은 공간이라는 물질속에 있다(사진=Two-Women-Machine-Show)
왼쪽부터 마리-루이스 스텐데비어, 조너선 보니치, 설치작가 김보람, 무용가 김유진(사진=이종찬 기자)

이 작품은 금년 가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의 김유진(Yu Jin Kim)은 이 작품에 공동 창작자이자 공연자로 참여했다.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녀는 재학중 공연예술에 관심을 가져 휴학을 하고 연극에 발을 담갔다. 조용하고 모범적인 가정에서 자란 그녀는 언어적 규범을 넘어 자유로이 내면을 표현하는 몸의 예술에 큰 기쁨을 느꼈다. 영문과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학과 MA과정을 마쳤고 재즈댄스 강사, 무용수, 판소리극단 대표, 번역가, 한국어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언어/몸, 이론/창작, 예술/현실이라는 서로 다른 것들의 경계에서 창작 작업을 해오고 있다.

무용가 김유진(사진제공=세계문자심포지아)
무용가 김유진(사진제공=세계문자심포지아)

2017년 5월 독일문화원(괴테 인스티투트)과 베를린축제협회의 후원으로 베를린 국제포럼(Theatertreffen 2017)에 참가했고, 참가기를 <연극평론>(2017년 가을호)과 괴테 인스티투트 매거진에 발표했다. 이 때 워크숍에서 만난 투위민머신쇼, 조너선 보니치와 함께 2018년 2월 헬싱키와 에센에서 <얼리티(Ality)> 공연의 공동창작자이자 퍼포머로서 워크숍과 공연을 했다. 현재 퍼포먼스 <엉덩이로 이름쓰기>시리즈(궁디체 개발편, 응용편 등)를 연구하며 몸과 언어, 언어와 몸 사이 어딘가의 가능성을 탐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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