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럽 공연예술계 대모 프리 레이젠 타계
[단독] 유럽 공연예술계 대모 프리 레이젠 타계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0.09.23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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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과 실험의 아이콘
한국 등 아시아 공연계 멘토, 광주아시아문화전당서도 역할
By Heinrich-Böll-Stiftung from Berlin, Deutschland - Kunst in Zeiten des Umbruchs, CC BY-SA 2.0,
유럽 공연예술계 대모였던 프리 레이젠 (c)Heinrich-Böll-Stiftung(사진=wiki commons)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벨기에의 저명 공연예술 감독인 프리 레이젠(Frie Leysen)이 22일(현지시간) 타계했다고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70세.

유럽 공연예술계의 대모이자 아이콘으로 불리는 그녀는 전 생애를 현대공연예술에 바쳐왔다. 장르의 경계를 초월해 유럽의 주요 예술축제들을 창설, 감독, 지원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더 싱헐(De Singel) 극장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국제 아트센터로 만들었으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으로 세계적 명성과 권위를 자랑하는 브뤼셀 예술축제(KunstenFestivaldesArts)를 공동창설했다.

특히 현대예술에 전념했던 그녀는 열린 마음으로 예술경계를 초월하여 볼 줄 알았으며 수많은 뛰어난 예술가들을 벨기에에 초대, 실험적이고 타협할 줄 모르는 작품들의 제작과 소개에 헌신했다.

많은 공연기획자들의 롤 모델이었던 그녀는 2007년 아랍세계로 눈을 돌려 레바논의 미팅 포인트 페스티벌(Meeting Points Festival)을 만들었다. 2010년에는 독일 데어 벨트극장(Theater Der Welt)의 최초의 비독일인 큐레이터가 되었으며 2년 후에는 베를린 페스트슈필 축제(Berliner Festspiele)의 예술감독이 됐다. 

한국,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공연예술 축제들을 위해서도 멘토로서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설립 초기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2015년 개관을 앞두고 한 인터뷰에서는 “예술가들과 관객들이 서로 작품은 물론 일상의 얘기까지 나눌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2005년 방한시에는 한국의 공연예술작품에 대한 질문에 매우 조심스런 말투로 "(한국의) 영화와 미술은 상당히 앞서 가는 것 같으나 공연예술은 다소 덜 발전된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첫 방한의 어설픈 인상일 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업적과 흔들림 없는 헌신으로 여러 번 상을 받았다. 2003년 벨기에 플랜더스주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7년에는 브뤼셀 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Brussel)으로부터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에라스무스상을 받았을 때는 수상연설을 통해 빌렘 알렉산더 국왕에게 네덜란드의 문화부문 재정긴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축제조직위원회(European Festival Organization)는 그녀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했다. 최근에는 로자스 무용단, 알랭 플라텔, 밀로 라우(Milo Rau) 등의 공연에 관심을 가지며 이들을 지원해 왔다.

프리 레이젠은 영화배우 요한 레이젠(Johan Leysen)과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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