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발레단 정기공연 ‘지젤’
유니버설 발레단 정기공연 ‘지젤’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1.10.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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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발레의 정수이자 유니버설 관록의 레퍼토리
'지젤' 1막 장면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지젤' 1막 장면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유니버설발레단이 가을 시즌 정기공연으로 <지젤>을 무대에 올린다. 10월 29일(금)-31일(일)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지젤>은 귀족 신분의 남자와 평범한 시골처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배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숭고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19세기 문예사조에서 찬미했던 초자연적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신비로운 존재와 현실 존재와의 비극적 사랑을 주로 다룬 낭만발레는 <라 실피드>가 대표적이며, <지젤>은 그 정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 낭만발레의 대명사 <지젤>의 탄생

발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지젤>은 흔히 '발레' 하면 떠오르는 순백의 로맨틱 튜튜를 입은 발레리나들의 군무, 주역들의 화려한 테크닉과 사랑이야기 등 명작의 요소를 갖추고 있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불후의 작품으로 꼽힌다.

<지젤>은 시인이자 평론가였던 테오필 고티에가 하이네의 「독일, 겨울이야기」에서 ‘윌리’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영감을 받아 집필한 작품으로, 장 코랄리와 쥘 페로의 안무, 아돌프 아당의 음악으로 1841년 프랑스 파리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됐다. 

'지젤' 2막 윌리들의 숲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지젤' 2막 윌리들의 숲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윌리’는 독일 신화에 등장하는 처녀 귀신으로 이들은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유혹해 날이 밝을 때까지 끊임없이 춤만 추다 죽게 만드는 존재들이다. 전설 속 윌리는 자칫 공포스러운 존재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작품 <지젤>에서는 요정이나 정령처럼 아름답고 신비스런 존재로 그려진다.

고티에는 당시 발레 스타였던 카를로타 그리시(Carlotta Grisi, 1819-1899)의 춤을 접하고 그녀에게 빠져든다. 당시 빅토르 위고의 영향으로 낭만주의 사조에 심취해 있던 고티에는 그리시의 춤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이념에 부합하는 발레 작품, 무엇보다 깊이 연모하는 여인을 위한 발레 대본 작업에 돌입했다. 당연히 세계 초연의 주역은 그리시에게 돌아갔으며, 당대 최고의 대본 작가, 안무가, 작곡가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한 <지젤>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고티에의 사랑은 <지젤>의 슬픈 결말처럼 이루어질 수 없었다. 이미 그리시는 쥘 페로와의 사이에 딸을 두고 있었고 후에 정식 부부가 되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티에는 카를로타 그리시의 친동생과 결혼을 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종착역인지 아니면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이의 곁에 남고 싶었던 이기적인 선택인지는 고티에 자신만이 알겠지만, 이 비하인드 스토리는 <지젤>과 결합되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세계 초연 후 <지젤>은 당대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되기에 이르렀지만 정작 초연 도시였던 파리에서 그 인기는 곧 시들해져 한동안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후 러시아 황실의 신임을 받던 프랑스 출신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에 의해 1860년 러시아 황실 극장에서 재공연되었고 이후 1911년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가 유럽으로 다시 들여와 재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전세계 무대에 오르는 <지젤>은 러시아 황실의 보호 아래 원형에 가깝게 잘 보존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지젤' 2막 윌리들의 숲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지젤' 2막 윌리들의 숲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이 특별한 이유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은 한국 발레사에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1985년 초연 이후 첫 해외 진출의 물꼬를 튼 작품으로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또한 문훈숙 단장은 1989년 마린스키발레단의 전신인 키로프발레단의 <지젤> 객원 주역으로 초청받아, 무려 일곱 차례 커튼콜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 초청공연은 문훈숙 단장에게 ‘영원한 지젤’이란 별칭을 안겨주었고, 동시에 세계 무대에서 한국인 발레리나의 뛰어난 수준을 알리는 계기도 되었다.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예술성과 작품성은 세계 무대에서 인정과 호평을 받아왔다. 1999년 스페인, 이탈리아, 헝가리에 이어 이듬해에 그리스, 독일, 스위스, 영국, 오스트리아, 헝가리 투어를 통해 유럽 무대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 발레단으로서 그 수준을 인정받았다. 2011년 일본 투어는 현지 관객들과 문화예술계를 모두 사로잡으며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의 인기는 한결같다. 2005년 예술의전당 공연에서 유례없는 전회 매진을 달성하며 방송에서 다룰만큼 주목을 받았고, 이후 매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변함없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공연 역시 최단기 전회 매진이라는 기염을 낳으며 발레 팬들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젤' 연기하는 한상이, 간토지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지젤' 연기하는 한상이, 간토지 (c)Kyoungjin Kim (제공=유니버설발레단)

이처럼 국내외 무대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에 열광하는 이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교하게 다듬어진 세계적 수준의 군무에서 찾을 수 있다. 푸른 달빛 아래 순백의 면사포와 로맨틱 튜튜를 입은 윌리들이 공기 속을 부유하듯이 시시각각 대열을 맞추며 정교하게 추는 춤은 발레 블랑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섬세하고 우아한 스타일의 발레가 장기인 유니버설발레단의 매력이 돋보이는 윌리들의 군무는 ‘제 2의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때론 정적으로, 때론 동적으로 강렬하면서 동시에 서정적인 매력을 표출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여기에 주인공 지젤이 보여주는 극적인 연기 변화와 초자연적 러브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1막에서 순수하고 발랄한 시골 처녀의 모습에서 사랑의 배신에 오열하며 광란으로 치닫는 비극적인 여인으로, 2막에서는 영혼 윌리가 된 지젤이 죽어서도 연인을 지키려는 숭고한 사랑의 감정연기로 좌중을 몰입시킨다. 고난도의 테크닉은 물론 기교 이상의 내면 연기력이 요구되기에 지젤은 발레리나라면 반드시 도전하고 싶은 배역이자, 기량과 경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지젤 역에 한상이, 손유희, 홍향기, 알브레히트 역에 간토지 오콤비얀바, 이현준, 이동탁,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가 출연한다. 각 공연별 시간과 주역무용수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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