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가난해도 꿈꾸고 사랑하고 싶다" - 연극 '낙원상가'
"늙고 가난해도 꿈꾸고 사랑하고 싶다" - 연극 '낙원상가'
  • 김영일 기자
  • 승인 2022.01.3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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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 선정작
연극 '낙원상가' 포스터

[더프리뷰=서울] 김영일 기자 = 극단 경험과상상의 <낙원상가>가 2월 3-13일 씨어터쿰에서 공연된다. 정상미 작, 류성 연출.

선명하고 깊은 사랑의 여운을 남기는 이 연극은2020년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경기도대회에서 초연돼 금상, 연기부문 우수상(남자배우), 희곡상을 수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빈곤율 1위 대한민국에서 가난한 노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한가운데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이곳(탑골공원)에 모여 장기를 두고, 의미 없는 입씨름을 하고, 때론 헐값에 성(性)을 사고파는 그들의 삶은 우리 사회가 외면하고 있지만 곧 다가올 현대인들의 현실이기도 하다.

연극 '낙원상가'의 한 장면.

화려했던 지난날은 가슴에 묻어두고 당장 눈앞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넘쳐나는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모이고, 악착같이 돈을 벌고, 어떻게든 하루를 살아낸다. 내일 다시 똑같은 하루가 반복될지라도 일단 오늘에 최선을 다한다. 그러므로 이 지겨운 삶에도 웃음이 있고, 관계 속에 희망이 생기고 사랑이 싹튼다.

남루한 노인들의 삶에도 뜨거운 마음이 있음을 새삼 상기시키는 이 작품은 우상민, 고인배, 이태훈, 권범택, 차유경 배우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연극 '낙원상가'

오늘도 변함없이 탑골공원에서 장기를 두는 주식과 기풍, 그리고 둘 사이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밥이나 커피를 얻어먹는 만동은 늘 나오던 박 씨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자 궁금해하지만 그새 다른 이야기로 주제를 바꾼다. 

바로 기풍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것. 부러워하는 만동과 주책이라는 주식을 뒤로 하고 기풍은 복지관 왈츠수업에서 만난 말자와 커플데이트를 즐기지만 사실 둘은 서로 사정을 속인 채 만나고 있다. 

독거노인 기풍은 가족들과 함께 강남에서 풍요롭게 사는 척을 하고, 고상한 말자는 사실 종묘공원을 돌며 몸을 파는 ‘박카스 아줌마’였던 것. 

연극 '낙원상가'

어느 날, 20년은 젊게 해준다는 ‘신 묘약’이 종로 일대에 뜨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한다. 판매상의 눈에 들어야만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에 다들 한껏 꾸미고 아닌 척하면서 서로를 의식하기 바쁘다. 

한편 종묘공원에 모인 노인들에게 음료나 술을 팔며 가게에서 수수료를 받는 ‘참새’ 남순은 장사가 되지 않자 탑골공원 장기판 일대로 향하고, 만동은 남순에게 첫눈에 반한다. 둘은 여관 대실비로 티격태격 싸우면서 미운 정이 들고, 월남 참전용사 주식은 우연히 박카스를 파는 말자를 만나 잠자리를 갖는다. 

시간이 흐르고 한동안 안 보였던 박 씨가 방에서 고독사하게 된 것을 뉴스로 접한 주식, 기풍, 만동. 충격을 속으로 삼킨다. 그리고 남순의 조언을 따라 종묘공원에서 탑골공원으로 장사무대를 옮긴 말자는 그곳에서 주식과 기풍이 장기를 두는 모습을 직면하게 되고, 만동과 남순은 여전히 미운 정을 키워간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하루 속에서 그들은 웃고 울며, 아옹다옹하며, 때로는 억척스레 삶을 견뎌내고 있다. 공연시간 평일 저녁 7시30분, 주말 오후 4시(월요일 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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