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아름답고 아픈 이 시대의 봄 – 소프라노 박성희 화이트 리사이틀
[공연리뷰] 아름답고 아픈 이 시대의 봄 – 소프라노 박성희 화이트 리사이틀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2.03.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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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화이트데이 콘서트 공연장면(제공=한혜원)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 공연장면(사진제공=박성희)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 칼럼니스트 = 겨우내 기다렸던 봄이지만, 전쟁과 대선으로 싱숭생숭한 3월이었다. 진정이 필요한 시기다. 지난 3월 13일, 소프라노 박성희의 화이트데이 리사이틀 ‘봄의 소리 왈츠’가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렸다.

소프라노 박성희는 2012년부터 발렌타인 데이나 화이트 데이에 리사이틀을 열어오고 있다. ‘사랑’을 주제로 기획한 공연이다. 연인의 사랑, 부모의 사랑, 자연을 향한 사랑, 종교적인 사랑 등 다양한 색깔의 사랑을 무대에 올려왔다. 올해는 봄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레퍼토리들을 선보이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애도를 ‘화이트’라는 컬러로 표현하고자 했다. 봄을 맞이했으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기에, 참혹한 아픔이 존재하는 세상을 위로하고자 한 것.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제공=한혜원)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 공연장면(사진제공=박성희)

정통 클래식으로 다채로운 ‘봄’을 만끽한 무대였다. 박성희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봄은 벌써 미소짓고>, 슈베르트의 <봄의 화신>, 슈만과 볼프의 <봄>을 들려주었다. 밝고 리드미컬한 왈츠와 현란한 스케일의 모차르트, 산들바람 같은 슈베르트, 그리고 슈만과 볼프가 노래한 환희의 탄성이 일렁였다.

바로크 레퍼토리로는 헨델의 <Sweet Bird>를 선보였다. 존 밀턴의 시로 작곡한 헨델의 오라토리오 <알레그로, 펜세로소, 그리고 모데라토>에 나오는 ‘펜세로소’의 노래로, 플루트와 교차로 진행되는 새 소리가 일품이다. 이 오라토리오는 명랑한 사람(Allegro)와 사색에 잠긴 사람(Il Penseroso)의 이야기에 <메시아>의 대본을 쓴 제닝스가 온화한 사람(moderato)을 덧붙여 완성되었다. 박성희는 2018년 프랑스에서 이 곡이 실린 음반 <Birds and Love>를 발매한 바 있으며, 이번 무대에서도 이탈리아 바로크의 아름다움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소영의 플루트가 큰 역할을 했다.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사진제공=한혜원)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사진제공=박성희)

인터미션이 없이 진행되었기에 플루트(이소영)와 바이올린(전진주), 피아노(오순영)의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비발디의 <사계> 중 ‘봄’과 사라사테의 <나바라>였는데, 편곡이 너무 멋지게 되어 원곡과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이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을 라흐마니노프의 노래들로 애도했다. <꿈> <이곳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보칼리즈>였다. 러시아의 음악으로 우크라이나의 참사를 애도하는 무대가 기묘하게 어울렸다. 러시아의 예술가들도 작금의 현실을 비통해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모차르트의 <오, 신이여, 제 이야기를 들으소서>와 앙코르로 부른 아당의 <어머니, 들어주세요>를 통해서는 아찔한 고음으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기량을 뽐냈다.

희망과 슬픔. 상반되는 메시지의 무대였으나, 진정성 있는 음악은 그 의도를 충분히 전달했다. 희노애락이 공존하는 세상이 아니던가. 슬픔의 끝에는 희망이 동틀 것이다. 음악을 통해 묵직한 감정들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사진제공=박성희)
박성희 화이트데이 리사이틀(사진제공=박성희)

소프라노 박성희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를 확장하며 꾸준히 청중과 소통해왔다. 지난 1월 1일,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 1월 3일 프랑스 샹폴로 시립극장 등 6개 도시의 신년음악회에서 노래했다. 오는 5월에는 밀라노에서 피아니스트 안드레아 바체티와의 듀오 리사이틀과 토리노에서 베르디 <레퀴엠> 솔리스트로, 7월에는 이탈리아 알바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설 예정이며,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음반 녹음 등 활발한 해외 무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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