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 칼럼] 문화재단을 통한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 탄생을 위해서(1)
[더프리뷰 칼럼] 문화재단을 통한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 탄생을 위해서(1)
  • 이창봉 시인/중앙대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19.02.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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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과 도시재생사업의 성공

창의적 예술 그리고 도시 재생

필자의 프랑스 문화예술 배낭여행 당시
필자의 프랑스 문화예술 배낭여행 당시

필자는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청정 자연이 숨 쉬는 전원마을 경기도 광주 퇴촌에서 산다. 광주는 남한산성, 천진암 등 역사적, 문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유산이 풍부하다. 이런 문화 예술적 유산의 ‘몸’에 걸맞은 예술 콘텐츠라는 ‘혼’이 담길 때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성장한다.

지역 시민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행복권을 누릴 수 있으며 나아가서 2천3백만 서울 수도권 전 시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

또한, 광주가 지닌 문화 예술적 유산은 세계화될 수 있다. 역사와 문화를 지닌 로마, 베이징, 파리, 교토 등이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발전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렇듯 도시 문화예술이 창의적, 예술적 크리에이티브를 통한 도시 재생과 함께 추진된다면 세계인의 공감과 감동을 살 수 있는 명품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지역의 높은 문화 예술적 관심 속에서 2018년 말 현재 전국에 95개 문화재단이 설립돼 운영 중이다. 2014년 지역 문화진흥법의 개정 등으로 앞으로도 문화재단 설립은 증가 추세일 것 같다.

그런데 문화재단을 설립한 도시들이 지나친 축제 위주의 기획, 예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퍼포먼스, 시민과의 소통 부재, 사회적 불합의, 예술가들의 비통합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예술대학 교수로서 평소 도시 문화재단의 역할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문화재단의 역할이야말로 도시의 문화 예술적 성공을 가늠하는 무브먼트 카탈리스트(Movement Catalyst)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울러 도시가 문화예술 명품도시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도시 재생사업과 문화 예술적 콘텐츠 창조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지역 예술가들의 통합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창의여야 시민의 공감과 감동을 얻어낼 수 있고 그런 문화재단이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문화향유와 삶의 질 향상

문화재단은 예술의 생산자, 매개자, 소비자와 같은 눈높이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 최우선적 목표를 가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넓혀야 한다. 문화를 통한 시민의 행복감은 내가 사는 도시와 삶의 만족도와 연결되고 지속력을 갖게 하는 연료와도 같다.

특성에 맞는 축제 하나가 도시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경우도 있다. 도시의 대표적 축제는 기획되고 실행되고 성공해야 한다. 축제는 지역 주민이 해마다 정한 시기에 모여서 공동의 가치, 비전, 기쁨을 나누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담고 있는 문화 행사이다. 이러한 축제는 축제 지역의 날씨, 지형, 종교, 전통, 주요 산업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 왔다. 중국 하얼빈의 빙등제 등 아시아권 축제, 호주의 한여름 크리스마스 축제 등 오세아니아의 관광축제, 미국 할로윈의 날, 브라질 리오 카니발 등 미국의 관광축제, 유럽의 에든버러 축제 등등 유명한 축제는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시민의 문화향유권을 넓히기 위해서는 공연장 밖의 삶에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만나야 한다. 거리에서, 공원에서, 버스 안에서, 골목에서, 일터에서…이런 문화향유 공간이 넓어지고 커질 때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만족감을 기대할 수 있다.

필자는 대학에서 아트 오라클(Art oracle), 즉 예술을 활용한 생활의 가치 창조에 대해서 강의한 적이 있다. 예술은 삶의 현장에서 공감과 감동으로 인한 행복감을 넓혀 줄 때 자라고 성장한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한 도시가 어떻게 명품 문화예술 도시로 탄생했는지 그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진출처 = 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예술 도시 재생에 성공한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

필자는 학기 강의가 끝나고 방학 때면 유럽 등 문화예술 도시를 여행하곤 한다. 특히 프랑스를 여행할 때면 돈 없이 즐길 수 있는 거리 예술을 만날 때가 많다. 지역 예술가들과 같이 어울려서 세상의 욕심을 내려놓고 노래하고 춤추다 보면 그들의 삶의 에너지를 통해 내 삶의 에너지를 충전 받기도 한다.

거리에서 만나는 수준 높은 공연, 미술, 음악들. 문화와 예술을 삶의 한 부분처럼 즐기는 프랑스인들을 보면서 부러울 때가 가끔 있다.

(사진출처 = 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있는 라 벨 드 메(la Belle de Mai) 지역은 노동자 등 서민들이 주로 사는 항구 지역이다. 백 년 이상 된 담배공장을 중심으로 발전한 도시였다. 담배 소비자의 감소로 1990년부터 공장은 더 이상 가동되지 않았고 폐쇄됐다. 이런 낙후된 지역의 공간을 재활용해서 시민에게 더욱 수준 높은 문화 예술적 환경을 제공하고 아울러 일자리 창출을 돕는 지역 재생사업이 시작됐다.

마르세유시는 시장이 나서서 시민을 설득, 1992년 공장의 부지를 매입해 몇몇 예술단체들에 싸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폐공장을 처리할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 만든 한시적 방법이었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이곳으로 모이게 되면서 예상을 깨고 라 벨 드 메는 도시의 문화중심으로 성장하게 됐다. 지금 이 공장들은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힙합, 재즈, 록, 오페라 등 각종 음악공연과 예술 퍼포먼스, 서커스, 미술 전시, 연극, 영상 등 온갖 형태의 공연과 실험적 예술을 접할 수 있다. 탁아소, 스케이트보드 강습, 요리 프로그램, 매주 열리는 장터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도 닿아 있다. 2000년대 들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마르세유시는 이곳을 팔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와 예술가, 상주단체들이 함께 고민한 끝에 프리쉬 라 벨 드 메를 사회적 기업 형태로 바꾸기로 하면서 오늘까지 유지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이나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처럼 공간의 용도전환 등 도시 재생사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규모 문화시설들이 많이 있다. 시와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스스로 유산적 가치가 없는 전혀 뜻밖의 공간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낸 사례는 매우 특별하다. 세계적인 명품 문화예술 도시는 이렇게 시 행정과 시민의 사회적 합의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결국 라 벨 드 메의 성공요인을 꼽아보면...

첫째, 시민의 공감이 주효했다.

시의 과감한 부지 매입과 부지를 예술가들에게 공급할 수 있었던 결단이 주효했다.
문화예술 생산의 주체가 단순히 예술가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이곳에서 펼쳐지는 여러 활동은 예술가들의 다양한 표현일 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융합되고 지역 및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짐과 동시에 장소를 오픈해서 지역민들과 이러한 결과를 확산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은 문화예술의 향유를 통한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감,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출처 = 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둘째, 예술가들의 자발적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라 벨 드 메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을 제작하거나 배급과 재창작 등 융합적 기능을 하는 열린 마당이 됐다.

도시가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한 촉매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사진출처 = 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현재 300명에 가까운 세계의 예술가, 운동가, 기관들이 프리쉬 라 벨 드 메에서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절반이 넘는 프리쉬 회원 예술가들은 공동제작, 배급, 레지던시, 교류 등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40여 국가들이 이와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의 형성 역시 지역 재생을 위한 자발적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의 자발적 소통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다른 문화공간과 비교했을 때 나타나는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프리쉬 라 벨 드 메는 방치된 기존 공간을 예술적 감각으로 재활용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성공적인 문화예술 지역 재생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사진출처=Friche La Belle de Mai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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