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치기’는 계속된다!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 다섯번째 공연
‘계란으로 바위치기’는 계속된다!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 다섯번째 공연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2.08.07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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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이자 페미니스트이자 기혼여성, 방혜영의 자전적 이야기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 포스터 (사진제공=플레이티켓)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재작년 7월 초연돼 올 8월에 무려 다섯 번째 무대를 맞는 공연이 있다.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이다. 단기간 내 다섯 번째 공연임에도 작, 연출, 출연을 맡은 방혜영은 여전히 목마르다.

“이건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은 공연입니다. 제가 그 ‘계란’인데 제 눈앞에 있는 ‘바위’의 균열을 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시도 중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혼자서는 하기 어렵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사실 올해는 거의 다 떨어져서 못 올리나 했었는데, 다행히 원모어페스티벌에서 제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올해로 2회를 맞는 원모어페스티벌은 무대에 오르는 작품들이 단 한 번의 공연으로 끝나지 않고 재공연을 통해 레퍼토리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플랫폼74’를 운영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공동 후원하며, 대관료를 전액 지원하고, 입장료 수입 전액을 축제 참가팀에게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원모어페스티벌에서 소중한 기회를 얻은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은 그렇게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81년생 방혜영’의 삶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에서 울보이자 페미니스트이자 기혼인 마흔두 살 여성 방혜영은 대본 없이 자전적 경험을 이야기한다. 펼쳐놓는 이야기들은 ‘에이 설마’ 싶지만 모두 실화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방혜영이라는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1981년생 여성의 이야기’라는 것에 방점이 찍힌다. 공연을 보는 관객은 어느새 한 명 한 명의 삶이 곧 ‘미시사’임을, 한 사람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 안에 복합적인 이야기가 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2021년 8월 공연 (사진제공=프린지페스티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 내기, 지지와 연대
“사는 게 녹록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고 싶은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야만 해요. ‘어차피 안 될 거야’라고 생각해 버리면 편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잖아요.”라고 말하는 방혜영은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 초연 때는 혼자 무대 위에 올랐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는 사운드 메이커인 반재용과 함께다.

사운드 메이커의 합류는 새롭고 재미있는 효과를 불러왔다. 우쿨렐레, 칼림바, 싱잉볼, 텅드럼같이 연극에서는 보기 힘든 악기들이 작품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고, 살아오면서 불편했던 지점들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무대 위에 주인공 방혜영 혼자가 아닌 누군가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지받고 연대하는 느낌을 관객에게도 전달할 수 있었다.

설레는 대학로에서의 첫 공연,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
제3회 모노드라마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2020년 여름에 초연했던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은 2021년 6월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에서의 공연을 거쳐, 같은 해 8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 그리고 11월 은평인권문화제의 초청을 받아 비대면으로 공연된 바 있다. 하지만 연극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대학로에서의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공연에 대해 방혜영은 “은평인권문화제의 비대면 초청 공연은 사실 관객을 바로 앞에 놓고 한 것이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관객의 반응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즉각적으로 알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평했으며, 이번 대학로 공연에서도 준비한 관객과의 대화는 좀 더 대차게 해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방혜영 본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는 관객들과의 대화에서 또 한 번 큰 힘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방혜영 (사진촬영=서정준, 사진편집=반재용)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은 2023년에 창단 20주년을 맞는 연극집단 공외의 스물 세 번째 작품(초연 기준)이다. 연극집단 공외는 일상성과 동시대성을 바탕으로 ‘소수자’나 ‘을’과 연대하며, ‘어차피 안 돼’라는 무력감을 지양하고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될지언정 부딪친다.

이번 공연은 8월 10일부터 14일까지 대학로 플랫폼74에서 진행되며 티켓은 플레이티켓(www.playticket.co.kr)에서 단독 판매 중이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생각이 양극단을 달리고 있는 이때,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은 눈여겨보아야 할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시놉시스 

2020년, 마흔 살의 여성연극인 방혜영은 TV를 보다가 KBS 열린음악회에서 나오는 육중완 밴드의 <봉숙이>에 큰 충격을 받는다.

‘어떻게 이런 노래가 전체 관람가인 TV 프로그램에 나오지?’

그 노래를 몰랐던 방혜영은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는데, 다들 그 노래가 좋다고 야단이었다. 하지만 방혜영은 그 노래가 몹시 불편했다. 그렇게 <봉숙이>가 쏘아 올린 작은 화살은 이내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에게 스토킹을 당했던 명창 박녹주의 이야기와 겹쳐져 방혜영의 가슴에 박히고, 방혜영은 <어느 울보 페미니스트의 하소연>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훑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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