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나림의 프리즘] 프리즈 서울, K-Art의 다른 이름
[선나림의 프리즘] 프리즈 서울, K-Art의 다른 이름
  • 선나림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9.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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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is Bacon, 'Study for a Portrait of John Edwards' (C)선나림

[더프리뷰=서울] 선나림 칼럼니스트 = 지난 9월 2-5일,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개최되었다. 2012년 뉴욕, 2019년 로스앤젤레스 외에는 런던에서만 개최되던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가 2022년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영국 표현주의 회화의 거장 프란시스 베이컨 외에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선보인 이번 아트페어는 현대미술에만 국한하지 않고 고대부터의 걸작들을 선보였다는 부분에서 박물관 전시를 방불케 했다.

정신보다는 신경을 자극하는 '촉각적인 회화'의 대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그로테스크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기괴한 신체에서 느껴지는 그의 폭력적 감각은 들뢰즈가 '햅틱(haptic)'이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지각이다.

Pablo Picasso, 'Femme au béret rouge à pompon'(1937) (C)선나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c)선나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 (c)선나림

세계로 진출한 프리즈의 아트페어

국내 12개를 제외한 21개국의 110여 개 해외 갤러리들의 서울 입성은 국내 아트페어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세계 최고 갤러리들이 신작을 끌어안고 참가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크다. 그리고 도쿄갤러리가 선보인 국내 단색화 작가들과의 교류를 드러내는 기획전은 김창열, 김환기, 이동엽, 이강소, 박서보, 윤형근 등을 해외 갤러리에서 보는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한국 미술이 세계로 나가는 계기라기보다는 반대로 세계의 미술이 한국시장 안으로 들어왔음을 체감케 했다.

가장 많은 이목을 끈 프리즈 최고가의 작품은 현대미술사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방울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인(Femme au béret rouge à pompon)>이었다. 아콰벨라 갤러리즈는 609억 원의 피카소 작품 외에 앤디 워홀, 프란시스 베이컨, 장-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키스 해링, 빌럼 드 쿠닝, 앙리 마티스, 피에트 몬드리안, 로버트 라우셴버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한데 모아 선보였고, 특히 에곤 실레의 첫 회고전 앞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전시작품들 (c)선나림

세계적인 화랑들도 깜짝 놀란 뜨거운 서울의 열기

프리즈의 최고경영자 사이먼 폭스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프리즈가 서울을 선택한 이유라고 언급했다.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과 영화, 패션, 건축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는 부분을 고려한 것이다. 한국은 미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가 미술품 취득세가 없는 조세제도를 갖추고 있다. 또한 MZ 세대가 신규 컬렉터로 유입되면서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미술시장도 해외 갤러리들의 한국행을 부추기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행사가 열린 4일 동안 프리즈 서울을 방문한 관람객 수는 무려 7만 명이었으며 작품 판매 총액은 6천5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우연히 접한 모네와 세루아의 그림을 보고 스탕달 증후군에 빠졌다"라고 말했다. 스탕달 증후군은 뛰어난 예술작품을 봤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황홀경으로, 정신적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이상반응이다. MZ 세대의 감성은 컬렉터보다는 투자자의 형태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술에 대한 해석과 애착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그들이 어떤 안목으로 투자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술시장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공적인 이번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프리즈는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와 5년간 같은 기간의 공동 개최를 약속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K-클래식에 이어 명실 공히 'K-Art'란 이름으로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hub)가 되어 기쁘다.

관람객들과 작품들의 모습 (C)선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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