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내한공연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내한공연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2.11.16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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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일 뿐이다”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우리에게 익숙한 거장의 이름, 아크람 칸(Akram Khan)이 최신작 <정글북: 또 다른 세계(Jungle Book reimagined)>를 들고 한국을 찾아온다. 러디어드 키플링의 고전소설 <정글북>(1894)을 무용극으로 만든 이 작품은 올해 4월 영국에서 초연 후 유럽 전역을 돌고 한국을 찾는다. LG아트센터 서울(11월 18-19일)과 대전예술의전당(23-24일).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 출연 및 배우 쥘리에뜨 비노쉬,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의 협업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그에 앞서 아시아적 문화전통을 배경으로 한 걸출한 안무력을 드높이 평가받는 세계적 안무가다.

아크람 칸(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2004년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시댄스) 초청작 <대지(ma)>로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후 LG아트센터 등의 초청으로 자주 한국을 찾았다. 2007년 실비 길렘과 함께한 <신성한 괴물들>, 2009년 쥘리에뜨 비노쉬와 함께한 <in-i>를 선보였으며 2011년에는 <버티컬 로드>, 2014년에는 솔로 작품 <데쉬>를 공연해 호평 받았다.

<정글북 : 또 다른 세계>는 <제노스(Xenos)>를 마지막으로 무용수에서 은퇴한 그가 연출자로 나선 첫 작품으로, 에든버러축제, 파리 떼아트르 드 라 빌, 인터내셔널 테아터 암스테르담(ITA), 리옹 메종 드 라 당스, 싱가포르 에스플러네이드 등 전 세계 주요 공연장들이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한 편의 동화이자 강력한 경고

가까운 미래,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도시가 물에 잠긴다. 가족을 잃고 바다에서 조난당한 한 소녀가 해안으로 떠밀려와 늑대 무리에게 발견된다. 그곳은 동물들이 인간들의 도시를 점령한 또 다른 세계. 소녀는 동물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모글리’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10세 때 현대연극의 전설인 피터 브룩(Peter Brook)이 연출한 <모글리의 모험(The Adventures of Mowgli)>에 출연하기도 했던 아크람 칸은 동화 <정글북>을 기후변화와 환경 문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무용극으로 재탄생시켰다.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이 터릭 조던(Tariq Jordan), 샤론 클라크(Sharon Clark)와 새롭게 쓴 이야기는 녹음된 내레이션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10명의 무용수는 늑대, 원숭이, 곰, 뱀 등의 특징을 담은 움직임으로 각 동물들의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한다.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크람 칸의 전작 <데쉬>에도 참여했던 이스트컬처(YeastCulture)의 애니메이션이다. 심플한 하얀 선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은 기후변화로 무너지는 도시들부터 무대를 가득 채우는 새떼의 움직임, 모글리와 코끼리가 교감하는 모습까지 거칠 것 없이 표현한다. 아크람 칸은 무대에 물리적인 세트를 최소화하고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애니메이션, 대담한 안무와 영민한 연출로 경이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낸다.

아크람 칸은 기후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놓고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대화할 자리를 제공한다. 기후위기로 황폐해진 세계를 물려받은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모글리의 여정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입장권 가격은 3만-9만원, 공연시간 2시간.

“우리는 모두 지구에 초대받은 손님일 뿐” - 아크람 칸이 말하는 <정글북: 또 다른 세계>

"저는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신화와 다가올 미래의 어린이들을 위한 이야기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친숙한 이야기를 가져다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 이야기를 바라보고 싶었어요.

<정글북>은 저와 인연이 아주 깊습니다. 어린 시절 인도무용 버전의 <정글북>에서 모글리 역을 맡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후 평생 동안 마음에 새긴 세 가지 교훈을 거기서 얻었기 때문입니다. 그 교훈은 서로 다른 종(種)들 사이에도 공통점이 있다는 점, 인간과 동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적 관계라는 점,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한 가족이고 어딘가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이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그건 인류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종족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난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우리의 고향인 이 행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땅 위에 살고, 땅이 내어주는 것을 수확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올리면서도 존중을 표하는 법을 잊어버렸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연유로, 인류가 잊어버린 것을 다시 배우기 위해 <정글북>이라는 이야기를 모든 문화권의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춤과 음악, 그리고 공연의 마법이라고 믿습니다.

<정글북: 또 다른 세계>는 러디어드 키플링의 원작을 따라가면서도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모글리를 비롯한 <정글북>의 정겨운 캐릭터들을 <정글북: 또 다른 세계>에서도 만날 수 있고, 이 작품만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음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러디어드 키플링의 원작이 담은 메시지를 이해하는 동시에, 이러한 메시지가 오늘날의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연관성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믿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들면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이 아름다운 행성의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세트를 적게 쓰고, 좀 더 가볍게 공연을 다닐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기술의 발전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기술은 서로가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사랑하는 사람들, 함께 고민하는 창작진,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 연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없었다면 저는 정말 외로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글북: 또 다른 세계>의 무대는 전통적인 형태의 물리적 세트 없이 거의 텅 비어 있습니다. 무형의 세트를 만들기 위해서 저는 프로젝션과 영상이라는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위대한 이야기는 종종 가장 단순한 도구에 의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곤 합니다. 즉 우리의 신체, 우리의 목소리,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한 우리의 확신 같은 것들 말이죠."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아크람 칸 ‘정글북: 또 다른 세계’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시놉시스

1막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가 땅을 집어삼킨다. 인류는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가족을 잃고 조난당한 한 아이가 홍수로 잠긴 도시에 흘러 들어온다. 인간들이 버리고 떠난 이 도시는 동물들이 점령한 뒤 자신들의 땅으로 선포한 곳이었다. 우연히 아이를 발견한 늑대 무리의 락샤와 라마는 개 아켈라와 솔개 칠이 이끄는 동물들의 의회로 아이를 데려간다. 인간의 무리로부터 추방되어 동물들을 위협하고 있는 사냥꾼 때문에 동물들 사이에 소동이 일지만, 결국 심사숙고 끝에 아이에게 모글리라는 이름을 주고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모글리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먹이를 찾는 일. 인간이 납치해서 궁전에서 키웠던 알비노 표범 바기라와 서커스에서 탈출한 춤추는 곰 발루가 모글리와 동행한다. 먹이를 찾던 모글리는 연구소 동물실험에 쓰였던 회색 원숭이(반다로그)에게 납치되고, 바기라와 발루는 모글리를 구할 방도를 묻기 위해 비단뱀 카를 찾아간다. 원숭이를 포함해 나무 위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지만, 카는 여전히 동물원에 갇혔던 유리 벽의 악몽에 시달리면서 살고 있다.

2막

모글리는 원숭이 무리의 소굴인 정부청사로 끌려간다. 원숭이들은 인간을 낯설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우리에 가뒀던 인간들을 관찰하고, 따라하고, 흉내 내며 종국에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한다. 원숭이들은 오직 인간만이 통제할 수 있는 괴물, 불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하고, 모글리가 이를 가르쳐주려는 찰나, 발루와 바기라가 그를 구출한다.

모글리와 바기라, 발루는 다시 동물의회로 돌아가지만, 사냥꾼이 기어이 그들의 영역을 침범해 총을 쏜다. 가까스로 유지해 온 평화의 종말이다. 모글리는 새로 사귄 친구들을 위해 사냥꾼을 찾아 그의 폭정을 끝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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