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만남’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내한연주
‘천재들의 만남’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내한연주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2.12.14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리스마스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
‘리스트의 환생’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협연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프랑스 동남부에 있는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회가 자리하고 있어 프랑스에서는 파리 다음으로 국제도시의 면모를 지닌 곳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반복된 전쟁 속에서 소속이 프랑스와 독일 양국을 오가며 바뀌는 등 독특한 국경도시의 특징을 지닌 곳,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곳이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큰 크리스마스 시장이 열려 ‘크리스마스의 수도’라고도 불린다.

팬데믹으로 사라졌던 두 번의 크리스마스를 보상하려는 듯 수많은 연말 공연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엔데믹 후 처음 맞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아주 잘 어울리는 단체가 바로 ‘크리스마스의 수도’에서 오는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Orchestre Philharmonique de Strasbourg, OPS)가 아닐까 싶다. 12월 16일 성남아트센터, 18일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19일 안동문화예술회관에 이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일 저녁 8시 관객들과 만난다. 아지즈 쇼하키모프(Aziz Shokhakimov)의 지휘로 비제 <카르멘 모음곡 1번>,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들려줄 예정이다. 피아노 협연은 알렉상드르 캉토로프(Alexandre Kantorow).

OPS는 프랑스와 독일의 색채를 동시에 흡수하며 성장해온 교향악단이다. 1855년에 창단됐으니 베를린 필하모닉(1882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1888년)보다 형님이다. 1994년 국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됐다.

베를리오즈, 브람스, 생-상스, 말러, 바그너, 슈트라우스, 레거, 당디, 불레즈, 루토슬라브스키, 펜데레츠키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지휘한 오케스트라이기도 하다. 한스 피츠너(1907-18년, 이하 재임기간), 기 로파르츠(1919-29), 에르네스트 부르(1950-63), 알체오 갈리에라(1964-72), 알랭 롱바르(1972-83), 테오도어 구슐바우어(1983-97), 잔 레이덤-쾨닉(1997-2003), 마크 알브레히트(2006-11), 마르코 레토냐(2012-21) 등 총 14인의 유명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2017년 첫 내한 당시 지휘자인 마르코 레토냐(현 브레멘 필 음악감독)는 “OPS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명료함, 절제, 풍요로움이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유연함, 기교, 정교함과 결합된 오케스트라”라고 정의한 바 있다. 2020년 두 번째 내한을 계획했다가 코로나로 무산됐었다.

18세에 우즈벡 국향 상임지휘자에 오른 실력파 아지즈 쇼하키모프

이번 연주는 18세의 나이로 모국(우즈베키스탄) 국립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자리에 오르고 21세(2010년)에 구타프 말러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천재 지휘자 아지즈 쇼하키모프가 지휘봉을 잡는다. 협연자로는 22세의 나이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전 대회 역사상 단 3명에게만 주어졌던 그랑프리를 네 번째로 수상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가 함께한다(진주 공연은 손열음 협연).

OPS와 아지즈 쇼하키모프의 인연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 2017,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객원 지휘자로 활약하다가 2021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OPS의 제15대 음악감독/상임지휘자가 되었다. 1988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쇼하키모프는 6세에 우스펜스키 음악학교에 입학해 바이올린, 비올라,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열세 살에 우즈베키스탄 국립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데뷔, 같은 해 부지휘자로 임명됐다. 그리고 2006년 18세의 나이로 상임지휘자가 되었으며 이듬해에는 우즈베키스탄 국립 오페라단에서 첫 오페라인 비제의 <카르멘>을 지휘했다.

photo by Jean-Baptiste Millot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photo by Jean-Baptiste Millot)

2010년 밤베르크에서 열린 구스타프 말러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경력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상은 그에게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밀라노 주세페 베르디 오케스트라 등 유력 오케스트라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016년 8월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수상하고, 2년 후에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오프닝 콘서트를 지휘했다.

2017년부터 쇼하키모프는 터키 테크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런 인연으로 2019년 이스탄불 음악축제의 개막무대를 조성진과 함께 장식하기도 했다. 그동안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이탈리아 RAI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휴스턴 심포니 등을 지휘했다. 한국에는 지난 8월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와 함께 방문, 서울시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을 연주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오페라 분야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5-2021년 도이치 오퍼 암 라인에서 카펠마이스터로 일했으며 <나비부인> <살로메> <토스카> <스페이드의 여왕> 등을 독일 여러 오페라극장에서 지휘했다. 또한 2022년 1월 프랑스 랭 국립 오페라극장에서 독일 작곡가 발터 브라운펠스(Walter Braunfels)의 오페라 <새(The Birds)>를 지휘했다. 2023년 2월에는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는 클라리넷 연주자 라파엘 세베르(Raphaël Sévère),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베버 작품집>(Mirare 레이블, 2017)이 포함돼 있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과 녹음한 <프로코피예프 작품집>(워너 레이블)은 2023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리스트의 환생’ 알렉상드르 캉토로프

미국의 <팡파르> 매거진이 ‘리스트의 환생’이라고 극찬했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딴 최초의 프랑스인 피아니스트이다. 이 콩쿠르 역사를 통틀어 그랑프리를 수상한 연주자는 세 명에 불과했었다(1994년 히블라 게즈르마바-소프라노, 2011년 다닐 트리포노프-피아노, 2015년 아리운바타 간바타-바리톤).

차이콥스키 콩쿠르 전부터 캉토로프는 이미 주목을 받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주를 시작해 불과 16세에 낭트의 라 폴 주르네(La Folle Journée) 축제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의 정기연주를 포함,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과 연주했다. 지난 시즌에는 파리 오케스트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프랑스 툴루즈 국립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등과 연주했다. 한국에는 2022년 4월 첫 리사이틀을 위해 방문했고, 7월 서울시향과의 협연 무대에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했다.

꾸준히 음반도 내고 있다. 그의 가장 최근 녹음(브람스 작품집)은 2022년 디아파종 도르를 수상했다. 직전 두 앨범인 생-상스의 협주곡 앨범과 브람스, 바르톡, 리스트 피아노 작품집은 각각 2019년 및 2020년 올해의 디아파종 도르와 쇽 드 클라시카(Choc de Classica)를 모두 수상했다. 브람스, 바르톡, 리스트 작품집은 <그라모폰>지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택되었다.

그의 초기 <러시아 방식(À la russe)> 리사이틀 녹음은 2017 쇽 드 라네(Choc de l'Année, 클라시카), 디아파종 데쿠베르트(Diapason découverte, 디아파종), 슈퍼소닉(Supersonic, 피치카토) 및 씨디 데스 도플모나트(CD des Doppelmonats, 피아노뉴스)를 포함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전문비평가협회 '올해의 음악적 계시'로 선정됐으며, 2020년 ‘음악의 승리’상(Victoires de la Musique Classique)에서 ‘올해의 녹음’과 ‘올해의 기악 솔로이스트’의 두 부문에서 수상했다.

영국 혈통이 섞인 프랑스인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그는 피에르-알랭 볼롱다(Pierre-Alain Volondat), 이고르 라즈코(Igor Lazko), 프랑크 브랄리(Frank Braley), 레나 셰레셰프스카야(Rena Shereshevskaya)에게 사사했다.

photo by Jean-Baptiste Millot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photo by Jean-Baptiste Millot)

계절을 감안한 프로그램 구성

이번 내한 연주회 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라는 계절적 특성을 감안해 구성했다. 입체적 색감과 리듬감이 돋보이는 비제의 <카르멘 모음곡 1번>으로 무대를 연다. 이어 캉토로프에게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우승을 안겨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1번에 비해 2번은 드물게 연주되는 편이다. 후반부에서는 각 악기군의 개성과 역량이 드러나 듣기엔 아름답지만 연주하기엔 쉽지 않은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라벨 편곡)이 연주된다.

캉토로프는 이번 협연에 대해서 “쇼하키모프가 지휘를 하며 뿜어내는 파급력이 강한 에너지와 아드레날린을 너무 좋아하고, 음악의 해석에 있어서도 의견이 잘 맞는다.”라고 전해왔다.

쇼하키모프는 협연자인 캉토로프에 대해 “20세기가 배출한 위대한 피아니스트이며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들에게 발산하는 그의 강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같이하는 연주가 기다려진다.””라고 말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19세기 말 후기 낭만에서 초기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으로 이어지는 풍부한 표현력과 색감을,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스트라스부르 필의 연주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천재 지휘자와 천재 피아니스트의 만남도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이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2021년 9월 아지즈 쇼하키모프를 음악감독/예술감독으로 영입한 프랑스 국립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10명의 상임 단원들과 함께 연간 약 100회의 콘서트를 통해 약 10만 명의 관중을 만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1855년 벨기에 출신 지휘자 조제프 하셀만이 창단했다. 1875년 프란츠 슈톡하우젠의 주도로 스트라스부르 극장의 메인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이후 스트라스부르 시립 오케스트라가 되었다가 1994년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가 되었다.

18세기부터 현존하는 작곡가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다루며, 정기적으로 작곡가에게 신작을 의뢰하고 상주 음악가 역시 꾸준히 선정, 초대하고 있다. 고유의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외에도 프랑스 랭 국립오페라의 연주도 겸한다. 랭예술학교(La Haute École des Arts du Rhin), 스트라스부르 박물관, 페스티벌 무지카, 문화공간 에스파스 장고 등 스트라스부르 지역의 다른 문화기관들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오케스트라 시즌에는 풍부한 실내악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향악 콘서트와 실내악을 통해 알자스 지역은 물론 유럽의 주요 문화도시 곳곳에서 다양한 연주를 펼친다. 정기적으로 파리 무대에 초청받고 있으며 뉘 로망티크 페스티벌(Festival des Nuits Romantiques), 에비앙 랑콩트르 뮈지칼(Rencontres musicales d'Évian), 모나코 프랭땅 데 자르(Printemps des Arts in Monaco), 생-땅드레 베를리오즈 축제 등에 꾸준히 초대 받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연장인 루체른의 KKL,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홀, 뮌헨의 가슈타이크, 빈의 무지크페라인 등에서 연주했으며 일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해외 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 알랭 롱바르 재임 시절 이래 음반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를리오즈의 <트로이인>(2017)과 <파우스트의 겁벌>(2019) 실황연주 음반은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23년 베를리오즈의 극적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주 계획이 있으며 2024년에는 베를리오즈의 오라토리오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 연주를 계획하고 있다. 한편 2021년 미국의 바리테너 마이클 스파이어스와 녹음한 아리아 작품집도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많은 호평을 받았다. 마르코 레토냐와 함께한 <야나체크 작품집>(2022), 첼리스트 마르크 코페의 새 앨범(2022)을 출시했으며 새로운 음악감독 아지즈 쇼하키모프와 만든 프로코피에프 작품집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