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을 쓰다-6]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입성에 대한 의견들
[춤을 쓰다-6]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입성에 대한 의견들
  • 김주희 무용이론가
  • 승인 2023.03.02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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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하는 브레이킹 문화

[더프리뷰=서울] 김주희 무용이론가 = 힙합문화와 함께 성장한 브레이킹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스트릿 댄스 분야가 방대해지면서 힙합과 브레이킹은 세부 장르로 나눠져 구분되고 있다. 특히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비보이 춤, 비보이 댄스, 브레이크 댄스 등으로 불리던 명칭은 '브레이킹'으로 결정되었고 남녀 춤꾼을 지칭하던 비보이, 비걸은 '브레이커'라는 용어로 대체되었다. 여전히 비보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올림픽조직위원회가 공식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용어들이 빠르게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종주국인 미국 외에도 브레이킹은 유럽, 러시아, 일본 등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도 리버스 크루(Rivers Crew), 진조 크루(Jinjo Crew), 갬블러 크루(Gamblerz Crew), 익스프레션 크루(Expression Crew) 등이 명성 있는 국제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물론 K-POP 한류 열풍이 거세지면서 상대적으로 그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그럼에도 국내 브레이킹 단체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현재 한국의 브레이킹 랭킹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브레이킹 (c)pixabay
브레이킹 (c)pixabay

도시빈민층의 길거리 문화로 시작된 브레이킹은 점차 배틀문화가 정착되고 다양한 공연 방식과 미디어가 만나면서 고유의 예술성을 구축하게 되었다. 브레이킹에서는 음악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믹싱해 만든 DJ 사운드에 브레이커가 얼마나 잘 적응하고 개성 있게 표현하는지, 어떻게 기술동작을 리드미컬하게 잘 수행하면서 비트감과 그루브 동작을 독창적으로 연결하는지가 승패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배틀 과정에서 일어나는 상대편에 대한 도발이나 배틀을 관람하는 현장 분위기,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능력,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은 브레이킹의 묘미를 더해주는 재미이자 승패를 가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브레이킹 - 예술인가? 스포츠인가?

이러한 브레이킹이 최근에는 스포츠 장르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종합 스포츠대회인 올림픽의 한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 유스 올림픽은 브레이킹이 처음으로 진입한 올림픽이었다. 이 대회에서 대중의 관심과 각국의 참여 열기를 경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곧바로 2024 파리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이를 포함시켰으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까지 무난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레이킹 (c)pixabay
브레이킹 (c)pixabay

스포츠화된 브레이킹에서는 브레이킹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배틀이 경기 형식으로 구성된다. 경기 방식은 한 명의 선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시작하고 나면 상대 선수가 춤으로 답하는 개인전으로 진행된다.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신체, 해석, 예술적 능력에 해당하는 평가지표를 기술, 다양성, 수행력, 음악성, 창의성, 개성 항목을 반영해 평가하고 선수가 동작을 반복하거나 모방, 실패, 부정행위를 했을 경우 감점을 해 순위를 결정한다. 기존의 브레이킹 배틀과 비교해볼 때 가장 차이 나는 부분은 20081231일 이전에 태어난 브레이커만 출전할 수 있도록 나이 제한을 둔 것이다. 배틀에서 상대에 대한 도발을 위해 용인된 비방이나 자극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수용하던 관행 또한 제약된다. 브레이킹계 내부에서는 급작스러운 스포츠화로 인해 브레이킹만의 예술성과 문화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브레이킹의 발전을 위해 올림픽 종목으로 편입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브레이킹은 그냥 육체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힙합 정신이 지닌 자유나 멋, 저항 같은 감성이 종합적으로 모여 만들어지는 거예요. 예를 들어 마흔 살 비보이 형이 배틀에 참가한다면 기량만 보는 스포츠에서는 절대로 우승할 수가 없겠죠. 그 비보이가 갖고 있는 서사나 표현하는 스토리, 감성은 반영이 안 되니까요."(브레이킹 아키비스트 정현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슈퍼스타가 탄생하는 거예요. 한 명의 슈퍼스타가 탄생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게 되죠. 브레이킹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후배들이 돈 벌 기회도 많아지면 문화적으로도 확장될 거라고 생각해요. 후진 양성을 위해서라도 사회적으로든 상업적으로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롤 모델이 생겨야 하는 시대예요.”(갬블러 크루 대표 박지훈)

브레이킹 (c)pixabay
브레이킹 (c)pixabay

올림픽 공식 웹사이트(https://olympics.com)에서는 세계 각국의 브레이커들에게 브레이킹이 예술인지 스포츠인지를 묻는 인터뷰 영상을 제작해 새롭게 진입하는 브레이킹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 영상에서 응답한 외국 브레이커들의 의견은 다양했다. 스포츠와 분명한 경계를 그으며 개인의 창의적 감정이 반영되는 춤 예술이라 답하기도 했고, 보다 뛰어난 능력에 순위를 매기고 경쟁하는 시합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스포츠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 요소 모두 갖고 있다고도 답변했다. 국내 브레이커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기존 브레이킹은 배틀을 근간으로 하는 춤이에요. 지금은 기술적인 것을 높이 쳐주지만 예전에는 댄서가 나와서 테크닉적인 것 하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음악에 맞춰 상대를 제압하고 좌중을 압도해 이길 수 있었죠. 그런데 이걸 어떻게 수치화할 것인가? 이 사람이 이겼다는 걸, 그걸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러한 부분은 앞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올림픽용 브레이킹이랑 문화적인 배틀은 완전히 달라질 거라고 봐요. 어느 쪽을 수용하느냐의 문제인 거죠.”(갬블러 크루 박지훈 대표)

어떤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브레이킹학과의 개설은 무용학과에서나 체육학과에서나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브레이커 김예리)

하지만 이러한 브레이커들의 의견과는 별도로, 브레이킹이 어떤 분야에 소속될 것인지는 중요한 논의 사안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부 산하 수많은 문화예술기관들이 이미 브레이킹의 인기와 예술성을 인정하여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브레이킹 그룹을 전문예술단체로 등록하고 브레이커를 예술가로 인정해 종합적인 복지환경을 마련해주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경우 2013년부터 서울시 대표 비보이단을 선정, 국내외 공연 연계와 비보잉 예술놀이교육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문화예술기반 창의체험을 위해 만든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에서 무료로 브레이킹 수업을 제공하고 있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도 브레이킹 워크숍을 지원하고 있다.

춤을 기반으로 하는 댄스스포츠나 피겨스케이팅이 대한체육회 하위 분과로 관리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미 예술분야에서 지원 받고 있는 브레이킹에 대한 정부기관의 지원은 이중지원이 될 우려가 있다. 올림픽이라는 거대산업으로의 진입을 반기기에 앞서 브레이킹 분야는 물론, 무용과 체육 등 인접 분야 및 관련 정부기관들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 과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브레이킹 행선이 어디로 이동할지 우리 모두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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