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으로 만나는 창작국악 - 국립국악원 '한국작곡가 시리즈 Ⅱ'
실내악으로 만나는 창작국악 - 국립국악원 '한국작곡가 시리즈 Ⅱ'
  • 박상윤 기자
  • 승인 2023.03.0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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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곡가 시리즈 Ⅱ' 포스터 (사지제공=국립국악원)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2016년 이후 7년 만에 실내악 형식의 기획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대표적인 창작국악 작곡가 6명(이성천 황병기 백대웅 이상규 전인평 박범훈)의 실내악 작품을 재조명하는 ‘한국작곡가 시리즈 Ⅱ’를 3월 9일(목)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연다.

창작악단의 ‘한국작곡가 시리즈’는 국악 창작곡의 토대가 된 대표적인 작곡가의 작품을 선정해 그 의미를 되새기는 무대로 지난해 4월에 10곡의 국악관현악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그 두 번째 무대로 창작국악 대표 작곡가들의 주요 실내악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에 소개될 작품들은 발표 당시 파격적인 연주법과 전통의 전승을 넘어 음악적 아름다움 자체에 천착해 주목받은 바 있다. 특히 국악 연주자들의 연주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해 그 의미를 더했고 ‘창작’에 관한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총 6편의 작품을 연주하는 이번 공연에는 피리와 거문고, 해금, 가야금, 대금 등 각 개별 국악기를 중심으로 구성한 실내악곡 다섯 곡과 실내악 합주곡 한 곡을 선보인다.

국립국악원은 각 악기의 음색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연주 공간을 자연음향 공연장인 우면당으로 정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기획공연으로 실내악 연주를 선보이는 것은 2016년 ‘나무 곁에 눕다3’ 공연 이후 7년 만이다.

작곡가 6인의 실내악 작품, 6가지 색으로 전하는 창작의 매력

무대를 여는 박범훈(1948-)의 <춤을 위한 메나리>(1997)는 민속악의 대가 지영희(1909-1980) 명인에게 사사한 피리 연주자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곡이다. ‘새로운 음향의 피리 합주곡’을 주제로 열린 1997년 국립국악원 피리 역사축제에서 초연됐다. 향피리와 개량된 고음피리, 저음을 위한 대피리로 연주한다. 다양한 엇박자 장단 위에 메나리(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해 전국으로 분포되어 있는 전통선율의 음악적 특징) 가락의 선율로 피리 주자의 기량을 만끽할 수 있다.

전인평(1944-) 작곡 <정읍후사>(1982)는 거문고의 다채로운 음색의 활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곡명은 김양식의 시(詩)에서 빌려왔다. 원곡은 거문고 독주곡이나 이번 공연에서는 1998년에 편곡된 거문고 중주 편성으로 연주한다.

백대웅(1943-2011)의 <다섯 악기를 위한 ‘몽금포타령’>(1999)은 서도민요 ‘몽금포타령’의 선율과 11박과 10박의 대비 리듬이 활용됐으며 세련된 화성의 사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25현 가야금, 대금, 해금, 장구, 징 편성으로 되어 있다.

이성천(1936-2003) 작곡의 <쥐구멍에 볕들었어도>(1988)는 가난했던 지난 시절을 빗댄 쥐 가족의 이야기를 해금의 음색과 주법으로 풀어낸 곡이다. 여섯 대의 해금 합주로 들려준다. 이 곡도 원곡은 독주곡이었으나 1990년에 해금합주곡으로 편곡되었다.

이상규(1944-2010) 작곡 <그 마음에는>(1998)은 신석정 시인의 동명의 시에서 떠오르는 시상을 대금독주로 표현한 곡이다. 전통음악(정악) 대금연주에 쓰이는 음계와 장식음을 기본으로 입김으로 내는 바람 소리, 강한 마찰음 등 새로운 연주 기법을 사용했다. 이필기 창작악단 부수석 단원이 연주에 나선다.

황병기(1936-2018)의 <하마단>(2000)은 그의 또다른 대표적 가야금 작품인 <침향무>(1974), <비단길>(1977)처럼 신비로운 문화적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곡 제목 ‘하마단(Hamadan)’은 이란의 테헤란 서남쪽에 있는 옛 페르시아 시대부터 있던 고대 도시의 이름이다. 작곡가의 가야금 작품을 관통하는 새로운 조현법과 변박의 사용, 양손의 교차 연주, 왼손 아르페지오 등 새로운 연주기법을 살펴볼 수 있다. 6명의 가야금 주자가 중주 편성으로 들려준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을 역임한 김희선 국민대 교수가 해설을 맡아 공연의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2004년에 창단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신국악작곡공모(1962), 한국창작음악발표회(1974-2003)로 이어진 국립국악원 창작음악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기존 작품을 발굴, 재해석해 연주하는 것은 물론 위촉곡부터 단원들이 직접 만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편성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공연 프로그램

1. 피리3중주 <춤을 위한 메나리>(작곡: 박범훈) *1997년작

고음피리: 안은경 | 향피리: 김보미 | 대피리: 박계전 | 타악: 서수복, 김태정

2. 거문고 중주 <정읍후사>(작곡: 전인평) *1982년작, 1998년 편곡

거문고: 서정곤, 주은혜, 박영승, 김은수, 김준영 | 장구: 최윤정

3. 다섯 악기를 위한 <몽금포타령> (작곡: 백대웅) *1999년작

가야금: 이지혜 | 대금: 김정수 | 해금: 이소라 | 장구: 서수복 | 징: 김태정

4. 해금중주 <쥐구멍에 볕들었어도>(작곡: 이성천) *1988년작, 1990년 편곡

해금: 김진, 사주현, 안경희, 선지우 | 장구: 양재춘

5. 대금독주곡 <그 마음에는>(작곡: 이상규) *1998년작

대금: 이필기

6. 가야금과 장구를 위한 <하마단>(작곡: 황병기) *2000년작

가야금: 서은영, 임은정, 박세연, 최보라, 이주인, 이지언 | 장구: 안혜령

 

* 사회: 김희선(국민대학교 교수, 전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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