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많을수록 즐겁게! 대규모 실내악을 즐겨보세요"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인터뷰] "많을수록 즐겁게! 대규모 실내악을 즐겨보세요" -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04.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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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석 예술감독 등 3인 인터뷰
첼리스트 강승민(왼쪽),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가운데), 예술감독 강동석(오른쪽) 기자간담회 사진이다. (제공=)
왼쪽부터 첼리스트 강승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예술감독 강동석. (사진제공=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올해로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18회를 맞이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예술감독을 맡고, 서울시의 후원으로 ‘서울’이라는 타이틀을 건 음악 페스티벌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아비뇽 페스티벌 같은 국제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올해는 4월 26일부터 5월 7일까지 무려 66명의 연주자들이 13번의 무대를 만들어간다.

이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테마는 ‘다다익선 : The More, The Merrier!’로, 3중주와 4중주를 넘어 6중주, 8중주까지 보다 스케일이 큰 실내악을 선보일 예정이다(더프리뷰 3월 23일자 기사 참조).

4월 18일 오후 2시, 안국동에 자리한 윤보선 고택에서 강동석 예술감독, 첼리스트 강승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함께 제 18회 서울스프링페스티벌에 대해 들어보았다.

잘츠부르크나 바이로이트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계시다면, 좋은 연주자들이 나온다는 것을 넘어 더 차별화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개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서울’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화를 하려는 시도입니다. 사실 외국에서는 어느 도시에나 이런 실내악 페스티벌이 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 규모의 실내악 페스티벌이 거의 유일하죠. 외국 연주자들보다 한국 연주자들이 많이 참가하는 것을 특별하게 봐주면 좋겠습니다. 신인들을 소개하는 장이 된 것도 하나의 전통이 되었고요. SSF 첫해에는 김선욱이나 손열음도 참가했었고, 그동안 조성진이나 이혁같은 연주자들도 거쳐갔었지요. 이런 역사가 우리 SSF의 개성이라고 자부합니다.

고택음악회가 특히 인기가 많은데, 공연장 외에도 다른 곳에서 연주가 많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고택음악회가 인기가 많죠. 과거에도 덕수궁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무료로 연주한 적이 있습니다. 장소가 다양하면 좋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예산인데요, 덕수궁에서는 실내악보다 큰 규모 오케스트라가 더 어울리니 오케스트라를 동원했는데 무료 콘서트이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더라고요. 많이 고민하겠지만 장소들을 확장하는 게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프린지 페스티벌(4월 8-28일)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미래의 꿈나무들은 국립박물관, 남산타워, 공예박물관 같은 대중적인 공간에서 연주를 합니다. 신인들이라 언론이 큰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그들의 연주를 찾아다니는 청중도 많습니다.

예술감독 강동석 SSF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제공=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고택음악회 입장권이 많이 비쌉니다(20만 원).

고택음악회의 분위기가 듣는 이들에게는 좋지만, 연주자들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야외다 보니 날씨, 햇빛과 바람을 다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살롱 콘서트라고, 특별한 공간에 후원자들 위주로 초청해서 고택음악회를 열다가 일반에도 개방해 이 좋은 분위기를 즐기자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때문에 다른 공연장들 대관이 안됐어요. 그래서 주로 이곳 고택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난해에도 다섯 번을 여기서 공연하고, 올해도 세 번을 합니다.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입장권이 비쌉니다. 연구해서 향후 인원을 늘리든 입장권 가격을 낮추는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선곡을 혼자 하시는데 의도가 있나요.

주제에 따라 곡을 선정하지요. 이번 주제는 '다다익선 : The More, The Merrier'입니다. 많을수록 재미있잖아요. 그래서 3중주, 4중주에 그치지 않고 큰 규모의 곡들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음악가들도 그렇고 청중도 이런 곡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습니다.

2021년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다르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실 계획인가요.

(강승민) 지난해에는 ‘첼리시모’라는 주제였고 올해는 ‘다다익선’입니다. 지난해에는 한 악기의 매력 포인트로 어필했다면 올해는 악기들이 모든 면을 공유하며 즐기는 테마죠. 대규모 편성곡들은 우리 뮤지션들에게도 재미있는 기회입니다. 어느 페스티벌에서도 6중주나 8중주를 하기 어려워요. 이번 축제의 특권이랄까요. 더 큰 호흡으로, 더 큰 기쁨을 청중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어쩌면 다다익선은 축제의 본질에 다가간 주제입니다. 축제의 장을 더 키우는 거죠.

프로그램이 많고 66명이나 참가하다 보니 뷔페에서 메뉴를 담다가 길을 잃는 것 같은 우려는 없나요.

(한수진) 오프닝에서는 6중주, 폐막공연에서는 8중주를 합니다. 악기들이 많아질수록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함을 느끼게 되죠. 오케스트라에서 한 악기 파트는 한 섹션에서 같은 음을 연주하지만, 실내악에서는 개별 악기의 유니크한 목소리는 보존하되 같은 이상향을 향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조율하고 양보할 때도 있고, 인간관계처럼 만들어가는 거죠.

작은 편성은 움직임이 저절로 흘러가는데, 큰 편성은 걸그룹이나 보이그룹같이 역할이 있다고 봐도 될까요.

(한수진) 그렇죠. 저는 2021년에 SSF에 입문해서 3년차인데요, 강동석 예술감독님의 마음과 고민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2021년 주제가 ‘환희의 송가’였는데, 베토벤이 고난과 고통을 겪으며 그것들을 환희의 송가로 승화시켰잖아요. 그때 우리가 코로나로 얼마나 힘든 시기였습니까. 체임버 뮤직이라는, 화합과 너무나 어울리는 주제로 선물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SSF의 특징으로 앙상블 팀을 발굴하는 등용문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아스틴 퀸텟과 아르테 콰르텟이 초청을 받았습니다.

될 성 부른 떡잎인 걸 알아보고 낙점한 상태에서 올초 아르테 콰르텟의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우승이라는 낭보를 받아 기쁩니다. 개개인을 모아 앙상블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이미 앙상블로 활동하는 팀을 소개하는 것도 SSF의 전통입니다. 아트실비아 실내악 콩쿠르 우승자를 초대하고 있는데, 아스틴 퀸텟이 그들입니다.

첼리스트 강승민(왼쪽), 예술감독 강동석(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오른쪽) SSF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제공=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여러 연주자들이 출연하시는데 이 바쁜 분들이 어떻게 연습을 하시는지요.

천 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듯 개인 스케줄을 몇 달 전부터 파악해서 맞춥니다. 다들 솔로 연주며 앙상블이며 오케스트라에서 일하기도 하고 바쁜 사람들이잖아요. 기획팀이 스케줄을 조정하는데 정말 고생이 많아요. 올해는 대규모 편성곡이 있다 보니 리허설을 적어도 세 번씩은 해야 되는데 어렵습니다.

가족음악회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세계공용어 : 음악과 마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네요.

아, 크로즈니라는 마임 배우가 오십니다. 2020년에 모시려다가 팬데믹 때문에 미뤄져서 이번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번에 오시는 외국 예술가들은 모두 2, 3년 전부터 계획된 분들입니다. 세계 공용어가 음악과 마임이라는 것은 언어의 장벽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라는 뜻입니다. 실내악이라는 장르가 생소한 분들을 어떻게 해야 공연장으로 오게 하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실내악이 어렵다는 편견을 버리게 하는 것이 이 축제의 목적입니다.

SSF만의 매력을 말씀해주세요.

(한수진) 시기도 특별하고 메시지도 특별합니다. 오래전부터 동료들이 SSF는 가족처럼 따뜻하다고들 해서 관심이 갔어요. 2021년 참여하게 되면서 첫 리허설부터 느낀 게, 내가 큰 가족 안으로 들어와 한 식구가 되었구나 하는 거였어요. SSF는 또다른 고향이 된 거죠. 이런 분위기에서 나온 음악은 다를 수밖에 없죠. 리허설이 행복하면 그 음악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강승민) 무대를 한 번씩 같이하게 되면 10년 치의 우정을 쌓게 되는 것 같아요. 해마다 새로운 레퍼토리들이 긴장하게 만들죠. 실내악 레퍼토리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신선하고 충격적인 과제를 주실 때마다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새롭고 다채로운,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현대곡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18회라는 역사를 지내는 동안 국내에도 많은 실내악축제들이 생겼습니다. 실내악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요.

(강동석) 뮤지션들도 실내악을 어렵게 접근하곤 합니다. 사실 솔로보다 더 다양하고 레퍼토리들도 훨씬 받아들이기 쉬운 것들이 많은데... 한 무대에서 여러 연주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강승민) 솔로와 실내악은 다른 분야입니다. 사실 실내악이라는 이미지는 정통화되고 정제된 사운드라는 게 강하죠. 보자르 트리오나 에머슨 콰르텟 같은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인식하기 쉽고요. 또 솔로들이 모여 연주하면 사운드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나 걱정하기도 합니다. SSF에 참여하면서 그 틀을 깰 수 있었습니다. 플로이드 아트처럼, 각각의 색깔을 갖고 그 조화의 매력으로 다른 예술성이 발현될 수 있는 무대입니다. 개개인이 조명받기보다는 전체적인 축제의 일원으로 인식되기를 바라고요. 연주자들에게도 더 많은 길이 열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수진) 실내악에서 오는 행복감이 있어요. 관객과 그 행복을 나눌 수 있음을 감사합니다. 더 많이 귀를 기울여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숨겨진 보석 같은 레퍼토리를 만나는 기쁨도 큽니다. 다다익선이라는 주제의 이번 축제에서는 연주자뿐 아니라 관객들도 풍성한 무대를 경험할 것입니다.

첼리스트 강승민(왼쪽), 예술감독 강동석(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오른쪽) SSF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제공=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집행위원회)

레퍼토리 발굴 과정이 궁금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혼자 다해야 되네요. 1년 내내 걸리는 작업이에요. 낮이고 밤이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막 메모해요. 페스티벌이 끝나자마자 그 다음 해 기획을 하고요. 인생이 다 그렇듯이 비슷한 명곡인데도 어떤 곡은 지나치게 많이 연주되고 어떤 곡은 한 번 듣기도 힘들고 그렇죠. 그렇게 소개되지 않은 명곡들을 찾아다니죠. 예전에는 도서관에서 악보를 뒤졌는데 지금은 유튜브가 발달해서 들어볼 수가 있어요. 새롭게 발견하자마자 그 곡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들어봅니다. 우리 청중에게 이해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면서. 외국 페스티벌은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보지도 않고 입장권을 사지만, 우리나라는 안 그래요. 프로그램에 많이 좌우되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곡만 연주하면 안돼요. 유명한 곡들과 함께 배치해야 돼요. 또 연주자들이 곡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올해 정말 잘 찾아냈다고 여기는 곡들이 있나요.

에밀 하트만 트리오의 피아노 3중주 곡입니다. 제가 연주해요. 덴마크 작곡가로 쉽게 이해되고 재미있습니다. 왜 그동안 연주가 안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좋은 곡이에요.

폐막 공연 때 하는 라프나 호프만의 8중주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멘델스존의 8중주는 많이 알려졌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함께 연주합니다.

SSF는 연주 전에 연주자가 그 곡을 설명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섭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러 연주자들이 나오니, 연주자를 잘 모를 수도 있어서 연주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너무 말을 잘 해서 오래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떨다가 그냥 앉는 사람도 있어요. 이 연주자가 어떤 성향인지 알아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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