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허설'이란 무엇인가? -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Slow Carnival World)'
'리허설'이란 무엇인가? -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Slow Carnival World)'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3.08.08 0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Slow Carnival World)' 포스터 (사진제공=장혜진)

[더프리뷰=서울] 김다인 기자 = 다공성의 몸과 유보된 춤이 발생하는 지점에 주목하며 춤의 창작, 연구, 공연, 담론을 진행하는 장혜진(He Jin Jang Dance 예술감독)의 신작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Slow Carnival World)>이 8월 11일(금)과 12일(토) 플랫폼엘 라이브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투명인간이 되든, 춤을 추든>은 개인과 사회의 경계를 유동적이게 하는 것들을 알아차리는 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 투명인간이 된다는, 다소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이 400년 전부터 우리에게 남겨진 하나의 장치라고 가정한다. 허준이 집대성한 의학서 『동의보감(東醫寶鑑)』 (1610) 에 등장하는 ‘은형법(隱形法)’은 당시 ‘몸을 숨기는 법’ 즉 ‘투명인간이 되기’ 위한 레시피로 남아 있다. 이 작업은 은형법이 남겨지게 된 배경을 파헤치며 이를 조상이 남긴 비밀의 선물로 추론한다. 투과적으로 변한 몸은 다양한 공존의 양태를 찾게 되며 춤을 주고받게 된다. 춤은 이미 한 사람에서 시작해 다른 사람으로 전해지는 증여(transmission)의 과정을 겪은 지 오래된 경계의 것이다.

이 작품은 투명인간의 상태로 함께 춤추는 사회를 꿈꾸는 멀티센소리 공연(multi-sensory performance)이다. ‘더 느리게 있기’를 호출하는 공간으로 초대된 사람들은 어떤 공동의 신비한 힘을 가진 텍스트를 따라가고 반응하며 느린 카니발의 세계로 들어간다. 함께 듣고, 쉬고, 삼키고, 다공성의 몸을 상상하며 헛것이 된다. 집단 자각몽의 상태라면 ‘투명인간의 유보된 춤’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외부와 내부, 과거와 미래, 고통과 유머, 사실과 사변을 넘나들 때, 우리는 춤 외에 무엇을 주고받게 될지를 실험한다.

이 작업은 ‘커먼 리추얼’ 그리고 공연과 공연 사이 회차의 ‘흐르는 액션’으로 구성된다. ‘흐르는 액션’에서는 배정된 시간 이전이나 이후에 자유롭게 머무르며 경험할 수 있다. ‘흐르는 액션’은 공연 안팎의 경험을 탐구하며 극적 공연과 미술 전시의 장치가 교차하는 지점을 더듬는다. 그리고 공연과 공연 사이에 '아직 생각되지 않은 것(as-yet-unthought)'을 관객과 안내자(퍼포머)를 통해 소환한다. 안내자(퍼포머)는 공연을 위해 활용된 안무의 재료를 재구성하고 공연의 시작과 끝에 대한 감각을 낯설게 한다. ‘커먼 리추얼’이 깊은 집단 자각몽의 상태라면 ‘흐르는 액션’은 얕은 수면의 상태일 수 있다. ‘흐르는 액션’에서는 쉬거나, 어떤 장면을 목격하거나 혹은 안내자(퍼포머)와 대화를 나누며 공연과 공연 사이의 또 다른 공동체를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3년 창작의과정 #다원예술'에 선정된 작업으로 고권금 김현진 송명규 이희승 허성욱 장혜진 6명의 퍼포머가 각 회차별로 짝을 이루어 관객을 만난다. 공연 관람 예약은 플랫폼엘 웹 사이트 – 라이브 아트 프로그램의 He Jin Jang Dance 페이지(https://platform-1.org/performance/detail?performanceNo=847)를 통해서 가능하다. 문의 02-6929-4465(플랫폼엘)

공연시간은 11일 오후 3시, 6시 / 12일 오후 12시, 3시, 6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