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묜 비치코프의 체코 필하모닉' 첫 내한연주
'세묜 비치코프의 체코 필하모닉' 첫 내한연주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3.10.15 2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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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포스터(사진제공 = 인아츠 프로덕션)
체코 필하모닉 내한연주회 포스터 (사진제공=인아츠 프로덕션)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동유럽의 음악강국 체코를 대표하는 체코 필하모닉과 상임지휘자 세묜 비치코프(Semyon Bychkov)가 오는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내한 공연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Mao Fujita)의 첫 한국 협연무대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작품들만 선택, 체코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유니크한 레퍼토리로 정통성 있는 오케스트라가 써내려가는 보헤미안의 드라마가 2시간 동안 펼쳐질 예정이다. 

체코 필하모닉의 역사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직접 지휘대에 올랐던 1896년 창단 연주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라하 시내 중심에 위치해 현재도 악단의 주 무대로 활용되는 루돌피눔 홀에서 열린 창단 공연에서 드보르자크는 <성서의 노래>를 초연했다. 그의 새로운 작품과 체코 필하모닉을 동시에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체코 필하모닉은 특히 체코 출신 유명 작곡가들의 레퍼토리에 대한 명확한 해석으로 정평이 나있다. 말러 <교향곡 7번>, 야나체크 <신포니에타> 등 유명 레퍼토리를 초연했고, 보헤미아적인 독특한 음색과 전통적인 스타일을 줄곧 유지해 오고 있다. 

1991년 이래 다섯 차례 있었던 내한 공연에서 체코 필하모닉은 자신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레퍼토리를 엄선해 들려주었다. 이번에는 체코의 작곡가들과 다른 대중적인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섞어서 구성했던 그간의 공연들과 달리, 체코 필하모닉의 필살기인 '올(All) 드보르자크' 작품으로만 정면 승부할 예정이다. 드보르자크의 <사육제 서곡> <교향곡 7번> 등 체코 필하모닉의 지문과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편성됐으며, 특히나 자주 무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 g단조>를 오리지널 버전으로 선보인다. 은연 중에 묻어나는 체코 필하모닉만의 고유한 향기, 감성적이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드보르자크의 감성이 온전히 재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체코 필하모닉의 온화한 대디(Daddy), 세묜 비치코프(1952-)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활약 중인 비치코프는 일명 'Daddy'로 불린다. 지난 2017년 오랜 지휘자였던 벨로홀라베크가 타계하고 슬픔에 빠져 있던 체코 필하모닉은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한 공연에 매우 감동 받았다. 단원들이 우르르 무대 뒤로 몰려와 “우리의 대디(Our Daddy)가 되어달라"고 간청한다. 이후 공식적으로 진행된 단원들의 의견 투표에서 100%의 찬성표를 받으며 비치코프가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이다. 누구보다 온화하고 인간적인 세묜 비치코프는 체코 필하모닉만이 지닌 정체성, 음악적 특징에 매우 집중하면서 그 음악적 면모를 십분 살려내고 있다. <BBC 뮤직 매거진>은 “세묜 비치코프와 체코 필하모닉의 2017년 레코딩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오케스트라 연주"라고 극찬했고, <라임라이트> 매거진은 “절묘한 균형감과 예리한 심리적 해석을 지닌 지휘자”라는 평을 남겼다.  

이번 체코 필하모닉의 무대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상임지휘자 세묜 비치코프와 함께하는 첫 내한이기 때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23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매네스 음대를 졸업했고, 곧바로 같은 대학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1985년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하며 데뷔했고, 여전히 베를린 필하모닉과도 꾸준한 연주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명예지휘자이며, 매년 BBC 프롬스에 초대 받아 무대에 오르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치코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최초의 음악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바츨라프 광장에서 우크라이나 지지 연설을 한 이후 BBC 하드 토크(HARD Talk) 등 유럽과 미국의 방송에 출연, 전쟁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피력해왔다. 

'일본의 조성진' 후지타 마오의 첫 한국 협연무대

일본의 신성 후지타 마오(1998-)는 음악적 감수성과 타고난 예술성으로 모두를 사로잡는 피아니스트이다. 도쿄 출신 국내파인 그는 2017년 도쿄음악대학 재학 중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 우승과 동시에 3개 부문 상을 휩쓸며 클래식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자신만의 특별한 음악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클래식 명문 음반 레이블인 소니 클래시컬과 전속 월드와이드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일본인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그간 소니 클래시컬과 같은 계약을 체결했던 일본인 음악가는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1971-)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인 다이신 카지모토(1979-)가 뿐이다. 마오의 이번 계약은 22년 만의 쾌거로 일본 클래식 음악계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니에서 발매한 그의 첫 앨범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집이다. 2021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이미 연주력을 입증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을 다시 한번 완벽한 음반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어 올해 7월에는 세계적인 실내악 공연장 런던 위그모어 홀에서 또 한 번 모차르트 전곡 소나타와 변주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체코 필하모닉과 함께할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극도로 까다로워 피아니스트들이 기피하기로 유명한 드보르자크 <피아노 협주곡 g단조>의 오리지널 버전을 선택해 연주한다. 

10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25일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펼쳐질 체코 필하모닉의 무대에는 드보르자크가 사랑했던 보헤미아의 자연 풍광과 그로부터 유래한 서사적 드라마가 장대하게 펼쳐질 것이다. 특유의 진지하고도 치밀한 해석으로 정수만을 전달할 세묜 비치코프의 첫 내한 지휘 또한 기대된다.  

세묜 비치코프 (c)Marco Borggreve(사진제공 = 인아츠프로덕션)
세묜 비치코프 (c)Marco Borggreve (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

 

후지타 마오(c)Dovile Sermokas(사진제공 =인아츠프로덕션)
후지타 마오(c)Dovile Sermokas(사진제공 =인아츠프로덕션)

 

체코 필하모닉(c)Petr Chodura(사진제공 = 인아츠프로덕션)
체코 필하모닉(c)Petr Chodura (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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